# 아버지로부터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물려받은 A씨. 증여세 신고를 준비하던 그는 동일 평형이 60억원에 거래된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예상보다 훨씬 큰 증여세 부담에 직면했다. 고민 끝에 A씨가 택한 건 '시가 낮추기'. 지인을 통해 연결된 감정평가법인에 "시가보다 낮게 평가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실제 시세의 65% 수준인 39억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 감정가액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 실제 시가를 다시 산정했고, 고의로 낮은 평가를 한 감정평가법인을 '시가불인정 감정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국세청은 고가 아파트 증여에 대해 신고 적정 여부를 전수 검증하겠다고 4일 밝혔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에 소재한 아파트가 검증 대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고액의 현금증여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집을 팔지 않고 물려주는 증여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탈세 등 탈루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의 집합건물 증여건수는 7708건으로, 2022년(10월 1만68건) 이후 최대치다.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223건)도 3년 만에 최대 수준이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강남4구·마용성 지역에 집중돼 있다(134건). 이에 아파트 가격을 시가대로 적절히 신고했는지, 채무(부담부증여 등)를 이용해 납세의무를 회피한 건 아닌지 낱낱이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고가 아파트 증여 거래는 이미 국세청의 검증대에 올라 있다. 올해 11월 기준으로, 증여세 신고기한이 지난 1~7월까지 해당 지역에서 이뤄진 아파트 증여는 2077건. 이 중 1699건은 시가로, 절반 이상(631건)은 시가 대신 공동주택공시가격으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시가로 신고된 거래에 대해 상속·증여세법상 인정되지 않은 편법 평가가 있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공시가격으로 신고된 거래 중 시세와 큰 차이가 나는 건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에 나서 시가 기준으로 과세할 방침이다.
부모 도움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뒤 채무를 이용해 세 부담을 피하는 사례도 국세청의 집중 검증 대상이다. 부담부증여 이후 자녀가 실제로 담보대출이나 전세금을 상환했는지, 상환은 월급으로 했더라도 생활비를 부모가 대신 부담한 것은 아닌지까지 들여다본다.
부담부증여는 증여받은 사람이 일정한 채무(전세보증금·주택담보대출)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하는 증여로, 채무액을 차감한 뒤 증여세 과세가액이 계산돼 채무액만큼 증여세를 줄이는 효과가 생긴다.
부동산을 취득한 증여자의 재산형성 과정도 들여다본다. 국세청은 아파트 구입 자금이 사업소득 탈루나 가공경비로 마련된 정황이 확인되면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또 미성년자에 대한 '세대생략 증여' 과정에서의 조세회피 행위 여부도 검증한다. 증여재산을 분산시키기 위한 쪼개기 증여인지 여부를 살펴본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강남4구·마용성 등 고가 아파트 증여에 대해 단발성 점검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전수 검증을 이어가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득 대비 고가의 주택을 취득하거나 호화생활을 영위한 자에 대한 재산·채무 현황을 수시로 분석해, 정당한 세금 신고·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탈세 혐의자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