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운영하던 영철은 사별한 배우자와 사이에 아들 1명을 두었다. 영철은 아들이 성인이 되자 사업을 정리하고 회사 주식을 모두 양도했다. 그리고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 아파트를 증여한 후 주식 양도대금으로 생활했다. 6년 뒤 영철은 아무 재산 없이 사망했다. 아들은 교회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였고, 약 5년의 소송 끝에 교회로부터 아파트의 1/2 지분을 반환받으라는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세무서는 아들이 유류분으로 받은 아파트의 지분 가치가 8억원에 이른다며 아들에게 상속세 50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아들은 영철이 과거 주식 양도로 발생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는데 영철이 사망한 때를 기준으로 보면 영철이 미납한 양도소득세와 가산세가 3억원에 이르고, 상속재산 8억원에서 미납 양도소득세 3억원과 일괄공제액 5억원을 빼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0원이므로 납부할 상속세가 없다고 다퉜다. 또한 아들은 현재 영철이 주식을 양도한 때로부터 약 11년이 지나 영철이 미납한 양도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 7년이 도과하였으므로, 영철이 미납한 양도소득세 역시 납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류분 분쟁과 세금 분쟁
민법은 피상속인의 유언이나 생전 증여로 인해 상속인이 상속을 못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몫을 보장해 준다. 이처럼 상속재산 중 상속인에게 보장되는 부분이 유류분이다. 배우자나 직계비속(아들, 딸)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1/2이고, 직계존속(부모님)과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1/3이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여 유류분을 반환받은 상속인은 그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자녀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함에 따라 유류분 사건이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상속인과 과세관청 사이의 유류분 관련 상속세 분쟁 역시 증가하고 있다. 유류분을 반환받은 상속인의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되는 조세채무의 범위에 관한 분쟁이 한 예이다.
유류분반환청구의 효과
사례를 보자. 아들은 6년 전 있었던 아파트 증여가 자신의 유류분을 침해하였다며 교회를 상대로 아파트 지분 1/2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까? 피상속인(영철)이 공동상속인 아닌 제3자(교회)에게 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 1년간 행해진 것에 한해 반환대상이 된다. 다만 피상속인과 제3자가 모두 유류분권리자(아들)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증여는 시기와 관계없이 반환대상이 된다. 사례처럼 나이가 많고 앞으로 재산이 늘지 않을 것이 충분히 예견되는 피상속인이 전 재산 중 상당 부분을 제3자에게 증여하였고 제3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증여로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50809 판결 참조). 따라서 아들은 교회를 상대로 아파트 지분 반환을 구할 수 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재산상 또는 재판 외에서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의 방법으로 할 수 있고(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 유류분반환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면 유류분을 침해하는 증여는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한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다42624 판결). 아들의 유류분반환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이 교회에 송달되면, 영철과 교회 사이의 아파트 증여 중 1/2 부분은 소급해서 효력을 상실한다.
유류분반환청구와 상속세
앞서 본 것처럼 아들이 교회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면 청구소송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아들은 영철이 사망한 때부터 아파트 1/2 지분을 상속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교회가 아들의 유류분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아들이 실제 유류분권자로서 아파트 1/2 지분을 상속받은 것으로 간주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상증세법령은 유류분반환청구를 한 때가 아니라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이 있은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에 대한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과세당국 역시 유류분 분쟁이 있으면 그 소송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후 납세자가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유류분으로 반환받은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액을 6개월 이내에 신고·납부하지 않으면 무신고·과소신고가산세 또는 납부불성실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다(징세과-219, 2012. 02. 16.)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되는 조세채무와 부과제척기간
이처럼 유류분권리자인 상속인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한 때 상속인으로 간주되지만, 과세관청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이 난 후에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유류분 분쟁은 다른 소송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수년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세기본법 제24조 제1항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그 상속인은 피상속인에게 부과되거나 그 피상속인이 납부할 국세 등을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국세 등 납세의무를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승계한다는 뜻이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국세 등 납세의무전액을 승계하되 과세관청이 상속재산을 한도로 상속인으로부터 징수할 수 있음에 그친다는 뜻이 아니다(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누7395 판결). 영철은 사망 당시 3억원의 양도소득세 등 조세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영철이 일반 사인에게 부담하던 채무는 아들이 얼마를 상속받았는지 관계없이 포괄승계 되지만(민법 제1005조), 영철이 부담하던 조세채무는 아들이 상속받은 재산이 없다면 아들에게 승계되지 않는다. 유류분반환청구를 하기 전에는 아들이 상속받은 재산이 없었으므로 영철이 미납한 양도소득세 채무는 아들에게 승계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면 아들은 아파트 1/2 지분을 상속받은 것으로 간주되고 그 범위에서 영철의 조세채무는 아들에게 승계된다.
앞서 본 것처럼 현실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아들이 실제 유류분권자로서 영철로부터 얼마를 상속받았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과세관청이 아들을 상대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거나 징수에 나아가기 어렵다. 그런데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확정된 후에는 양도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여 아들을 상대로 양도소득세의 징수에 나아갈 수 없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단순히 양도소득세를 징수할 수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상속세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영철이 사망한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양도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해야 한다. 이 경우 상속재산가액에서 양도소득세를 공제하여야 한다면,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조세채무를 납부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통해 상속세를 절감받는 이중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상속개시 후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한 조세채무와 상속재산가액 공제
이를 두고 과세관청과 상속인 사이에 다툰 사건이 있다. 과세관청은 세무서에 신고되지 않았던 양도소득세 채무는 상속개시일 현재 상속인이 실제로 부담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상증세법령에서 사인간의 채무는 상속인이 실제로 부담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경우에만 공제한다고 정하고 있는 반면 조세채무가 속하는 공과금은 그와 같은 제한 없이 모두 공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과세관청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리고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하는 조세채무는 성립만 되어 있으면 충분하고 확정까지 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상속인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고등법원 2022. 5. 25. 선고 2021누66601 판결). 이후 과세관청은 상고하였지만,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탈법행위의 가능성 및 과제
위 서울고법 판결에 의하면, 사례에서 아들은 영철이 미납한 양도소득세는 물론 상속세도 내지 않는다. 이 결론은 상증세법령에 충실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하면 상속인은 과세관청이 포착하지 못한 피상속인의 조세채무를 숨긴 채 상속세를 신고·납부하였다가 피상속인의 조세채무의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후에 상속세 경정청구를 통해 이미 소멸한 조세 상당액을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상속인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피상속인의 조세채무를 숨겼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러한 탈법행위까지 허용되는지,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아직 법원의 판결은 없다. 향후 판결의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 관련이 없음
☞허승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7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을 지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