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배웠어
뉴스를 보던 소영이가 갑자기 민주주의 이야기를 꺼낸다. 뉴스에서는 직장인 점심값 지원 사업이 논란이라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정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 79억원 규모의 '직장인 든든한 한 끼' 시범사업을 편성했다. 대상은 인구감소지역 산업단지 근로자와 중소기업 직장인 5만4000명이다. 아침은 1000원에 제공하며, 점심은 외식업종에서 결제한 금액의 20%를 최대 월 4만원까지 지원한다.
이런 내용에 소영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회사 다니는 어른들은 돈을 벌잖아. 그 돈으로 밥 사먹으면 되지 않아? 차라리 그 돈으로 방학 때 급식을 주지. 어린이들 점심을 더 챙겨줘야지"
소영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일정한 소득이 나오는 직장을 가진 것은 분명 행운이다. 이 예산으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모든 정책을 더 어려운 사람만 돕자는 기준으로만 판단하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 힘들다. 이번 사업은 직장인 점심값이라는 생소한 영역에서 정책을 실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문제는 명분과 실효성이다.
직장인 점심값 지원 사업의 경우 현재 국민들이 명분과 취지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득이 있는 사람들의 점심을 왜 세금으로 지원해주냐는 불만이 대다수다.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내 손으로 뽑은 정치인이 명분도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정말 민주주의야?'
소영이는 최근 학교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고 있다. 소영이가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기 전에는 다수결의 원칙이 절대적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보드게임 또는 유튜브 시청을 하겠다는 소영이의 말에 우리 가족은 항상 거수로 정했다. 한 편이 된 엄마와 아빠에게 소영이는 항상 뜻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배우자 이제는 엄마, 아빠의 얄팍한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대!"라며 유튜브를 그냥 틀어버린다.
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줘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은 후보만 당선돼. 나머지 후보에게 간 표는 결과에 반영되지 않아. 그걸 사표(死票)라고 불러. 소수의 의견은 선거 제도 속에서 드러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소영이는 다시 묻는다.
"그러면 직장인 점심값 지원은 그 정치인을 뽑은 국민들의 뜻이야?"
쉽지 않은 질문이다. 당선자를 지지했더라도 그의 모든 정책을 다 지지한다고 볼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의 연말정산 개편(세액공제 전환)처럼 국민 반발에 떠밀려 정책이 수정되거나 철회된 경우도 있다. 선출된 정치인도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기에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 포퓰리즘 정책이 나오기도 한다.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소영이가 말했다.
"엄마, 어린이들은 투표를 못하잖아. 어린이의 생각은 어떻게 말해야 돼?"
이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나도 몰랐으니까.
사실 투표권이 있는 성인이라도 내 의견이 정책 수립 과정에 잘 반영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직장인 점심값 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밥값 인플레이션을 넘어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시 묻는 것이 아닐까? 민주주의는 다수의 힘으로 굴러가지만, 그게 무조건 옳은 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소수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라는 속담처럼 말이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민주주의와 세금 이야기]
◎민주주의란?
사람들이 직접 모여서 모든 걸 정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투표를 통해 대표(대통령·국회의원 등)를 뽑고, 그 대표가 대신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예요.
다수결로 결정하되,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진짜 건강한 민주주의가 돼요.
◎세금은 어떻게 쓰일까?
우리가 내는 세금은 나라의 돈(재정)이 돼요.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국민이 뽑은 정치인들이 정해요.
선거에서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밥값 지원, 교육비, 도로·병원 건설 같은 정책이 달라져요.
세금을 잘 쓰도록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중요한 과정이에요.
◎선거 과정은 어떻게 될까?
국민이 투표로 대표를 뽑아요.
가장 많은 표(다수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돼요.
당선된 대표가 나라 살림과 정책을 결정하지만, 모든 정책이 항상 국민 모두의 뜻과 같지는 않아요.
◎사표(死票)란?
투표는 했지만 당선에 도움이 되지 못한 표예요.
3명이 출마했는데 1등만 당선된다면, 2·3등 후보에게 간 표는 사표가 돼요.
그렇다고 사표가 가치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사표도 국민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중요한 표예요.
◎포퓰리즘(populism)이 뭐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려고 달콤한 정책을 내놓는 정치 방식을 말해요.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세금을 걷지 않고 무언가를 준다는 공약은
나라 살림에 부담이 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볼게요.
학교 회장 선거 때 "매일 급식에 치킨이 나오게 하겠다", "학교를 놀이공원으로 만들겠다"
이런 공약 등이 포퓰리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