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는 누구일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 선수 중 메이저리그의 개척자인 박찬호 선수를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1990년대 후반에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 선수의 호투를 TV로 시청하고 응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은 메이저리그 선수연금과 현재가치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메이저리그 선수 연금은 1947년 시작되어 지금은 프로선수 연금 중 가장 오래 운영되는 연금이며 연금 수혜자도 2024년 현재 약 1만명이라고 한다. 선수 연금은 선수 생활을 의미하는 서비스 기간(service time)에 따라 연금 금액이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금 금액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매년 약 1.8% 정도 인상되고 있다.
2024년 현재, 최소 서비스 기간인 43일 이상은 연간 약 7000달러, 즉 1달러를 환율 1400원으로 환산하면 약 100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서비스 기간 1년 이상은 약 2만7500달러, 10년 이상은 약 27만5000달러의 연금을 평생 수령할 수 있다. 박찬호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활약했기 때문에 가장 높은 수준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연금의 수령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찬호 선수의 경우 만 45세부터 받는 경우 9만1400달러(약 1억2800만원), 만 62세부터 받으면 그보다 약 3배 많은 27만5000달러(약 3억85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3배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옵션인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미 50대에 들어선 박찬호 선수 역시 62세부터 받는 옵션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선택의 타당성에 대해 회계학적으로 분석해보자.
(1) 우선, 만 62세부터 매년 3억8500만원을 받는 경우 평균수명을 85세, 시장이자율 5%로 가정하고 현재가치를 계산해본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매년 연금인상률은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박찬호 선수는 만 62세인 2035년부터 연금을 받게 되며 만 85세인 2058년까지 총 92억4000만원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2025년 현재가치로 계산해보면 총 연금의 가치는 약 63%가 할인된 약 34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즉, 24년간 매년 4억원에 가까운 연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2025년 현재로 보면 그 현재가치는 명목가치의 3분의 1보다 약간 크다.

(2) 만약 박찬호 선수가 만 45세부터 매년 1억2800만원을 받는 경우 평균수명을 85세, 시장이자율 5%로 가정하고 현재가치를 계산해 보면 아래와 같다. 박찬호 선수는 만 45세인 2018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며 만 85세인 2058년까지 총 52억5000만원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2025년 현재가치로 계산해보면 총 연금의 가치는 약 38%가 할인된 약 32억7000만원으로 계산된다. 즉, 41년간 매년 1억3000만원에 가까운 연금을 수령하고 2025년 현재로 보면 현재가치는 명목가치의 3분의 2에 가까운 금액이다. 현재가치로 보면 62세부터 3억9000만원씩 받으나, 45세부터 1억3000만원씩 받으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가치를 계산해 보기 전에는 만 62세부터 받는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월등히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그 결과는 놀랍다. 회계적으로 보면 만 45세부터 연금을 받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정적이고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내 손에 가지고 있는 새 한마리가 미래의 불확실한 두 마리의 새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만 45세부터 연금을 받으면 17년 동안 매년 1억3000만원씩 먼저 받으므로 약 22억원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반면 만 62세부터 받는 옵션은 17년 동안 한 푼의 연금도 받을 수 없다. 17년이 경과하기 전에 메이저리그 선수 연금이 파산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결과, 만 82세가 되기 전에는 오히려 만 45세 연금 옵션의 현재가치가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만 82세가 되기 전에 연금이 고갈되거나, 사고 또는 병으로 사망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면 만 45세 연금 옵션이 더 낫다는 것이다. 물론, 90세 이상 산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현재가치로 볼 때 만 62세 연금 옵션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90세까지 살 수 있을지, 80세가 넘어서 과연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할지, 많은 소비가 필요할지 등을 고려하면 회계학적으로 볼 때 연금을 미리 받아서 합리적으로 투자하거나 소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동건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며 Tax본부 파트너를 지냈다. 한국공인회계사 시험 세법 출제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21년 국립한밭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