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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부가세'가 몰려온다

  • 2024.06.13(목) 17:00

계속·반복적 중고거래자에 첫 종소세 신고 안내
과세 기준 미공개에 혼란…부가세 신고기간, 재혼란 우려

당근마켓에 아기옷이 올라와서 개인이 판매하는 줄 알고 갔더니 옷가게 매장이더라고요. 황당했어요

과세 사각지대였던 중고거래에 대해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사업자가 아닌데 종합소득세를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다는 것부터, 세무서마다 기준이 달라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소명하더라도 결과는 제각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제1기(1월 1일~6월 30일)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도 한 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세청이 명확한 과세 기준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란은 왜 일어났을까?

사업자가 개인처럼 '꼼수'…'과세 사각지대' 칼 빼들었지만

지난 2022년 당근마켓에 수백만원의 시계가 올라오며 이슈가 됐었다. 중고거래라지만, 수백만원 짜리 값비싼 명품 시계를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거래를 하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더욱 논란을 부추겼던 것은 한 판매자가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을 수십개 또는 100개 넘는 글을 올리며 판매하고 있던 사례였다.

비싼 명품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여성은 아기옷을 중고거래하기 위해 판매자가 불러주는 장소로 갔는데 알고보니 아기옷 매장이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그제야 이 여성은 판매자의 글을 쭉 검색했고, 아기옷을 수십개 올려놓고 판매하는 것을 알게 됐다.

판매자가 판매장소(사업장)를 온라인 매장(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바꿨을 뿐이었다.

쿠팡이나 11번가, 네이버스토어 등을 이용해 물건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소득세와 부가세를 비롯해 플랫폼 수수료까지 내가며 장사를 하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은 세금과 수수료 등을 모두 피해가는 것이다.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칼을 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지난 2022년 세법개정안에 판매·결제대행·중개 사업자(중고거래 플랫폼)는 분기별로 판매·결제 대행자료를 의무적으로 국세청에 제출해야 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포함시켰고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해당 법안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500~600명의 납세자에게 종소세 신고를 하라는 안내문이 발송된 것이다.

과세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 해결이 필수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함에도 지금 논란이 되는 이유는 사업자와 개인을 걸러내기 힘든 시스템 때문이다.

기준 있다는데…그게 대체 뭐야?

국세청은 계속적·반복적 거래를 한 사람은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안내문을 발송했지만, 사실 이 부분은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다. 계속적·반복적이라는 것을 무엇으로 판단하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통신판매업의 간이과세 기준인 연 매출액 4800만원을 적용해 분기별 1200만원 이상, 연간 50회 이상 거래한 사람에 대해서 과세를 한다고 추측하지만, 국세청과 중고거래 플랫폼은 금액 기준이 공개되면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며 꽁꽁 숨기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소득세 신고 안내문을 받은 납세자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나는 정말 개인 거래를 했을 뿐인데 왜 세금이 나왔냐는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제일 많이 나오는 불만은 올려놓은 게시글을 삭제하기 귀찮아 같은 물건을 여러번 올린 것에 대해 모두 과세대상으로 포함시킨 것과, 실제 거래과정에서 물건가격을 깎았지만 게시글에는 이것이 반영되지 않아 게시글에 올려놓은 가격대로 과세됐다는 점이다.

네이버 카페에서는 개인 중고거래였지만, 종합소득세 신고안내를 받았다고 토로하는 글이 넘쳐난다. [출처: 네이버 카페 캡쳐]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사례를 살펴보면 A씨는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 신제품이 나오면 사용한 뒤 이를 중고로 판매했는데, 제품 대부분이 고가이다보니 연간 1000만원 가량을 중고거래해왔다. 이에 대해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세 50만원의 신고안내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 장난으로 9999만9999원을 한 두차례 입력하고 거래완료 버튼을 눌렀는데 종소세 400만원의 신고안내를 받았다. 국세청에 문의하니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하고, 플랫폼 업체에서는 "국세청의 잘못으로 혼란이 발생해, 이런 경우 국세청에서 종소세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고지를 해주기로 했다"고 안내했다.

B씨는 "국세청과 업체의 말이 달라 혼란스럽다. 5월에 종소세 신고를 안하고 있다가 가산세를 내게될까봐 무섭다"고 밝혔다.

C씨는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을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렸고 판매가 잘 되지 않아 여러 차례 올렸는데 그것이 모두 소득(1300만원) 잡혀 세금이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무서 직원과 통화해 사정을 밝히자, 소득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C씨는 "너무 행정편의 아니냐. 나라에 돈이 없으니 이런 식으로 과세하냐"고 따지자, 국세공무원은 "납세자의 신고편의를 위해 다 소득으로 잡았다"고 답변했다고 토로했다. 

중고거래의 경우 판매자가 이전에 물건을 구매한 적격증빙(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신용카드 내역서)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문제다.

더구나 납세자가 소명하는 과정에서 어느 세무서에서는 계좌이체 내역을 인정해주거나, 다른 세무서에서는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등 대응방식이 차이가 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2022년 7월 세법개정안이 발표되고 1년이 넘는 준비시간이 있었지만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종소세보다 더 대단한 놈이 온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국민들을 혼란에 빠지게 했던 것은 종소세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진짜 문제는 부가세 과세여부다.

국세청이 중고거래 플랫폼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는 근거도 부가세법인 것을 감안하면, 과세당국이 사업성을 가진 중고거래 판매자들에게 최종적으로 과세하고 싶은 세금은 부가세다.

종소세 과세 과정에서 나타난 중복 게시글 문제, 실제 거래금액과 게시글의 거래완료 금액의 차이 등은 국세청과 중고거래 플랫폼이 해결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세 과세 과정에서는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판매자가 이전에 물건을 구매한 적격증빙(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신용카드 내역서)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 부가세 과세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종소세의 경우 본인의 소득에 따라 6~45%의 세율이 적용되고, 각종 공제를 받을 여지가 많지만 부가세는 매입을 했다는 증빙서류가 꼭 있어야만 공제받을 수 있다.

실제 사업자라면 정당하게 내야할 세금이지만, 일반 개인이 거래했을 경우에는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 신용카드 거래내역 등을 챙겨놓는 사례가 많지 않다. 부가세가 과세될 경우 적격증빙이 없다면 부가세를 고스란히 내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을 때 부과되는 미등록 가산세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국세청이 계속적·반복적 사업자로 분류해 과세를 한다면 부가세도 신고·납부해야 하지만, 사업자등록도 필수다. 만약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매출의 1%는 미등록 가산세로 납부해야 한다.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분(1~6월) 부가세에 대해 확정신고를 하는 7월에 중고거래에 대한 부가세를 어떻게 과세할 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가세 가이드라인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플랫폼에서 받은 자료를 보고 분석하고 있다"며 "체계가 잡혀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것이 없다. 중복 게시글 등 실제 거래가 아닌 데이터에 대해선 플랫폼 업체에서도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부가세 과세 여부는 결국 '사업성'을 어디까지 판단하느냐에 달려있다. 대형로펌 변호사는 "중고거래에서 사업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세법에서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을 따지는 문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중고거래에서 이익을 남겼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세청에서 어떻게 방침을 정하느냐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지겠지만, 법에도 계속적·반복적의 정확한 기준이 없어 국세청에서 방침을 정하거나 공개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사실판단 사안"이라며 "중고거래에서 세금이슈가 발생했다면 초기부터 대응을 잘해야 한다. 내가 중고거래에서 이윤을 남기지 않았다는 선(善)한 진심이 통할 것이라 생각하고 초반에 대응을 안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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