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명까지만 상품 구매 가능합니다. 구경은 가능하니까 구경만 하고 나가세요
소영이와 친구 나윤이의 표정에 분노와 황당함이 뒤섞였다. 나윤이는 라부부를 사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와 명동 'O마트' 앞에서 뜨거운 햇볕 아래 줄을 서 있었다. 억울한 건 당연했다.
"이럴 거면 기다리지 말라고 했어야지. 110명만 줄 서 있으라고 해야지!"
아이들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나 역시 황당했다. 만 15세 이상의 사람이 학생증이나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라부부를 구매할 수 있다는 규정도 이상했지만, 다른 캐릭터 상품이 진열되어 있어도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은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O마트를 다녀오고 나서야, 라부부가 왜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에서 2~3배의 가격으로 팔리는지 이해가 됐다. 사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정작 살 수 있는 길은 좁으니 가격이 치솟는 것이다.
정품인 라부부는 O마트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리셀러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라부부와 함께 O마트의 구매 영수증을 당당하게 올려놨다. 리셀러들은 정품 인증을 위해 영수증을 올려놓았지만, 내 눈에는 리셀을 목적으로 물건을 샀다가 되판다고 광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덩달아 화가 난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월급 받을 땐 나라가 세금을 미리 떼어가는데, 리셀러들은 세금도 안 내고 저렇게 당당하게 팔아? 저런 사람들은 세금을 왕창 때려야 해"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엄마, 그건 아니지. 그 사람들은 줄을 서서 산 거잖아. 줄을 선 것도 노력한 건데 왜 세금을 내야 해?"
당연히 엄마의 말을 이해할 것이라 한 것이 무색하게도 소영이는 단호했다. 나도 모르게 소영이를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리셀러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국세청이 과세 방안을 발표했어. 가끔 쓰던 물건을 파는 건 괜찮지만, 일부러 새 상품을 사서 반복적으로 되파는 건 장사로 보거든. 계속적·반복적으로 판매하면 소득이니까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게 국세청 입장이야"
취재하며 기사로 썼던 기억까지 떠올리며 열변을 토했지만, 소영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노력의 대가에 세금을 내라는 건 불합리하다는 믿음이 굳건했다. <참조기사: 중고거래, '부가세'가 몰려온다>
나는 다른 예를 들었다.
"최근 일본 맥도날드에서는 해피밀 세트에 포켓몬 카드를 사은품으로 주고 있어. 해피밀은 어린이 전용 햄버거 세트 상품이야. 그런데 어른들이 대량으로 사서 카드는 되팔고 햄버거는 버려. 정작 아이들이 사지 못해 논란이 커졌지. 이건 리셀러가 잘못한 거 아닐까?"
소영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속으로 '드디어 내 말이 먹혔다'는 승리감을 느꼈지만 곧 아이가 말했다.
"어른들이 잘못했네. 그런데 그건 일본 얘기잖아. 일본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제야 설득을 멈췄다. 정당하게 가게를 임대해 세금까지 신고하는 사장님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현금으로 거래하는 리셀러의 차이를 설명하기에 세상은 너무 복잡했다.
나는 그동안 기사를 통해 사회 부조리와 정의를 말한다고 믿어왔다. 그것이 기자로서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그것을 알려주려 했지만, 나와는 생각이 다른 아이를 보며 문득 깨달았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정의를 수면 위로 꺼내기란 쉽지 않다. 간신히 꺼낸 말조차 비난받기 일쑤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질문을 멈춘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향할까.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어른들의 세상보다는 더 나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버틴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세금 이야기]리셀러에게 왜 세금을 내라고 하나요?
리셀러(reseller)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리셀러는 물건을 사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다시 파는 사람을 말해요. 보통 새 상품을 사서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되파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어떤 장난감이 너무 인기가 많아서 가게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요. 리셀러는 그 장난감을 줄 서서 산 다음, 집에 와서 원래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인터넷에 올려 파는 거예요.
그래서 리셀러는 흔히 희귀한 물건을 웃돈 붙여 파는 사람을 뜻해요.
이런 리셀러들에게 국세청은 작년부터 세금을 내라고 했어요. 그래서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 판매자들이 깜짝 놀랐죠.
그렇다고 모든 판매자에게 세금을 내라고 한 건 아니에요. 집에서 쓰던 장난감을 중고로 파는 건 괜찮아요. 이건 돈을 벌려고 일부러 산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새 물건을 일부러 많이 사서 자주 되판다면 얘기가 달라요. 그건 작은 가게를 연 것과 비슷하거든요. 가게 사장님이 세금을 내듯이, 리셀러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거예요.
한두 번은 괜찮지만, 반복되면 과세 대상이라는 점! 꼭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