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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통장 잔고를 0원으로 만들어라"…현금흐름의 가치

  • 2025.11.04(화) 07:00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

강대준 회계사는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잉여현금흐름(FCF)을 살펴봐야 기업의 진짜 가치를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통장 잔고를 0원으로 만드세요. 현금은 쌓아두면 가치가 없습니다"

어려운 회계를 쉽게 설명해주는 전문가로 통하는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의 말이다. 유동자산이 많아야 든든하다는 편견을 깨버리는 이 발언이다. 그는 기업의 진짜 가치를 보려면 현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원칙은 가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통장에 쌓아두는 예금은 일하지 않는 현금일 뿐, 설계된 흐름을 통해 투자로 순환시킬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최근 출간한 '재무제표, 돈의 흐름을 읽어라'(출판: 비즈니스북스)에서 강 회계사는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의 근간이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임을 짚는다. 

재무제표는 기업 가치를 담는 그릇인데, 표면 숫자만 보면 부실기업에 속기 쉽다. 강 회계사는 "투기가 아니라 투자에 집중하려면 30년 뒤에도 내가 쓸 기업을 고르라"며 "그 관점에서 엔비디아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가진다"고 말한다.

택스워치는 강 회계사를 만나 재무제표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포인트와 현금흐름을 보는 방법,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는 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 회계사는 잉여현금흐름을 봐야만 배당이 어떻게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일반인이 회계용어나 개념을 이해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주식 투자를 하는 일반인들도 재무제표를 분석해 투자하기 보다는 뉴스나 본인의 감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인들도 회계사님이 출간한 책을 읽으면 기업의 가치를 알게 될까?
  작년에 택스워치와 인터뷰 한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고 보면 된다. 작년 인터뷰에서 기업이 돈을 잘 벌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잉여현금흐름(FCF)을 봐야 한다고 말했는데, 사실 이건 주주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다. [참고기사: [인터뷰]강대준 회계사가 알려주는 '잘나가는 기업'의 경영 비법]

삼성전자가 주주 배당을 할 때, 주주들에게 왜 배당을 하는지 어떻게 알려야 할까?

삼성전자는 잉여금의 50% 환원을 목표로 배당을 한다. 이건 2024년에 공시가 됐고, 2025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공시 자료를 보면 FCF가 적혀 있다. 이게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배당 기준을 FCF로 잡는다. 그러니까 FCF가 플러스면 배당을 주고, 마이너스면 안 주는 것이다. 작년까지는 마이너스여서 기본 배당금 정도만 줬는데 올해는 반도체가 호황이라서 FCF가 크게 플러스가 됐다. 그래서 배당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현금흐름 관련 용어들이 사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낯설다. 심지어 교수들도 이 개념을 잘 모른다. 이런 개념이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과 연결되어 있다.

배당만 주주 환원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사주 매입 역시 주주 환원 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그런데 공시에서는 이걸 구분하지 않고 모두 배당으로 표현한다. 삼성전자에서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합친 금액을 9조8000억원이라고 공시했는데, 언론에서는 "배당금이 9조8000억원"이라고 보도한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외부적으로는 '배당받으면 좋고, 주가가 오르면 또 투자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인식하지만, 사실 돈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핵심이다.

FCF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남는 돈이 있어야 투자를 하고 투자할 곳이 없으면 그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한다. 

문제는 돈이 흘러가야 하는데, 사람들이 배당을 달라고 하니까 기업이 무리해서 배당을 하기도 한다. 돈이 없는데 배당을 하려면 어떻게 하느냐. 결국 대출을 받는다.

2023년 삼성전자가 그런 케이스였다. 당시 삼성전자 한국 법인은 영업손실 상태였는데,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2조원을 빌려서 8조원 규모의 배당을 했다. 돈이 없는데도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 배당을 한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같은 초대형 기업은 이런 방식으로 해도 자금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일반적인 회사가 이런 식으로 하면 심각한 재무 리스크가 생긴다. 대출로 배당을 한다는 건 사실상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가 봐야 하는 건, 기업이 돈을 어떻게 벌고 흘려보내는지를 봐야 한다. 영업활동에서 돈이 유입되는가, 투자활동에서 돈이 새어나가는가 하는 구조다. 이게 기업의 건강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Q. 일반적으로 잉여금이 많으면 회사 자본상태가 튼튼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대체 기업이 돈을 어떻게 흘려보내야 옳은 것인가?
  돈을 쌓아두면 멈추고, 멈춘 돈은 가치를 잃는다. 현금을 많이 쌓아둔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돈만 쌓아두고 활용하지 않는 회사는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돈이 만들어내는 건 이자수익뿐이고, 투자를 통해 더 많은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을 쌓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이 개념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저 역시 예전에 주식으로 손실을 본 경험이 있어서 한동안은 보수적으로 돈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현금으로만 보유해두는 습관이 생겼지만, 돈은 쌓아두면 안된다. 저는 통장 잔고를 0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저는 그래서 통장을 여러 개 만들어 두는 편이다. 통장에 돈이 너무 오래 쌓여 있으면, 그건 일하지 않는 돈이다. 흘러 들어오는 돈이 있고, 그게 일정 기간 쌓이면 그 돈은 다시 투자로 나가야 한다. 그것이 다음 현금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스케일업(scale-up)'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건 일반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개념이다. 

요즘은 주식, 코인 같은 걸 많이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돈의 흐름을 몸으로 내재화하는 것이다. 그게 부자가 되는 마인드다. 

부자란 돈이 흘러가고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든 사람이다. 기본은 단순하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벌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덜 쓰는 것이다. 월 단위로 봤을 때 버는 돈이 쓰는 돈보다 많으면, 남는 돈은 투자로 흘러가야 한다.

강 회계사는 "투기를 하지 말고 투자를 하라"며, 가장 좋은 팁은 매달 자동이체를 하듯이 좋은 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통장 잔고를 0원으로 만들라'는 말이 신선하다. 개미들이 주식 투자를 할 때 가장 힘든 것이 멘탈 관리인데 일반인들은 어떤 마인드로 투자해야 하는가?
  투자 초기에는 초기에는 안전자산 중심으로, 주식도 변동성이 적은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 변동성이 큰 곳에 너무 빨리 들어가면 본업까지 영향을 준다. 

그래서 투기와 투자를 나눠 봐야 한다. 투기는 기회를 보고 돈을 버는 것이고, 투자는 정말 좋은 기업을 알고 이 회사가 성장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를 했더라도 어떤 회사는 수급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그런 경우에는 매달 시간을 정해 정액으로 투자하는 게 제일 좋다.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오르면 오르는 대로 꾸준히 주식을 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방식의 수익률이 더 좋다. 우리는 늘 저점에 많이 사서, 고점에서 팔아야지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삼성전자가 많이 올랐어도 어떤 사람은 손해를 본다. 높은 가격에 사고, 낮은 가격에 팔았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선 늘 이런 일이 벌어진다.

진짜 좋은 회사라면 결국 주가는 우상향한다. 그러니 매달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의 일부를 자동으로 투자하는 게 맞다. 무턱대고 한 번에 넣는 게 아니라, 계속 투자하는 것이다. 

진정한 투자는 돈을 빼지 않는 것이다. 저도 돈을 빼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여러 번 배웠다. 저는 본업에서 들어오는 현금흐름으로 투자해왔기 때문에 굳이 돈을 뺄 이유가 없었는데도 괜히 건드렸던 적이 있었다.

사람 심리가 문제다. 예를 들어 5만원대에서 봤던 주식을 지금 사려니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래서 투자는 자동이체처럼 기계적으로 해야 한다. 꿀팁은 자녀 계좌로 투자하는 것이다. 자녀 계좌는 단타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오래 투자할 회사를 고르고 주기적으로 주식을 사면 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찾는 팁은 그 회사의 현금흐름이 매달 순환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것도 모르겠으면 30년 뒤에도 내가 사용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지를 보면 된다. 이러한 측면으로 본다면, 엔비디아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안정적이다.

물론 작전주나 바이오주처럼 고위험을 즐기는 분들도 있다. 그런 리스크 테이킹은 직장 생활과 병행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영업현금흐름(월급)이 매달 들어오고, 그중 남는 돈(잉여현금)으로 투자하면 된다.

갑자기 큰돈 벌었다고 퇴사하면, 들어오는 현금흐름이 끊겨서 금방 흔들린다. 아까 통장 잔고를 0원으로 만든다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이는 진짜 0원으로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들어오는 현금흐름을 미리 설계해 두고 자동으로 투자로 흘려보내라는 뜻이다. 그러면 통장 잔고가 0원이 되어도 다음 유입으로 다시 채워지는 구조를 만들라는 말이다. 돈이란, 계속되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

Q. 책에서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기업의 재무제표에 관심을 가지라고 쓰여있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굳이 내가 왜 기업의 재무정보까지 알아야 하냐는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이러한 조언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재무제표는 '정보를 담는 그릇'라고 생각한다. 회계 정보는 결국 비즈니스의 이면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우리가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고, 반대로 비즈니스를 이해하려면 그걸 숫자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와 회계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페라리를 예로 든다면, 저는 페라리를 사본 적은 없지만 페라리를 사려면 수백만 원의 선납금을 내고 대기해야 한다고 들었다. 페라리는 단순히 비싼 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열망의 상징이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때도 비즈니스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를 먼저 본다. 현재 저는 네이버, 페라리, 크로거(Kroger), 코스메틱스 기업 등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더존비즈온의 주식도 오래 보유하고 있다.

강 회계사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라고 설명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더존비즈온은 제가 창업한 2015년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매달 돈을 내고 있는 회사다. 우리 회사 운영 시스템이 전부 더존비즈온이다. 심지어 직원들끼리 농담처럼 "더존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 틀린 건 우리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버그 아니야?'라고 생각할 때, 알고 보면 더존이 이미 업데이트를 해둔 상태다.

더존비즈온의 현금흐름이 좋은 이유는 명확하다. 세무사·회계사 사무실을 대상으로 회계 아웃소싱 프로그램을 구독형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매달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구조다. 이건 완벽한 선순환 구조다.

여기에 인공지능(AI), AI 기반 업무 자동화(RPA)가 붙으면 기능이 확장되고, 서비스 단가도 올라간다. 

이런 회사들이 결국 플랫폼 기반 금융업으로 진화한다. 현금흐름을 잘 알고, 데이터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토스가 그랬고, 중국의 알리바바도 같은 방향으로 갔다. 다만 중국은 정부 규제로 막혔다.

은행의 본질은 현금을 다루는 비즈니스다.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업으로 확장하는 이유는 고객의 현금흐름 데이터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가장 싫어하는 건 재고다. 재고는 곧 멈춘 현금이다.

신세계는 상품권 비즈니스를 잘한다. 계열사인 이마트와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상품권 충전이나 선물하기를 통해 1조2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먼저 들어온다. 이게 선수금이다. 아직 사용되지 않았지만 이미 받은 돈이 있으니 현금흐름이 매우 안정적이다.

이처럼 현금이 매달 들어오는 구조를 가진 기업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더존비즈온이 대표적이다. 더존비즈온이 망한다는 것은 세무사와 회계사가 망한다는 뜻이다. 이들이 망했다는 건, 한국의 회계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회계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산업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만큼 더존비즈온은 국가 시스템과 맞물린 기업이다. 실제로 국세청의 전산 체계도 더존비즈온의 시스템과 연계되어 있다. 부가가치세 신고도 예전엔 며칠 걸리던 것이 지금은 10~15분이면 끝난다. 그만큼 시스템이 정교해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시스템을 잘 몰라서 못 쓴다는 것이다. 세무사무소 직원들이 "그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몰라서 하는 말이다.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사람 쪽이다.

그래서 저는 더존비즈온 주식에 변동성이 있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 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멘탈 관리의 핵심이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져도, 이 회사는 구조적으로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으면 투자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더존비즈온의 주가가 떨어졌을 때도 저는 당연히 다시 오를 것이라고 봤다. 왜냐하면 영업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너무 낮았다. 결국 다시 회복했다. 이게 바로 가치를 알고 투자하는 사람과 가격에 흔들리는 사람의 차이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본다는 건, 숫자를 공부하자는 게 아니다. 그 기업의 비즈니스 구조와 돈의 흐름을 읽는 힘을 갖자는 것이다. 결국 그게 멘탈이고, 장기 투자의 근육이 된다.

2012년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가 3만원대였는데, 지금은 100만원이다. 만약 이걸 샀다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수익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 상승에 대해서는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다. 평소에 잘 보지 않는 주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는 상실감이 크다. 뉴스에서 자주 보니까 조금만 주가가 떨어져도 마음이 요동친다. 

Q. 책에는 순매출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왜 매출과 순매출의 차이를 알아야 하는가?
  우리가 흔히 보는 매출은 총액이다. 여기에는 광고비나 수수료, 리베이트 같은 게 섞여 있다. 그래서 진짜 영업실적을 보려면 순매출을 봐야 한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이 따로 있다. 한국 본사에서 미국 판매법인에 제품을 넘기고, 그 법인이 다시 베스트바이·아마존 같은 소매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 중에서 내부거래는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거되고,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된 금액만이 진짜 순매출이다. 이걸 회계 용어로는 셀인(Sell-in)과 셀아웃(Sell-out)으로 구분한다.

셀인은 제조사가 유통사에 넘긴 금액, 셀아웃은 소비자에게 실제로 팔린 금액이다. 결국 기업의 건강성을 보려면 셀아웃 중심의 순매출 흐름을 봐야 한다.

만약 120원에 물건을 팔면서 유통사에게 5원을 리베이트로 줬다면, 과거에는 매출 120원에 비용을 5원으로 잡았다. 

그런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이제는 115원이 순매출로 잡힌다. 이 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걸 잘못 처리하면 매출을 부풀리는 분식회계가 된다.

예컨대 "딜러한테 많이 받고 나중에 돌려줄게"라는 식의 거래는 일시적으로 매출을 키우지만, 현금흐름이 맞지 않아서 나중에 부실 신호로 드러난다.

삼성전자도 이 부분을 핵심 감사 사항으로 지정해 리베이트 차감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확인한다. 

농심은 재무제표에 총매출 3조9000억원과 순매출 3조4000억원을 아예 구분해 공개한다. 매출 차감 항목이 많다는 걸 스스로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애플의 재무제표도 마찬가지다. 리베이트·환불·프로모션 등을 제외한 금액만 공개하는 구조다. 이게 바로 글로벌 스탠다드다.

저는 책에도 매출에 속지 말자고 썼다. 많은 분들이 순이익이 중요한 줄 알지만, 사실 순이익이 아니라 순매출이 재무제표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매출은 현금흐름과도 다르다. 100년 전에는 돈을 받으면 매출이었지만 지금은 판매 시점에 매출이 인식되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도 현금이 안 들어올 수 있다. 

작은 회사일수록 이런 착시가 심하다. 연말에 억지로 매출을 올려놓지만, 실제로는 외상매출채권만 늘고, 재고가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건 운전자본이 원활히 돌지 않는다는 신호다. 이런 기업은 겉보기엔 매출이 커 보여도 실제로는 부실 가능성이 높다.

강 회계사는 순매출과 셀인, 셀아웃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면 분식회계 등의 착시효과를 알아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전문 회계 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재무제표에서 어떤 포인트를 순서대로 보면 좋을까?
  
내용이 길어서 책에는 담지 않았지만, 제가 재무제표에서 봐야 할 포인트를 10단계로 정리해놓은 것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①매출 ②영업이익 ③순이익 ④영업현금흐름 ⑤투자현금흐름 ⑥잉여현금흐름(FCF) ⑦부채비율 ⑧유동비율 ⑨재고자산 회전율 ⑩자본금 변동이다.

중요한 건 '매출 → 이익 → 현금흐름 → 잉여현금'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용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구조는 단순하다.

첫 번째는 매출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다. 그래서 순매출을 봐야 한다. 그게 진짜 영업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다.

두 번째는 이익이다. 이익이 난다고 회사가 좋은 게 아니다. 이익이 나도 부도나는 회사가 있다. 그건 현금흐름이 나쁘기 때문이다. 이익은 회계상의 수치이지만, 현금흐름은 실제 돈의 흐름이다.

세 번째는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를 봐야 한다. 영업현금흐름이 좋아도 캐펙스(CAPEX, 설비투자비용)로 계속 돈을 쓰는 회사라면 남는 현금이 없다.

그래서 마지막 단계로 봐야 하는 게 잉여현금이다. 영업에서 번 돈에서 투자비용을 뺀 순수한 현금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사례가 있다. 반도체 회사들은 경쟁사보다 앞서기 위해 매년 막대한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니 영업이익이 나도 잉여현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엔비디아는 공장이 없다. 설비투자를 외주에 맡기기 때문에 버는 족족 현금이 쌓인다. 애플도 마찬가지로 폭스콘에 외주를 준다. 이런 구조를 가진 회사는 영업현금이 그대로 잉여현금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이런 회사가 상대적으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사모펀드(PEF)들이 치킨 프랜차이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사는 돈을 쓰지 않는다. 가맹점주들이 자기 돈으로 매장을 내고 그 매장에서 매달 매출이 발생한다. 본사는 로열티만 받으면 된다. 본인은 투자하지 않고도 현금흐름이 생기는 구조, 이게 바로 설비투자가 거의 없는 모델이다.

이러한 회사들이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 그런 회사들이 바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기업이다.

이런 구조를 한 번 이해하면 이후에는 이 기업의 현금이 어디로 흐르는지 보기만 해도 감이 온다. 

더존비즈온도 좋은 모델이다. 전국 회계사무소 수천 곳이 더존비즈온의 프로그램을 쓰고 기장료처럼 매달 구독료를 낸다. 완벽한 구독 모델이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설비투자도 거의 없다. 시스템 자체가 안정적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다.

※ 용어로 보는 현금흐름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 :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CAPEX) 등 필수 지출을 뺀 실질적으로 남는 현금. 진짜 여유자금이자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
▲설비투자(캐펙스/CapEx, Capital Expenditure) : 공장·기계·시스템 등 생산 능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위한 투자비용. 투자가 많으면 미래 성장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잉여현금이 줄어든다.
▲주가순자산비율(PBR, Price to Book Ratio) : 기업의 주가가 자산가치에 비해 얼마나 높은가를 나타내는 비율.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는 기업은 PBR이 낮은 경향이 있다.
▲영업현금흐름(Operating Cash Flow) : 회사가 본업(영업활동) 을 통해 실제로 벌어들인 현금. 영업이익이 나더라도 이 지표가 마이너스면 현금이 돌지 않는 구조다.
▲순매출(Net Sales) : 총매출액에서 리베이트·환불·수수료 등을 차감한 실제 매출액. 기업의 실질 영업성과를 보려면 총매출보다 순매출을 확인해야 한다.
▲셀인(Sell-in) : 제조사가 유통사에 제품을 공급한 금액 
셀아웃 (Sell-out) : 유통사가 소비자에게 실제 판매한 금액. 진짜 시장 수요는 '셀아웃'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운전자본(Working Capital): 단기 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유동자산 – 유동부채)로 계산한다. 운전자본이 원활히 돌아야 매출이 늘어도 현금이 막히지 않는다.

강대준 회계사. [사진: 이대덕 기자]

☞강대준 회계사는?
  공인회계사이자 세무사로, 현재 인사이트파트너스의 대표 회계사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의 비재무 직군을 대상으로 복잡한 회계와 원가지식을 쉽게 강의하며, 삼성전자 Finance Accounting 과정에서 10년 넘게 최고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경력을 시작해 퍼시스 사외이사, 대상홀딩스 비즈니스 전략 고문 등 기업자문과 여러 유니콘 기업의 최고경영자 개인 고문을 맡으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21년 출간한 '지금 당장 회계공부 시작하라'는 일반인이 회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용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최근 출간한 '재무제표, 돈의 흐름을 읽어라'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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