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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와 세금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 2024.08.14(수) 08:41

[프리미엄 리포트]이동건 국립한밭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재미있는 회계·세금 이야기 ①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역사를 통해 학문의 탄생 배경을 이해하고 그 본질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회계나 세금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즉, 회계나 세금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적 발전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회계와 세금의 탄생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회계의 기원

일반적으로 회계란 "기업의 경영성과와 재무상태를 측정·기록·분석하여 이해관계자가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다만 인류 초기의 회계는 단순히 물건의 개수를 헤아리고 기억하는 '셈'의 개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회계라는 개념은 인류 역사에서 언제 최초로 등장했을까?

회계는 인류의 삶과 관련이 깊을 것으로 추정된다. 흔히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직립보행 및 도구의 사용 여부와 이성적 생각의 존재 여부라고 한다. 오직 본능에 따라서만 행동하며 살아가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손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고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인류가 처음으로 출현한 것은 지금부터 약 300만∼350만 년 전이다. 구석기 시대인 초기의 인류는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사냥과 채집으로 식량을 조달했다고 한다. 당시 인류는 매일 매일 사냥과 채집을 통해 가족을 먹여 살리고 맹수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것에 집중했을 것이다. 맹수로부터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여러 가족들이 모여서 살게 되고, 신석기 시대에 들어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부족을 이루어 생활하게 되었다.

한편 인류는 동물과 달리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즉, 사냥이 잘되어 여분의 고기가 남았거나 곡식이나 과일 채집이 많은 계절에는 흉년이 발생하거나 전쟁에 대비하여 식량을 비축하여야 하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즉, 동물과 달리 인간은 자신의 식량이나 재산을 저장하고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물론 동물 중에도 식량을 모아두는 종류가 있기는 하지만 자기의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며, 체계적·계획적으로 장기적인 저장을 하고 재산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인류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동물은 굶주린 상태에서는 먹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투지만, 일단 배가 부르면 싸움을 하지 않고 배가 고플 때까지 사냥도 하지 않는다. 반면 인류는 미리 미리 만일을 대비하여 식량을 축적하고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이성적으로 대처할 능력이 있는 것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수렵과 채집 중심의 유목 생활을 하던 시기에는 사냥한 동물이나 채집한 음식물을 관리하고 부족 구성원에게 나눠주기 위해서 물건을 헤아리고 관리해야 했다. 이렇게 선사시대 인류는 식량의 저장 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도구, 표식 등을 이용하여 셈을 했다고 한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인류는 물건의 개수와 종류를 표시할 방법을 고안하게 된다.

즉, 광의로 보면 공동의 식량을 저장하고 수량을 관리하기 위해 인류 최초의 '회계'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으로 추측된다. 아주 오래전 선사시대의 인류는 나무에 뾰족한 돌로 기호를 새겨 표시하거나, 조약돌, 동물 뼈와 같은 물건을 셈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과 지식이 쌓이기 시작하자 나중에는 진흙에 나뭇가지로 표시하거나 구멍을 뚫은 후 불로 굽거나, 진흙 공이나 점토판을 만들거나 매듭으로 표시하는 방식을 개발했다고 한다.

인류가 농경 사회로 진입하고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보유한 재산을 파악하고 물건을 교환할 때 셈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복잡해졌을 것이다. 특히, 공동의 재산은 물론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생긴 이후에는 물건을 외상으로 빌려주는 일도 많아지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 문자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문자의 발명으로 시작된 문명 시대에는 큰 강 유역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도시국가가 성장하면서 국가 간의 교역도 증가했다. 즉,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교역과 사유재산의 관리를 위해 더 많은 정보를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문자가 회계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 발명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당시에 회계 정보를 기록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계를 이야기 하면 숫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계에서 숫자를 사용한 것은 인류 역사 전체를 보면 극히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오늘날 사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가 최초에 인도에서 생겨난 것이 약 기원전 300년 정도이니 문자나 숫자의 발명 이전에는 수만년 동안 회계를 하는데 표식이나 기호를 사용했을 것이다. 아라비아 숫자는 12세기 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회계의 기원은 인류가 처음 공동생활을 시작한 시기이며, 이후에도 회계는 인류 문명의 태동과 함께 꾸준히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사 시대, 문명 시대는 물론 근현대 시대에 이르기까지 회계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만 변화해 왔을 뿐 인류의 삶을 이어나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기록한다는 회계의 근본 목적과 기능은 변함이 없다. 회계는 인류가 경제 활동과 관련한 기본적인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겨났으며, 사회가 발전하면서 더 많은 회계 정보가 필요하게 되자 여기에 맞춰 함께 발전해 온 것이다.

상인들이 어떻게 돈을 관리하는지 보여주는 캥탱 마시의 '환전업자와 그의 아내(1514년)' 그림. [출처: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홈페이지]

세금의 기원

죽음과 함께 세금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라고 한다. 모든 인간은 생활하면서 세금을 필수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의 기원에 대해서 명확한 것은 없지만 인류가 공동생활을 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류가 초기에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할 때에는 세금의 개념이 없었을 것이다. 사냥과 채집 활동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데 정신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가 농경 생활을 하면서 한 곳에 정착하게 되고 급격한 인구 증가와 함께 부족사회를 형성하게 된다. 농경 생활로 수확한 잉여 농산물은 장기간 보관이 필요하며, 부족한 물품은 다른 부족과 물물교환으로 조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농작물의 보관으로 공동의 재산이 형성된 이후에는 식량이 부족한 다른 부족이 이를 탈취하려고 침략을 하게 된다. '세금'은 바로 이러한 전쟁에 대비하여 공동으로 비용을 조달하게 된 것이 그 시초라고 추측할 수 있다.

즉, 여성이나 노인은 농사를 전담하는 반면 건장하고 힘 있는 젊은이들은 전쟁에 대비하여 평소에도 군사 훈련을 하고 무기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러한 공동의 비용을 부족의 구성원이 골고루 부담하게 된 것이 세금의 기원이라고 할 것이다. 세금이 태동한 이유 역시 인류가 동물과 다르게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고 공평하게 공동의 비용을 마련하는 등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세금은 다른 말로 '조세'라고도 하는데 조세제도는 부족사회에서 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체계적인 제도로 정착되어 갔다. 또한, 국가가 형성되면서 세금을 징수하고 백성들을 다스리기 위해 거둔 세금을 사용하는 데에도 세금과 관련된 사항을 기록할 문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회계와 마찬가지로 세금 역시 인류의 문자 발명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회계와 세금은 인류의 탄생과 거의 역사를 같이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개념상 회계가 세금보다는 조금 더 일찍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가 공동의 생활을 위해 저장한 재산을 정확하게 회계로 표시하고, 그 이후 전쟁과 치안 같은 공동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세금을 거두기 시작한 것이 그 기원이며, 이렇게 회계와 세금이 탄생하게 된 근본적인 목적은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동건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며 Tax본부 파트너를 지냈다. 한국공인회계사 시험 세법 출제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21년 국립한밭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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