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당초 올해부터 국내 상장기업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기업들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공시 의무화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현재는 일관된 ESG 평가기준이 없어, 기업들이 내놓는 ESG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한밭대 캡스톤디자인 연구팀은 제각각인 ESG 평가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환경·사회적 이슈와 관련성이 높은 국내 대표 건설사와 항공사를 선정해 ESG 경영과 공시 현황을 비교 분석했다.
기업의 사전적 뜻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 또는 단체로,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한 투자 활동을 통해 많은 이윤을 남기려고 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가 지난 2020년 "ESG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전 세계적으로 ESG가 급부상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줄임말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비재무적 기준이다. 기업이 단순히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실천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일례로 애플(Apple)은 2030년까지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Net Zero)이라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스타벅스는 협력 농가와 공정무역 원두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확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문제는 ESG 평가 기준이 평가기관마다 달라, 기업들이 일관된 ESG 평가보고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입맛에 맞춘 ESG 평가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홍보하는데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SG 경영을 이미지 개선용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밭대 연구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GS건설과 대우건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ESG 경영보고서를 토대로, ESG 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GS건설과 대우건설
ESG를 구성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는 건설 시장뿐만 아니라, 건설 생산활동을 비롯한 건설산업 전 분야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에도 그 영향은 더욱 크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의 ESG 등급을 확인하기 전에 각 기업의 중대 이슈를 살펴보면, GS건설은 ▲탄소중립 전략 ▲기후변화 대응 ▲산업안전보건관리 ▲공급망 관리 ▲반부패 경영 등이 있다.
지난해 새롭게 선정된 중대성 이슈는 ▲탄소중립 전략 ▲제품 안정성 및 품질 ▲통합적 리스크 관리 등이다. GS건설은 각각의 리스크와 기회요인을 분석해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우건설의 중대성 이슈는 ▲에너지 관리 ▲기후변화 ▲사업장 폐기물 관리 ▲윤리 경영 등이다. 이 중 지난해 새롭게 선정된 이슈는 ▲에너지 관리 ▲기후변화 ▲친환경 신사업 및 비즈포트폴리오 확대 ▲통합적 리스크 관리다.
비즈포트폴리오는 회사가 현재와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의미한다. 대우건설은 친환경 기술개발·투자, 기후변화 대응 등을 핵심 이슈로 설정했다.

각 사의 ESG 평가 방식의 차이점도 두드러졌다. GS건설은 ESG 평가의 정량적 고도화와 전략적 활용을 강조하는 한편, 대우건설은 사회적 책임과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GS건설은 특히 환경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폐기물 관리 목표를 설정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협력사 및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과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ESG 관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기술 개발과 공급망 관리에 초점을 맞춰 ESG 경영을 실천 중이다. 대우건설은 해상풍력 설계와 같은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역사회와 협력사와의 상호 연계를 강화하며 사회적 책임을 확장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ESG 환경 평가의 핵심 기준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떻게 변했을까?
GS건설의 직·간접 배출량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에 기반한 에너지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GS건설은 2023년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전환 노력을 강조했으나, 직접적인 배출 감소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직·간접 배출량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거나, 배출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부유식 해상풍력 설계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기술 활용 덕분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기타간접배출 관리 측면에서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GS건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 100% 목표를 설정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인해, 사업장 안전보건 위반과 리스크 관리 부실이 ESG 경영 저평가 요인으로 지적됐다. 2025년 1월 기준 GS건설의 기업 리스크는 3.1점으로 '매우 높음'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온실가스 기타간접배출량이 2년 사이 약 4배 증가했음에도 공급망과 제품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관리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고서는 대우건설의 ESG 활동이 매출과 비용 절감 등 실제 경제적 성과에 미친 영향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업은 탄소 배출, 기후변화 대응 등 문제에 직면해 있어 ESG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독자적으로 ESG 경영을 운영해왔으나, 한밭대 연구팀은 최근 두 항공사의 합병을 결정함에 따라 ESG 경영 방향성 또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환경요소 분야에서 2024년 ESG 보고서 등급이 B+에서 A등급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의 투명성 강화와 온실가스 기타간접배출량 관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개선점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2년 연속 A등급을 유지하며 구체적인 수치와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제공했지만, 환경적 리스크 관리와 상황에 따른 대응 전략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분야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지속적으로 A등급을 유지하며 인권 경영과 안전관리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목표 수정사항이나 세부 과정에 대한 설명이 미흡해, 위험에 대한 기업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반면 대한항공은 사회분야 등급이 A에서 A+로 상승하며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 중심 경영을 실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의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이 등급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해석됐다.
지배구조 분야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 역량 구성표와 평가·보상 체계를 신설해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C에서 B등급으로 상승했다. 대한항공은 2년 연속 A등급을 유지했지만, 위험에 대한 관리 방법과 성과 모니터링 방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지난해 12월 11일 공식적으로 완료됐으며, 앞으로 두 회사는 ESG 관련 정보를 통합한 하나의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캡스톤디자인 수업을 지도한 기도훈 교수는 "분석 결과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제시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속가능성 활동을 홍보하는 것이나 공시를 이행하는 것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전략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자본 조달 계획의 부재는 기업의 목표 달성 가능성이나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게 한다"며 "성과 및 진척도를 나타내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를 비교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 교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의 선택적 정보 공시가 아니라 구체적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글로벌 기준의 의무 적용을 되도록 빨리 확정할 필요가 있다"며 "분석 대상이 상장 우량기업이고, 지속가능성 성과가 양호한 기업임을 감안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가 매우 시급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밭대학교 융합캡스톤디자인 회계A팀]
회계학과 안영서, 박현정, 허서은, 홍승지
[한밭대학교 융합캡스톤디자인 회계B팀]
회계학과 김승연, 남채윤, 조유나
지도교수: 기도훈 회계세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