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올랐는데, 왜 회사에는 돈이 없지?
모두 열심히 일하는데, 회사는 왜 힘들까?
공격적인 투자가 돈 버는 길이라는데…적자여도 괜찮을까?
기업 경영자뿐 아니라, 회사 직원, 투자자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었을 의문이다.
쿠팡은 2010년 창사 이후 12년 동안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처음 흑자로 전환됐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매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들어오는 현금이 없어 기업 회생이라는 결말을 맞이했다.
이 기업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같은 매출과 적자, 차입금이라고 하더라도 회계의 관점에서 보면 성격이 완전 다르다. 같은 적자라도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적자는 쿠팡의 사례이며, 티몬과 위메프의 매출은 적자를 보전할 수 없는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이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날이 지날수록 기업을 갉아먹고, 결국에는 문 닫게 만드는 암세포와 같은 이상징후는 무엇이 있을까?
①영업활동 현금흐름(feat. 공헌이익)
회계용어 중 하나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말 그대로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뜻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번 것이 회사 계좌에 들어온 것을 의미한다.
현금흐름 종류에는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이 있는데 이 세 가지는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영업활동으로 인해 현금이 기업으로 들어오고, 이를 투자에 사용하는 것이다.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영업활동에서 '이익'을 남겨야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를 계산할 때 '공헌이익'을 간과해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
공헌이익은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관리회계 용어로, 1개 상품의 매출액에서 변동비용을 뺀 금액을 뜻한다. 비슷한 용어로 한계이익이 있는데, 이는 1개 상품의 매출액에서 직접비용을 뺀 금액이다.
한계이익과 공헌이익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매출을 얼만큼 올려야 이익이 남는지(손익분기점)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공헌이익이 남는 장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변동비와 고정비를 모두 제외하고 남는 금액이다.
고정비는 기업의 건물이나 기계설비 등 생산량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뜻하며, 변동비는 상품 생산량에 따라 증감하는 비용을 뜻한다.
예를 들어 1000원에 판매하는 물병의 재료비와 인건비 등 변동비(원가)는 600원이고, 이를 10개 팔았다면, 공헌이익은 '400×10=4000'으로 4000원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기계설비와 건물 임대료 등의 고정비가 3000원이 나온다면, 1000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고정비는 계속 3000원이기 때문에, 상품만 많이 팔린다면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이에 딱 맞는 사례가 쿠팡이다. 쿠팡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물류센터 건립 등 시설 투자로 12년 동안 적자에 시달렸지만 지난해 처음 흑자로 전환했다. 이유는 공헌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업 초창기에는 시설투자로 인해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공헌이익이 생기는 상황이라면 매출이 늘어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매출이 커질수록 고정비는 똑같기 때문에 이익이 많이 남는 구조가 된다.
하지만 공헌이익을 간과해 적자에 허덕이거나 갑자기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대형 플랫폼들도 상당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달대행 플랫폼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늘어나자, 배달대행 플랫폼들은 투자를 많이 받기 위해 매출 등 외형 확장에 힘을 쏟았고 결국 공헌이익이 아닌 공헌손실이 발생했다.
배달 코스를 늘릴수록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는 오토바이 관리비용과 수당, 예기치 못한 사고 수습 비용 등 변동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공헌손실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우에는 열심히 일해 매출이 늘어날수록 손실을 보게 된다.
많은 피해를 야기한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할인쿠폰을 남발해 공헌손실이 났고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마켓컬리의 경우 지난 2021년 영업손실이 2177억원을 기록해 논란이 일었지만, "공헌이익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부랴부랴 해명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마켓컬리가 낯선 내부관리회계 용어까지 들고나오며 해명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핑계라는 지적도 했었다.
이런 지적에도 마켓컬리가 굳이 해명에 나선 이유는, 공헌이익 발생 여부가 향후 기업의 존속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②재무활동 현금흐름(feat. 엔젤투자)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의 자금조달 현황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고 상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 유입과 유출을 의미한다.
재무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투자금이 될 수도 있고 차입금이 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차입금보다는 투자금이 기업의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 유치를 위해 공헌손실이 나면서도 매출 증대에만 힘을 쏟는 사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에 계속 투자금이나 차입금 등 외부자금을 끌어와야 하고, 조달하는 자금의 성격 또는 품질이 점점 악화된다.
이를 한 눈에 잘 볼 수 있는 사례가 또 마켓컬리다.
마켓컬리의 경우, 사업을 시작했던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전환우선주'로 14회 자금을 끌어왔다. 전환우선주는 우선주이지만, 일정기간이 지난 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을 뜻하며 투자자가 기업에게 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없다.
투자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전환우선주가 투자금 성격 중 건강한 편(엔젤투자)이라고 본다.
다음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우선주이면서도 원금상환과 보통주로 전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모두 주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지만, 투자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와 마찬가지다.
이에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회계상 부채로 잡힌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6회 발행했지만,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2021년 전환우선주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만약 투자금을 계속 끌어오는데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기업의 다음 선택지는 '전환사채'다. 전환사채는 일반 채권처럼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다가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투자자가 원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 때 주식 전환가액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식 전환가액보다 주식가격이 높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과 이자를 받는 것보다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낫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기업이라면 영업활동에서 이익을 내서 투자를 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가장 좋은 흐름이다. 전환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상황이 된다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
회계 관점에서 현금흐름은 ▲영업활동 플러스(+) ▲투자활동 마이너스(-) ▲재무활동 마이너스(-)가 가장 좋지만, 마켓컬리는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에서 마이너스, 재무활동에서 플러스라는 패턴을 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티몬과 위메프는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모두 마이너스였다.
③투자활동 현금흐름(feat. 비즈니스 모델)
기업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을 잘 설계해 고정비가 적게 들어가면서 최대한의 이익을 낼 수 있는 흐름을 가져가야 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선행투자와 규모의 경제다.
남들이 다하는 것을 따라하는 비즈니스를 한다면, 손해볼 가능성이 크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장에 대해 예측하고 선행투자를 한 뒤,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하면 그 때 투자했던 현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강조한 '초격차 투자'는 다른 나라는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반도체 시장이 무르익었을 때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수익이 난다고 안주하지 말고, 또 다른 시장이 다가오기 전에 선행투자를 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는 매출이 커질수록 이익이 증가하는 전략이다. 한 번 투자한 고정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공헌이익이 나는 비즈니스를 한다면 이익은 계속 증가한다.
규모의 경제가 어려운 사업 모델은 고객이 늘어날수록 지속적인 관리비용이 들어가는 헬스장이나 요가, 필라테스 등 체육시설이다.
④비재무적 요소(feat. 허세는 그만)
부실기업으로 가는 징후는 재무적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재무적 요소도 잘 안되는 회사를 골라낼 수 있는 힌트 중 하나다. 잘 안되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는 기업 경영인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알아두면 좋을 팁이다.
대표나 직원 모두 근무시간 중 소재를 밝히지 않는 외출을 하는 것은 회사에 밝히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는 의미다. 직원의 경우 타 회사 면접 등 이직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고, 대표의 경우 회사보다는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
고급 승용차를 타거나, 사무직에 어울리지 않는 특출한 외모와 패션의 직원을 비서로 두는 경우에도 주의하는 것이 좋다. 대표가 회사의 내실보다 '허세'를 부리며 투자금 유치에만 열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만 찾아다니는 회사도 망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가 비즈니스 모델 설계와 공헌이익 창출보다 어떻게든 지원금만 받으려고 눈에 불을 켠 상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회계세무전문가인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와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작성됐습니다.
☞강대준 회계사는?
공인회계사이자 세무사로, 현재 인사이트파트너스의 대표 회계사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의 비재무 직군을 대상으로 복잡한 회계와 원가지식을 쉽게 강의하며, 삼성전자 Finance Accounting 과정에서 10년 넘게 최고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경력을 시작해 퍼시스 사외이사, 대상홀딩스 비즈니스 전략 고문 등 기업자문과 여러 유니콘 기업의 최고경영자 개인 고문을 맡으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