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기업의 경제활동을 기록하는 회계의 중요성도 커진다. 회계의 투명성은 기업의 평판과 성장 가능성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회계감사 이슈는 직원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거래처·투자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영업활동 결과와 과정을 나타내는 재무제표는 그야말로 기업의 속살을 보여줄 만큼 투명하고 성실하게 작성해야 한다.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을 경우, 회계법인 등 감사인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이는 곧 주가 하락 등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대상은 어떤 기업이고, 감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은
모든 기업이 회계 외부감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 거래규모가 작고 사업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기업은 외부감사가 필요하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시장에 상장한 법인과 상장예정법인은 외부감사 대상이다. 또한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과 합병해 상장한 우회상장 기업과 기업인수목적 기업과 합병해 상장법인이 되는 기업 역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비상장주식회사는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이면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된다.
규모가 작은 회사 중에서는 ①자산 120억원 이상 ②부채 70억원 이상 ③매출액 100억원 이상 ④종업원 100명 이상 등 4가지 요건 중 2개 이상 해당될 때 외부감사 대상이다.
유한회사는 자산총액 또는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이라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규모가 작다면 ①자산 120억원 이상 ②부채 70억원 이상 ③매출액 100억원 이상 ④종업원 100명 이상 ⑤사원 수 50인 이상 등 5가지 요건 중 3개 이상 해당된다면 외부감사 대상이다.
한정·부적정…감사의견 의미는
회계감사 의견은 감사인이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한 결과에 따라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적정 의견은 회사의 재무제표가 모든 중요한 측면에서 회계 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작성됐다는 의견이다. 재무제표가 회사의 현재 상황과 영업 실적을 있는 그대로 반영했을 때 감사인이 내는 의견이다.
한정 의견은 회사의 재무제표가 대체로 적정하지만, 특정 항목에 제한 사항이나 오류가 있을 때 감사인이 제시하는 의견이다. 주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오류가 있어, 전체 재무제표에 영향이 없을 때 한정 의견을 표명한다.
부적정 의견은 감사인이 회사의 재무제표가 중요한 사항에서 상당히 부적절하거나 허위로 작성됐다고 판단한 경우 표명한다. 재무제표가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의견거절은 감사인이 충분한 감사 증거를 얻지 못해 의견을 표명할 수 없을 때 발행한다. 회사가 감사보고서를 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감사범위에 심각한 제한이 있는 경우가 해당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반기 보고서를 제출한 12월 결산법인 중 삼부토건·태영건설 등 코스피 상장 기업 13곳이 반기보고서 외부감사에서 부적정 의견을 받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한국테크놀로지·위니아에이드 등 49개 기업이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피는 최근 사업연도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이 부적정·의견거절인 경우 또는 2년 연속 감사의견이 감사범위 제한 한정인 경우, 코스닥은 최근 사업연도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이 비적정(부적정·의견거절·범위제한 한정)일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반기보고서에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당해연도 사업보고서까지 비적정 의견이 나온 원인을 해소하지 않으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이즈미디어·스마트솔루션즈는 상장폐지가 결정돼 현재 정리 매매 중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필요한 이유
재무제표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작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적으로도 회계정보를 제대로 공시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상장기업과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비상장회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을 강제하고, 제도 감사의견 역시 외부감사에 추가하도록 하고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란, 기업이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를 작성하고 공시하기 위해 기업 내부에 회계부문만 중점적으로 지도·관리하는 조직을 만들어 운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기업은 내부회계관리규정에 회계정보에 대한 정기적 점검과 조정 사항, 회계정보 작성·공시와 관련된 임직원 업무 분장과 책임에 관한 사항, 내부회계관리자의 자격요건과 임면절차 등을 포함해야 한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외부감사법에 따라 2003년 기업에 도입됐지만, 2018년 이전까지는 제도 운영에 대해 외부감사인이 '검토'하는 정도였다.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이후 새로운 외부감사법을 시행하면서, 상장회사 내부회계관리제도 검증은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됐다.
기존 검토 수준은 회사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자체 점검한 운영실태보고서를 대상으로 감사인이 질문 위주로 검증만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운영실태보고서 외에도 매출·구매·생산 등과 관련된 회사 주요 활동에 대한 내부통제 설계와 운영 자체를 검증하면서 절차와 대상이 크게 확대됐다.
감사기준을 위반했을 때 제재는
금융위원회는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회사와 감사인에는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조치를 하고 있다.
사상최대 규모 5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던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45억4500만원의 과징금과 담당임원 해임 권고 등 제재를 받았다.
기업이 회계감사를 거쳤음에도 매출과 대출 등 감사를 소홀히 한다거나, 허위 재무제표가 확인된다면 회사뿐만 아니라 감사한 회계법인 등에게도 페널티가 주어진다.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했던 삼정회계법인은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50%, 대우조선해양 감사업무제한 3년, 회계사 감사업무 제한 조치를 받았다.
분식회계가 포함된 대우조선해양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낸 안진회계법인은 1년간 신규감사 업무 정지와 과징금 16억원 등을 부과받았다.
직원의 2000억원대 횡령으로 논란이 된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14억9290만원 과징금과 대표이사 해임권고 제재를 받았다. 증선위는 감사업무를 수행한 서현·예일 회계법인과 소속 공인회계사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 등의 제재도 조치했다.
박운용 금융감독원 회계감리1국 선임검사역은 최근 공인회계사 저널(8월호)에 기고한 '내부통제·내부회계관리제도 실패로 인한 횡령 사례'를 통해 "최근 기업의 자금·회계담당 직원이 자금을 횡령하고, 현금·매출채권 잔액 등을 조작하는 회계 위반 사례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며 "회사 또는 감사인이 임직원 개개인의 동기를 통제하기는 어렵지만, 자금·회계 관련 내부통제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해 횡령사고를 사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