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지 않을 때, 노를 저어라
서양 속담 중 하나인 이 말은 어려움이나 불확실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멈추지 말고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 노를 젓는 것이 당연히 편하겠지만 바람이 언제 불지 알 수 없다면, 가만히 있는 것이 맞을까요?
부동산 절세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이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부결됐죠. 여야가 세법을 다시 협의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절세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요?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노를 저어야 '절세'라는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펴봐야 할 포인트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가족법인 설립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 ▲감정평가 대상 확대 등입니다.
이 중에서 감정평가 대상을 비주거용에서 주거용 부동산으로 확대하는 것은 이미 확정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 기사에서는 다루지 않고, 다른 기사에서 상세히 소개할 예정입니다. <관련기사☞2025 부동산 절세전략, 플랜B가 필요한 이유>
체크포인트1.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현행법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양도할 경우, 소득세 기본세율인 6~45%에 더해 주택 수에 따라 가산세율을 적용해 최종 양도세율이 정해집니다.
가산세율의 경우 2주택자는 20%, 3주택자 이상은 30%입니다. 예를 들어 2주택자의 양도차익이 5억원이라면 기본세율 40%에 가산세율 20%가 더해진 60%의 양도세율을 적용합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강남과 송파, 서초, 용산 등 4곳으로, 이 곳에 주택이 있는 다주택자만 해당되는 내용입이긴 하지만, 3주택 이상이면 최고 75%의 양도세가 부과되는 등 세 부담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아무라 대자산가로 절세 전략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제도는 다주택자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죄악세'처럼 인식됐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손 봐야 할 부동산 세제 중 하나로 손꼽혔는데요.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2022년 5월 10일부터 양도세 중과를 1년 동안 유예해 현재는 과세하고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내년 5월 9일이면 이 유예 혜택이 끝난다는 사실이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려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의 반대로 쉽지 않자, 정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1년마다 연장해왔는데요. 올해 세법개정안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이 없었던데다, 연말 정치권이 비상계엄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이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났습니다.
이 상황에서 다주택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5월 9일을 기점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혜택이 끝난다는 것을 가정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년에 주택을 매도할 계획이 있다면, 5월 이전에 매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내년 5월이 되기 전에 매도하면, 매년 6월 1일 기준으로 부과하는 재산세도 과세되지 않아 여러모로 좋습니다.
하지만 주택 매도 여부가 애매하다거나 매도 희망 시기가 내년 후반기라면, 차라리 관망하는 것이 낫습니다. 최근 강남이나 송파, 서초 등의 집값이 상승해 억제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죄악세처럼 여겨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강행하기에는 정부와 야당도 모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를 자연스럽게 유예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산가 절세컨설팅 전문 세무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어떻게 될 지는 지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에도 유예한다는 얘기가 계속 없다가 유예 종료가 다가오는 시점에 갑자기 연장됐다"며 "만약 내년 5월 이후에 주택을 매도할 계획이 있다면 지켜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습니다.
체크포인트2. 가족법인
자산가의 절세방법으로 급부상한 가족법인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더 꼼꼼히 유불리를 체크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 7월 소규모 법인(가족법인)을 성실신고확인대상에 포함시키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는데요.
성실신고확인 제도란 업종별로 수입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납세자의 신고내역을 세무사나 회계사 등 세무대리인이 검증하는 것입니다. 소득이 많은 사업자들의 소득누락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으로, 그동안에는 대규모 법인만 성실신고확인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의 소규모 법인을 성실신고 대상에 포함시키고, 적용 세율을 9%에서 19%에서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가족법인을 설립해 세 혜택을 보는 이들이 대상이죠. 지난 10일 법인세법 개정안은 정부 원안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세무대리인들이 내년 부동산 절세전략을 수립할 때 가족법인을 손 꼽는 이유는 바로 법인세율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법인세 과세표준이 2억원 이하라면 법인세율 9%를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19%로 인상되기 때문에 세율로만 본다면 큰 메리트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득과 자산가치 상승 중 무엇이 더 큰 지 따져봐야 합니다.
법인세는 가족법인이 벌어들인 임대수입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법인세율이 오르면 법인세 부담이 커지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귀찮은 절차를 따져가며 가족법인을 설립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증여나 상속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말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꼬마빌딩 등 부동산의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한다면 최고세율이 50%나 되는 증여나 상속보다는 자녀를 법인의 주주로 참여시키는 것이 절세의 지름길이죠.
한 세무사는 "법인세율이 상승하면 자산 수입에 대한 세금이 늘어나지만, 자산 승계 측면에서 본다면 자녀들이 법인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증여세 부담이 적다"며 "향후 자산의 상승 여력이 많다면 자녀가 주주로 법인에 참여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가족법인 설립을 고민할 때는 자산 수입과 자산가치 상승 여력을 비교해 계산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체크포인트3. 임대사업자 등록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은 여러 세제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다주택자나 부동산 투자자들이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만한 선택지입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7·10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가 바뀌면서 혜택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됐죠.
기존에는 의무임대기간이 단기임대 4년·장기임대 8년으로 모든 주택에 대해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8월부터는 무조건 장기임대 10년만 등록이 가능하며, 아파트 임대에 대해서는 사업자 등록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굳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대세이긴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혜택이나 주택 수 계산 시 제외하는 혜택도 있기 때문에 선택지에서 아예 배제하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종부세 납부대상이면서 장기투자를 고민한다면, 세제혜택을 받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사실 주택장기임대 등록을 한다면 양도세도 감면받을 수 있지만, 의무임대기간 10년을 채워야 하는 등 10년 동안 꼼짝없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세무대리인들은 양도세 혜택을 보기 위해 임대사업 등록을 하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데요.
한 세무대리인은 "임대 의무기간 중에 주택을 매도하면, 받았던 세제혜택을 토해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임대의무까지 같이 매수인에게 넘겨야 하는데, 이를 모두 승계할 매수인을 찾기는 현실상 어렵기 때문에 주택임대사업 등록을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