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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재산의 사후적 가치증가와 증여세

  • 2024.12.03(화) 08:00

[프리미엄 리포트]허승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김사장은 부동산개발 회사인 주식회사 중소개발의 대표이사이자 1인주주이다. 중소개발은 평택시 일원에서 아파트 신축 및 분양사업의 허가를 받아 분양을 진행했고 개발호재가 겹쳐 분양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김사장은 분양을 마친 직후 아들에게 중소개발의 주식을 모두 증여했다. 증여 당시 중소개발은 부채가 많고, 별다른 수익이 없어 상증세법에 따라 산정한 중소개발의 주식가치는 약 15억원에 불과했고, 김사장의 아들은 증여세로 약 4억5000만원만 납부했다. 

그러나 약 4년 후 아파트 준공이 이루어졌고, 중소개발의 순이익은 수분양자들로부터 받은 잔금이 반영되어 급증했다. 이에 과세관청은 아파트에 대한 준공 시점에 상증세법에 따라 산정한 중소개발의 주식가치가 증여 당시보다 약 100억원 이상 증가하였다며 김사장의 아들에게 증여세로 45억원을 추가로 납부하라는 통지를 하였다.

우회증여와 상증세법

자산가들은 자신이 이룬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적지 않다. 그래서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을 생전에 모색하는 자산가가 적지 않다. 법원은 2003년 개정 전 상증세법상 증여세를 과세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민법상 증여계약이 성립해야 된다는 입장에 있었고, 일부 자산가들은 이를 이용해 자녀에게 부동산이나 주식을 싸게 매도하는 방법과 같이 경제적 실질은 증여이지만 법적 형식을 매매로 구성해 자녀에게 부를 이전하기도 하였다. 정부는 이러한 우회증여를 상증세법상 증여세 과세대상인 증여로 의제하는 증여의제규정을 입법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였고, 이를 회피하는 새로운 우회증여나 변칙증여 방법이 나타나면, 정부는 다시 새로운 증여의제규정 등을 보완하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계속되었다. 

정부는 2003년말 증여세 과세요건에 관한 포괄적 규정을 신설하는 상증세법 개정을 단행했다. 이후 여러 차례 보완입법이 이루어져 현재 직접적인 유·무형의 재산 이전에 대한 증여세를 회피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점차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한 후 자녀를 대신하여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자녀의 자산을 증대시키는 방법처럼 직접적인 재산 이전 대신 재산적 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이전하는 방식의 증여가 증가하고 있다.

증여 이후의 자녀의 재산증가는 원칙적으로 소득세의 과세대상이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녀의 재산증가의 실질적 원인이 바로 부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재산증가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우리 상증세법은 증여받은 재산의 가치증가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증여재산의 가치증가와 상증세법 제42조의3

상증세법 제42조의3은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상태로 보아 스스로 개발사업의 시행 이나 주식의 상장 등(재산가치증가사유) 그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람이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증여를 받아 재산을 취득한 후 5년 이내에 재산가치증가사유로 인한 재산가치 증가에 따른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다고 정하고 있다. 사례에서처럼 부동산 개발회사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가 그 주식을 자녀들이 취득하게 한 후 부모가 개발사업을 성공시켜 개발회사의 주식가치를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경우가 상증세법 제42조의3이 염두에 둔 경우다.

종래 상증세법 제42조의3과 관련하여 ‘개발사업의 시행’,‘발생한 날’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개발사업의 시행'에서 '개발사업'이란 적어도 '행정청의 개발구역 지정·고시가 수반된 것으로서 그 대상 토지를 개발하여 그 토지가치를 증가시키는 사업'을 의미하고, 재산가치증가사유가 '발생한 날'은 '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고시된 날'이라고 보았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9두31921 판결).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위 사례에서 평택시 일원 아파트의 신축 및 분양 사업은 행정청의 개발구역 지정·고시가 수반되는 사업이므로 상증세법 제42조의3의 '개발사업'에 해당한다. 다만 그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재산가치증가사유의 발생일은 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고시된 날이다. 즉 재산가치증가사유인 ‘개발사업의 시행’은 김사장이 아들에게 주식을 증여하기 전에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과세관청은 상증세법 제42조의3을 근거로 김사장의 아들에게 주식가치를 증가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증여재산의 사후적 가치증가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일반인의 시각에서 단순히 증여계약 체결 전에 행정청의 개발구역 지정·고시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김사장의 아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결론은 다소 의아할 수 있다. 상증세법에 의할 때, 중소개발의 아파트 분양사업 성공으로 인한 중소개발의 주식 평가액은 개발구역 지정·고시가 있은 때가 아니라 아파트의 준공 시점에 증대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과세관청은 상증세법 제42조의3의 과세요건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포괄적 증여'에 관한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를 활용한 증여세 부과가 대표적이다.

이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증세법 개정 연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2003년말 상증세법 개정 이전에는 증여세 과세대상인 '증여'를 원칙적으로 민법상 증여와 동일하게 보았다. 다만 당시 상증세법은 우회증여에 대처하기 위한 증여의제규정을 두고 있었다. 2003년말 상증세법은 변칙적인 상속·증여에 대처하기 위해 세법 고유의 포괄적 증여 개념을 도입하였는데, 종전 증여의제규정을 개별 가액산정규정으로 바꿔 개정법에 그대로 남겨 두었다. 종전 증여의제규정을 존치한 실질적 입법의도는 종전 증여의제규정에 따라 증여세가 과세되던 행위가 개정법 아래에서도 계속 증여세 부과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입법의도와 달리 대법원은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포괄적 증여 규정으로도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3266 판결). 

대법원 2013두13266 판결이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규율하는 거래 중 적용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은 모두 증여세 과세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인지(과세제외설), 아니면 적용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가 다시 포괄적 증여 규정으로 과세가 가능한 거래와 과세가 불가능한 거래로 구분된다는 취지인지(과세가능설)는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지만, 법원 실무는 포괄적 증여 규정을 과세제외설과 유사하게 해석하여 적용하였다. 위 사례를 과세제외설에 따라 해결해보면, 김사장의 아들이 주식을 증여받은 후 김사장의 노력으로 주식가치가 증대된 이익이 포괄적 증여 규정에서 정한 과세대상에 해당할 여지가 있더라도 상증세법 제42조의3에서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었으므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다만 증여재산의 사후적 가치증가가 포괄적 증여 규정의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논란이 있다).

2015년 상증세법 개정과 포괄적 증여 규정

정부는 2015년 개정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는 개별 가액산정규정과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 증여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도입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근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는 새로운 금융기법이나 자본거래 등의 방법으로 부를 무상이전하는 변칙적인 증여에 대처하기 위한 규정이지,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설정한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에 들어맞지 않아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거래·행위도 특별히 과세대상으로 삼기 위한 별도의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0두53224 판결). 이에 의하면 과세관청은 현행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도 김사장의 아들에게 주식의 가치상승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기 어렵다. 

우회증여나 편법증여와 관련된 상증세법 규정은 우회나 편법을 막기 위해 상당히 복잡하다. 특히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면 그에 대한 보완 입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세법 규정 사이에 모순이 있는 경우도 있어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기가 난해한 경우가 많다. 이렇듯 증여에 관한 세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자녀에게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특히 증여재산이 크다면 사전에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 관련이 없음

☞허승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7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을 지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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