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입장에서 회계법인은 '까칠한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외부감사를 진행하는 회계법인의 경우, 기업 담당자에게 자료도 많이 요구하고 잔소리도 자주 한다. 기업의 회계 투명성 확보라는 목표를 잘 알고 있지만, 요구사항을 맞추다보면 번거롭고 불편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외부감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기도 한다. 경영자문 서비스를 통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과세당국과의 세금 문제를 해결해주는 세무자문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서비스로 꼽힌다.
회계법인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업을 상대로 하는 잔소리 대신 조언의 비중이 더욱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외부감사의 매출 비중보다 경영자문 및 세무자문을 합한 비중이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 매출 1위인 삼일회계법인의 2024년 6월 말 기준 연간 매출액은 1조231억원이었는데, 회계감사 매출액이 3600억원으로 35.2%에 불과했다. 오히려 경영자문의 매출액이 4032억원으로 39.4%의 비중을 차지했고, 세무자문 매출액도 2597억원으로 25.3%의 적지 않은 비중을 보였다.
삼일회계법인의 매출 가운데 2/3 정도가 경영자문과 세무자문의 실적인 셈이다. 사업부문별 인원 수는 회계감사 부문이 2353명으로 여전히 57.4%의 높은 비율을 보였고, 경영자문과 세무자문이 각각 810명과 774명으로 뒤를 이었다. 경영자문과 세무자문 직원의 비율을 합치면 38.6%에 불과한데, 매출은 64.8%를 책임진 것이다.
전체매출 2위 삼정회계법인의 당기 경영자문 매출액은 4178억원으로 삼일회계법인보다 더 많았고, 매출 비중도 49.0%에 달했다. 삼정의 경영자문의 인원은 1533명으로 삼일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세무자문을 담당하는 562명과 합치면 전체 회계감사 인원보다 자문 담당 인원이 많다.
안진회계법인의 경영자문 매출은 2630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51.1%를 차지했고, 한영회계법인은 경영자문 매출 1961억원으로 40.8%의 수준을 보였다. 이들 빅4 회계법인 외에는 삼덕 458억원(26.9%), 대주 369억원(25.4%), 이촌 337억원(43.9%), 한울 326억원(31.6%), 삼도 245억원(44.5%), 현대 237억원(45.1%)의 경영자문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회계법인이 기업에 경영자문하는 실제 업무는 경영관리 및 전략, 인수합병(M&A), 가치평가, 구조조정, 디지털 전략, 스타트업,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인공지능(AI)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헬스케어, 국제통상, 해외비즈니스, 공공부문, 기업승계 등에 대한 자문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