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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이주와 상속세, 복잡한 세금 문제

  • 2025.07.18(금) 08:00

[프리미엄 리포트]허승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부장판사

최근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이주한 자산가들에 관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비거주자가 사망한 경우에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되는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허승 부장판사(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게 상속세 과세 쟁점을 들어봤습니다. 

철수는 가족과 미국에 정착하기로 결심하고 한국의 아파트를 매도해 이민 자금을 마련하고 시가 10억원 상당의 선산을 여러 친척들에게 증여했다. 철수는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3년 뒤 사망했다. 사망 당시 철수에게는 미국 주택(30억원)과 한국 예금(1억원)이 있었다. 상속인인 아내와 아들은 한국 예금의 존재를 모르고 미국 주택에 대해서만 상속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얼마 뒤 아내와 아들은 한국 세무서로부터 「철수가 납부하지 않은 아파트 양도소득세 3억원」과 「철수가 증여한 선산을 상속재산에 가산해서 계산한 상속세 2억원」을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아내와 아들은 “한국에서 상속받은 재산이 1억원이므로 그 한도에서만 납부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세무서는 “한국과 미국에서 상속받은 재산이 모두 31억원(= 미국 주택 30억원 + 한국 예금 1억원)에 이르므로 세금 5억원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며 맞섰다.  

한국을 떠나는 자산가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상속세 분쟁이 생기고 있다. 국내 재산이나 조세채무를 정리하지 않았거나 생전 증여가 상속세 과세대상으로 간주되어 예상치 못한 세금이 상속인에게 부과되기도 한다. 특히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과 국세기본법의 일부 규정은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명확히 구분하지만, 일부 규정은 이를 명확히 나누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세 계산에 있어 거주자와 비거주자 차이

상속세는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상속세율이나 누진공제는 상속세 과세표준에 따라 기계적으로 정해지므로 상속세 과세가액이 상속세 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피상속인이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거주자’인 때에는 국내외 모든 상속재산이 과세대상이지만, 피상속인이 그렇지 않은 ‘비거주자’면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만 과세대상이 된다. 공과금이나 채무 역시 피상속인이 비거주자면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으로 담보되거나 국내 상속재산과 일정한 경제적 관련성이 있는 공과금이나 채무'만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차감된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면 일정기간 내에 증여재산 중 국내재산만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된다. 또한 상속공제와 관련하여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와 달리 2억원의 기초공제만 인정되고, 일괄공제나 배우자공제 등은 인정되지 않는다. 요컨대 상증세법은 상속세 계산에 있어서는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분해 다르게 규율한다.  

사례를 보자. 철수는 사망 당시 미국 영주권자로 한국에 주소나 거소가 없는 비거주자였다. 따라서 미국 주택은 상속세 과세대상이 아니고, 한국 예금 1억원만 상속세 과세대상이다. 상속공제는 기초공제 2억원만 인정된다. 철수가 친척들에게 선산을 증여하지 않았다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0원(= 한국 예금 1억원 – 기초공제 2억원)이 되어 아내와 아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없다.

사전 증여재산 가산제도

상증세법은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가액과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상속인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가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하도록 한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때에는 국내 재산만 가산된다. 사전 증여재산 가산제도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이 있는데, 핵심은 사전 증여재산을 상속재산에 합산해 상속세를 산정하면서도 누진세율에 따라 증가하는 상속세 부담은 수증자가 아니라 그와 무관한 상속인들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사례에서 철수는 사망하기 3년 전 여러 친척들에게 10억원 상당의 선산을 증여하였다. 철수가 증여한 선산은 국내 재산이므로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된다. 결국 상속세 과세표준은 9억원(= 한국 예금 1억원 + 선산 10억원 – 기초공제 2억원)이 되어 철수의 상속인들은 2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물론 친척들이 선산을 증여받으면서 납부한 증여세가 있다면 공제되지만, 사례처럼 여러 친척들에게 나눠 증여해 친척들이 납부한 증여세가 적다면 아내와 아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상속인들의 상속세 납부한도

아내와 아들은 2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모두 납부해야 할까?

이는 상속세 납부의무에 대해 정하고 있는 상증세법 제3조의2와 관련된다. 위 규정에 의하면, 공동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총액을 과세가액으로 하여 산출한 상속세 중에서 그가 상속으로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에 따른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제1항). 또한 공동상속인들은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에 관하여도 자신이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제3항). 

상증세법은 상속세 과세대상에 대해서는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분하지만, 상속세 납부의무에 대해서는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상속으로 받은 재산을 한도로 상속세를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상속으로 받은 재산'을 국내 상속재산으로 보면, 아내가 상속받은 국내 상속재산은 6000만원(= 1억원 × 3/5)이고, 아들이 상속받은 국내 상속재산은 4000만원이므로, 그 한도에서만 상속세를 납부하면 된다. 반면 국내외 상속재산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면, 아내는 18억6000만원[= (미국 주택 30억원 + 한국 예금 1억원) × 3/5]을, 아들은 12억4000만원을 상속받았으므로 상속세 2억원 전액을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

과세당국은 후자의 입장에서 상증세법 제3조의2 제3항의 상속재산을 피상속인이 거주자인지와 관계없이 ‘피상속인의 국내외 모든 재산’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상속인이 비거주자라면 상속인은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 가액의 범위 내에서만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2두64143 판결). 대법원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힌 것은 아니지만 상증세법 제3조의2는 상속세 납부의무를 확장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 상속인들의 상속세 납부의무를 제한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례에서 아내와 아들이 연대하여 2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세무서의 주장은 틀렸다.

조세채무 승계와의 차이점

그렇다면 철수가 체납한 양도소득세 3억원 역시 국내 상속재산인 1억원만 한도로만 승계될까?

국세기본법 제24조는 "공동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이 납부할 국세 등을 상속분에 따라 나누어 계산한 국세를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도 '상속으로 받은 재산'이 국내 상속재산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국내외 상속재산을 뜻하는지 문제된다. 아직 대법원의 명시적 판단은 없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국내외 상속재산을 의미한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22. 9. 28. 선고 2021누40876 판결). 국세기본법 제24조는 피상속인이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상증세법은 상속재산에 대한 국제적 과세권 배분을 고려해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상속세 과세대상을 다르게 정하고 있는데, 이미 성립한 피상속인의 납세의무를 상속인이 승계하는지는 국제적 과세권 배분과 관련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아내가 상속받은 국내외 재산은 아내가 부담해야 할 양도소득세 1억8000만원(= 3억원 × 3/5)보다 많고, 아들이 상속받은 국내외 재산 역시 아들이 부담해야 할 양도소득세 1억2000만원 보다 많으므로, 아내와 아들은 철수가 체납한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양도소득세에 관한 아내와 아들의 주장은 틀렸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 관련이 없음

☞허승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7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을 지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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