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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0.5% 전사들, 어떻게 'AI 대전환' 이끌까

  • 2025.10.31(금) 14:53

그동안 국세청 내 'OO관'이라는 칭호는 세무조사관·징세관처럼 명확한 기능을 지닌 자리에서만 쓰였다. 하지만 국세청이 새롭게 만들 'AI(인공지능) 전문관'은 다르다. 세무조사도 징세도 아닌 AI라는 기술 앞에 관을 붙였다는 건, AI 국세행정에 대한 진심과 방향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변화로 읽힌다. 

이미 AI 국세행정의 큰 밑그림은 그려져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취임 직후 선언했듯, 세무조사·징세·납세 서비스 등 국세행정 전 분야의 'AI 대전환'이다. 국세청 내에서는 AI 전문관이 국세행정의 변화를 이끌 핵심 인력으로 보고 있다. 

AI 공부하는 국세청 직원들

AI로 전환한다는 의미의 'AX(AI Transformation)'가 국세청 내에서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안에 전면적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 약 1300억원이 쓰인다. 이를 통해 세정 전반의 업무를 효율화하려고 한다. 생성형 AI를 통해 전 국민에게 무료 세무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AI에 맡겨 핵심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다. 

아무리 방향성이 뚜렷하더라도, 결국 변화를 움직이는 건 '사람'이다. 

이 때문인지, 국세청 직원들은 AI 집중 교육을 받고 있다. 간부부터 실무 직원까지 단계별 AI 교육과정에 참여해 전 직원이 AI 리터러시(활용 역량)를 갖추는 걸 목표로 한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AI를 국세행정에 녹여내는 사고방식 자체를 훈련하는 셈이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최근 AI 전략특강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AI 인사이트(통찰력)를 강조한 바 있다. 

올해 AI 교육을 받는 직원은 2000명으로, 국세청은 이들 중 100명을 뽑아 AI 전문가로 키운다. 전체 국세공무원(2만485명, 2024년 기준)의 0.5%에 해당하는 극소수다. 

이들은 국세행정의 컨트롤타워인 본청 소속 직원들로 꾸려지는데, 이미 전산·기술 인력뿐 아니라 각 실·국별로 2~3명씩 추천을 받았다. 내달 예정인 카이스트 전문교육 과정에 따라, AI 전문관으로 위촉된다고 한다. 

공부 끝나면 과제 제출…"바쁘다 바빠"

국세청에서는 향후 선발될 AI 전문관을 단순한 기술 담당자가 아닌 AI 국세행정 혁신의 기획자로 보고 있다. 각 국·실별로 배치된 이들은 세목·업무별로 AI를 접목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현장의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실 이 작업은 시급하다. 내년도 예산안에 AI 관련 사업비를 반영하려면,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과제별 필요 예산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를 총괄하기 위해 본청 내 'AI 혁신 추진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AI 혁신과제는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손질될까. 큰 틀에서는 AI 탈세 적발 시스템, 지능형 홈택스, AI 상담, AI 보안관제 시스템 등 4가지 과제가 제시된 상태다.

이중 탈세 적발, 상담 분야는 AI 기술이 깊숙이 스며들었다. 탈세 적발만 보면 AI가 법인의 과거 세금 신고서·재무제표를 들여다보고, 유사 업종의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탈세 위험이 있는 사업자를 뽑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정기 세무조사 대상(법인) 절반을 선정하고 있다. 

현재 탈세 위험이 큰 사업자를 찾는 적중률은 70~80%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향후 적중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생성형 AI로 방대한 세원 정보나 불복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학습까지 된다면, 탈루 예측은 고도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I 상담은 질문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시나리오 대화형 기술'이란 한계를 깨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안에서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고 하고, 밖에서는 산업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실제 국세청은 AI 분야 중소기업을 정기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조사 시기를 유예하는 조치를 내놨다. 창업 5년 이내인 기업은 아예 제외하고, 그 외 기업은 최대 2년간 조사를 미루는 식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업기업,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기업을 배려했던 것처럼, 현 정부가 강조하는 AI를 세정 영역에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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