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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의 연봉 선택, 천문학적 계약의 비밀

  • 2025.01.23(목) 09:00

[프리미엄 리포트]이동건 국립한밭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손 안의 새 한 마리가 수풀 속의 새 두 마리 가치와 같다.(A bird in hand is worth two in the bush.)" 서양의 유명한 속담이다. 금액은 적더라도 현재 자신이 보유한 것이 미래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것보다 더 낫다는 의미이다. 회계나 재무관리의 기본 중 하나는 '현재가치(PV: Present Value)'의 개념이다. 현재가치가 왜 중요한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알아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오타니 쇼헤이의 연봉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2023년 말 일본의 세계적인 야구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는 LA 다저스와 천문학적인 금액의 연봉계약을 터뜨렸다. 계약기간 10년 동안 연봉 총액 7억 달러, 2025년 초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1조원이 넘는다. 1조원이라는 가치는 연봉 1억원인 사람이 1만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연봉 총액으로만 보면 축구의 신 메시의 6억7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스포츠 역사상 최고금액이라고 한다.

하지만, 계약의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면 회계학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이상한 계약이다. 많은 언론에서도 보도 했지만 계약 내용을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야구선수로서 활동하는 것은 2033년까지이지만, 연봉의 대부분을 선수 생활이 끝나고 나서 10년 동안 받기로 하는 이른바 지급유예(Deferred) 계약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방법을 먼저 제안한 측이 LA 다저스가 아닌 오타니라는 사실이다. 회계학적 상식으로 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러한 계약이 왜 생겼을까?

우선, 현재가치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현재가치는 현재의 1억원이 1년 후의 1억원보다 시장이자율만큼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다. 즉, 1년 후에 받는 1억원은 시장이자율로 할인해야 현재의 가치가 된다. 예를 들어, 1년 후에 받는 1억원을 시장이자율을 5%로 가정하고 1억원을 (1+5%)로 나누면 그 가치는 100,000,000 / (1+0.05) = 95,238,095원 밖에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2년 후에 받는 1억원의 현재가치는 1억원을 (1+5%)로 두 번 나누어주어야 하므로, 100,000,000 / (1+0.05)2 = 90,702,948원이다. 

연봉을 늦게 받게 됨으로써 손해보는 오타니의 연봉을 현재가치로 계산하면 얼마나 차이가 날까? 

(1) 우선 7억 달러를 환율 1400원으로 환산하면 명목가치는 9800억원이다. 9800억원을 처음 10년은 28억원(2백만 달러)씩, 다음 10년은 952억원(6800만 달러)씩 받고 시장이자율을 5%로 가정하고 2025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해 보면, 약 5214억원으로 계산된다. 20년 후에 받는 952억원은 396억원의 현재가치에 불과하다. 즉, 9800억원을 일시불로 받을 때와 비교하면 무려 4586억원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현재가치는 명목가치보다 47%나 할인된 가격이다.

(2) 가정을 현실화하여 10년 동안 매년 980억원을 받는다고 하면 현재가치는 약 8343억원이 된다. 즉, 9800억원을 일시불로 받을 때와 비교하면 약 1457억원이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반면, (1)번의 계약으로 계산한 현재가치보다는 약 3129억원이 증가하게 된다.

물론 LA다저스는 오타니가 만약 (2) 계약처럼 10년 동안 매년 7000만 달러(약 980억원)를 달라고 했다면 그 정도 금액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현재가치를 계산해서 매년 약 4371만 달러(약 612억원) 정도만 주겠다고 했을 것이다. 명목가치로 보면 약 38%가 깎인 금액이다.

위 사례와 같이 현재가치는 화폐의 가치를 따질 때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그럼 오타니는 이렇게 현재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었을 텐데 왜 이런 계약서에 사인을 했을까? 크게 세금과 비세금적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로 세금 문제이다. 

우선, LA 다저스는 사치세(Luxury tax) 문제가 있다. 사치세는 메이저리그 부자 구단의 무분별한 스카웃을 막기 위해 연도별 연봉총액을 정해 놓고 그 한도를 초과하면 그 초과액의 20%~110%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2024년 메이저리그의 사치세는 총 4000억원을 초과했고 LA 다저스는 최고금액인 약 1500억원을 냈다고 한다. 이렇게 모은 돈은 선수 복지, 선수 개인연금계좌 할당 등에 사용된다. 엄밀하게 세금이라기 보다는 벌금인 셈이다. 만약 LA 다저스가 오타니에게 매년 980억원씩 준다면 그 금액의 110%를 사치세로 내야하기 때문에 지급유예 계약을 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한, 오타니의 개인소득세 문제일 것으로 추측된다. 연방소득세야 어쩔 수 없다지만 LA 다저스가 연고지역인 캘리포니아주는 주소득세(State income tax)가 2024년 약 14.4%로 미국에서 최고로 높다. 만약 10년 후 오타니가 은퇴 후 주소득세가 없는 네바다주나 텍사스주로 이사하고 대부분의 연봉을 받는다면 엄청난 금액의 주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은퇴한 추신수 선수가 1000만 달러를 더 주겠다는 뉴욕 양키스 대신 텍사스 레인저스를 택한 것도 주소득세 문제가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두 번째로 비세금적인 문제이다. 언론에서 들고 있는 이유는 오타니의 승부욕이다. 오타니는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해 연봉에 대해 일부 포기하더라도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을 택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엄청난 인기로 천문학적인 광고 수입을 올리고 있던 오타니는 돈보다는 명예를 택했던 것일 수 있다. 2024년 월드시리즈에서 LA 다저스가 우승했으므로 오타니는 이미 그 소원을 이루었다. LA 다저스 입장에서도 지급 연기를 통해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해서 우수한 선수들을 확보할 여력이 생기는 점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현재가치의 중요성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10년 후에 LA 다저스가 망해서 연봉을 받지 못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선수들 연봉 계약 후 2년 이내에 지불유예된 금액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하니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닌 것 같다.  

<다음 편 '박찬호의 연금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이동건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며 Tax본부 파트너를 지냈다. 한국공인회계사 시험 세법 출제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21년 국립한밭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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