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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대준 회계사가 알려주는 '잘나가는 기업'의 경영 비법

  • 2024.07.18(목) 17:00

"많은 현금을 꾸준히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 성공 전략"

잘나가는 기업들은 무엇이 다를까요? 기업 대표가 돈을 잘 벌기 위해서는 업종을 파악하는 능력과 좋은 인재를 활용하는 눈이 필요하겠죠. 더불어 '기업의 경제 활동을 돈으로 기록하는' 회계를 아는 것도 중요한데요. 회계를 통해 재무 상태를 들여다본 후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경영계획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회계를 쉽게 알 수 있게 강의하기로 유명한 회계사가 있습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인데요.

삼일회계법인 출신인 강 대표회계사는 회계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들에 회계·세무 등 전반적인 경영 관리를 자문하고 있습니다. 강 대표가 요즘 기업에게 강조하는 회계 인사이트는 무엇인지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기업가치 평가에서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금흐름"이라며 "현금흐름 관리를 못하면 거래를 해서 매출이 생겨도 정작 융통할 수 있는 돈이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기업과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회계 강의를 많이 하고 계시는데, 강의에서 강조하는 포인트가 있나요?
기업들은 보통 매출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일단 매출을 키우고 보자'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게 현금흐름입니다. 기업가치는 현금흐름에 연동이 많이 돼 있거든요. 기업들은 요즘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아요. 

사업하시는 분들도 영업하시면서 거래부터 트고 돈은 나중에 받아도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렇게 되면 매출은 생기는데 돈은 늦게 받게 되겠죠. 그러면 현금흐름이 안 좋아집니다. 현금 회수가 계속해서 늦어지면 부도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중요한 개념이 운전자본입니다. 운전자본은 거래에 바로 사용될 수 있는 현금 등을 의미하는데요.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운전자본 관리를 못해서 폐업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예를 들어 카페를 하려면 커피 원두 같은 원자재가 필요한데, 프랜차이즈 카페라면 본사에 돈을 주고 원자재를 사겠죠. 그렇게 재고를 두고 판매를 하는데, 요즘은 배달 플랫폼 같은 플랫폼 판매가 많잖아요. 플랫폼으로 올린 매출은 바로 돈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몇 주 뒤, 경우에 따라서는 몇 달 뒤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물건을 팔아 매출이 생겼어도 돈은 돌지 않는 상황이 생기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사장님들이 세금 낼 때가 되면 "회사에 돈은 없는데 내가 왜 이익을 냈다는 거냐"고 하세요. 한편으로는 맞는 말씀입니다. 거래를 했으니 매출과 이익은 있는데 그 이익이 재고와 채권, 선납한 돈으로 깔려 있는 장부상 이익만 있는 상태여서 그렇거든요. 

운전자본이 관리가 안 되면 사장님들은 당장 현금이 없으니까 대출을 받습니다. 주로 운전자본 대출은 금리가 높은 단기 대출이기 때문에 결국 경영이 악순환 구조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제가 계속해서 현금흐름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운전자본 관리를 잘해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은 어떤 곳이 있을까요?
쿠팡을 들 수 있겠네요. 쿠팡은 회원 1300만명에게 월 회비를 먼저 받고, 재고는 거의 갖고 있지 않습니다. 재고가 쌓일 것 같으면 사입하지 않고, 재고를 사입한다 하더라도 거래처에 돈은 두 달 후에 지급하죠. 쿠팡은 말 그대로 현금흐름이 좋을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어요.

반면 쿠팡에 물건을 파는 개인·법인 사업자, 하다못해 대기업까지 운전자본 관리가 안 되면 현금흐름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쿠팡에서 물건이 잘 팔리고 매출은 커지는데 돈은 두 달 후에 들어오니까, 빛 좋은 개살구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쿠팡 사업자가 겪는 최악의 상황은, 선금을 주고 물건을 사 와서 팔았는데 돈이 늦게 들어오는 경우예요. 

이렇게 늦게 현금을 회수하는 사업자들을 위해 쿠팡에서 판매하는 전문 대출상품이 있을 정도입니다. 단기대출 상품인데 수수료가 엄청 비싸죠. 

일반 사업자들은 운전자금에 대한 개념을 못 배우고 시작한 분들이 많아서 이런 상황을 겪어요. 때문에 현금흐름 관리를 알고 사업을 시작하셔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어요.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돈을 미리 받는 구조로 만드는 게 제일 좋겠죠.

-'돈을 먼저 받아라.' 솔루션은 의외로 간단하네요.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고객에게 돈을 먼저 받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구조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쉽지 않은 일이고요. 대부분의 대표님들이 처음 사업에 뛰어들면 선택한 업종 자체는 잘 아는데 비즈니스 모델은 몰라요. 

예를 들어, 글을 정말 잘 쓰고 편집자적 능력이 뛰어난 출판사 에디터가 출판사를 차리는 건 또 다른 일이죠. 출판사 사장이 되면 기업관리를 해야하잖아요.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 영업 방식을 설계하지 못하고 매출만 추구하면 거래가 늘어날수록 지는 게임이 돼요. 현금흐름이 안 좋아지는 거죠. 

많은 회사들은 돈을 먼저 받고 서비스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돈은 받았는데 우리가 제공한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는데요. 대표님들이 '먼저 돈을 지불하면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하겠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듯합니다. 

강 대표회계사는 "사업 성공은 현금을 얼마나 많이,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지가 기본"이라며 "그 기본에 충실하면서 사업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트렌드가 있죠. 요즘엔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혹은 실패한다'는 공식이 있을까요?
3년 전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자본이 엄청 풀렸어요. 금리도 낮았고요. 시장에 돈이 많은 시기에는 자본 플레이를 많이 합니다. 이 정도 거래량에 트래픽이면 우리 기업가치는 얼마라는 공식이 생기죠. 

그런데 요즘은 본질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 본질이에요.

일반적으로 기업 가치는 두 가지로 평가할 수 있어요. 하나는 이 비즈니스가 현금을 얼마나 많이 창출할 수 있나, 또 하나는 현금흐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 갈 수 있나 하는 건데요. 코카콜라나 맥도날드·질레트에 투자하는 건 이 기업들이 현금흐름이 안정적이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 이 사업을 통해 얼마나 많은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기본이고, 그 기본에 충실하면서 사업을 고도화하는 거죠.

그런데 몇 년 전에는 현금흐름과 상관없이 키워드 위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게 트렌드였습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전혀 블록체인과 상관없는 기업이 블록체인을 언급한다든가, 아직 글로벌 진출이 어려운 회사인데 세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투자를 받는다든가 하는 거였죠. 

다른 국가로 진출한다면 물류시스템이나 여러 부분들이 고려돼야만 하는데 그런 비전 없이는 성공하기 쉽지 않아요. 키워드 위주로 공격적인 운영을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그 비즈니스 모델이 탄탄하게 운영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거죠.

-기업이 돈을 잘 벌고 있는지 확인할 때 대표님이 보시는 지표가 있나요?
하나만 보면 돼요. 저는 현금흐름표에서 잉여현금흐름만 봅니다. 

현금흐름표가 중요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에는 매출액이 중요했는데요. 그때는 산업 확장이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신산업을 뚫어서 깃발을 꽂고 다닐 때죠. 이에 매출액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는 이미 세계화가 되고 글로벌 공급체인이 완성됐기 때문에, 산업 확장보다는 이윤을 남기자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그때는 오너 경영자들이 곧 주주이다 보니까, 내 회사에서 남기는 순이익이 중요했죠.

이후 전문경영인 시대가 오고 2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영업이익이 중요해졌습니다. 순이익은 이자·환율에 세금까지 포함한 것인데, 배당 지급이나 환율 변동으로 순이익이 증가한다면 전문경영인의 능력에 따른 결과가 아니잖아요. 전문경영인이 돈을 잘 벌어오는 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을 봐야하는 거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기업 실적을 영업이익 위주로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영업이익도 영업이익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영업이익의 질인데요. 질이 좋은 영업이익인지를 확인하려면 현금흐름을 봐야합니다. 현금흐름을 수반하는 영업이익인지를 따져봐야하는 것이죠. 매출과 영업이익은 거래를 하면 생기는데요. 그 거래를 해서 현금을 가져왔는지, 현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해요. 

현금을 늦게 회수하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질이 좋지 않은 영업이익입니다. 일을 하기도 전에 돈을 받는 것이 제일 질 좋은 영업이익이고요. 스타벅스를 보면 영업이익은 많이 떨어졌는데 현금흐름은 좋아요. 소비자들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앱 충전으로 스타벅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선금을 받는 형태거든요. 그래서 스타벅스는 영업이익이 1300억원 정도인데 현금은 한 4000억원 쯤 잡혀있어요. 질이 좋은 영업이익인 거죠. 

반면 현금흐름을 왜곡시키는 것 중 하나가 감가상각비입니다. 감가상각비는 예전에 투자한 비용이 나중에 청구되는데요. 이 감가상각비를 조정하는 게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지표입니다.

EBITDA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유행한 지표인데, 현금흐름표는 그 즈음부터 생기기 시작했어요. 현금흐름 지표가 뒤늦게 생기다 보니 EBITDA가 대용치로 사용돼왔던 거죠.

EBITDA는 기업 실적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맞는데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현금흐름표 중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높은 회사를 질이 좋은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라고 평가합니다. 이런 회사는 채권 발행도 잘 되고 재고도 빨리 소진하고, 선수금을 받을 수도 있죠.

-잉여현금흐름에 대한 정리 좀 해주세요. 
영업에서 돈을 번다고 하더라도, 설비투자 비용을 다 제했을 때 남는 게 거의 없으면 안 되잖아요. 설비투자 비용을 의미하는 용어가 케펙스(CAPEX)인데, 영업현금흐름에서 이 설비투자 비용을 뺀 게 잉여현금흐름이에요. 잉여현금흐름은 프리캐시플로우(FreeCashFlow, FCF)인데요. 요즘은 포털사이트 증권 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FCF를 얼마나 많이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가가 기업가치의 핵심이죠.  

강 대표회계사는 어떤 기업이 돈을 잘 벌고 있는지는 현금흐름표의 '잉여현금흐름(FCF)'만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쿠팡의 FCF 지표. [사진: 야후파이낸스 캡처]

-그렇다면 우리 회사가 FCF를 좋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택스워치를 예를 들어볼까요. 택스워치 수익원은 광고, 콘텐츠 CP, 굿즈 상품 등을 들 수 있겠죠. 광고가 본질사업이라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하는 비즈니스는 안 좋은 비즈니스예요. 즉, 매출이 늘면 늘수록 인건비가 계속 올라간다면 안 좋은 비즈니스겠죠.

어느 정도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충됐으면 그 다음부터는 구독자가 늘어야 하잖아요. 트래픽과 콘텐츠가 늘어나고, 선순환되는 제품이 늘면서도 CAPEX는 줄어드는 방안을 찾는다면 현금흐름이 좋아지겠죠.

같은 언론사, 같은 카페라도 영업 전략은 각각 다 다릅니다.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 현금흐름을 어떻게 좋게 할 것인지 조금이나마 해답이 보일 거예요.

-마지막으로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하고싶은 조언이 있나요?
사업은 운으로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미리 준비하고 고민한 후에 뛰어들어야 하죠. 사업을 하는 건 인생에 큰 투자를 하는 거잖아요. 남들 잘 된 사업 보고 희망만 안고 따라하다가는 후회할 수밖에 없죠. 

예비 사장님들이 머릿속에 사업에 대한 구상을 잘 그려 놓고, 꼼꼼하게 설계를 마치고 나서 도전하시면 좋겠습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 [사진: 이대덕 기자]

☞강대준 회계사는?
공인회계사이자 세무사로, 현재 인사이트파트너스의 대표 회계사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의 비재무 직군을 대상으로 복잡한 회계와 원가지식을 쉽게 강의하며, 삼성전자 Finance Accounting 과정에서 10년 넘게 최고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경력을 시작해 퍼시스 사외이사, 대상홀딩스 비즈니스 전략 고문 등 기업자문과 여러 유니콘 기업의 최고경영자 개인 고문을 맡으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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