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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조세개혁이 실패한 이유(feat. 역대 정부)

  • 2025.01.09(목) 07:30

역대 정부는 집권 초기에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조세제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동안 정부는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조세개혁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단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개혁의 명분을 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느 정부나 조세개혁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정책 변화가 경제적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탓에, 기득권층이나 이해관계자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조세개혁이 좌초되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개혁에 실패했더라도, 역대 정부가 시도했던 조세개혁 아이디어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 

어떤 이유로 실패했는지를 알아야, 대한민국의 조세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그동안 어떤 조세개혁 방안을 추진했을까?

제1부. 조세형평성(with 노무현 정부) 

노무현 정부의 조세정책은 경제 능력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수직적 형평성'에 무게를 뒀다. 

2003년 8월 발표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보면 ①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고 ②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을 낮추며 ③당시 30% 수준인 재산세와 종합토지세의 과세표준 현실화율을 임기 안에 50%까지 높이는 부동산 체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또 경제적 능력이 같다면 세금 부담도 같아야 한다는 '수평적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과세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의 세원 관리를 강화한단 방침도 세웠다. 당시 등장한 것이 현금영수증 카드제도 도입과 일정액 이상의 현금거래는 국세청에 통보하는 방안이었다. 

제2부. 소득세 포괄주의(with 노무현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조세개혁이란 표현이 나온 건 2005년부터다. 그해 1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세제개혁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같은 해 3월 정부혁신위원회 내에 조세개혁 작업만을 전담하는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에서 첫 번째로 제시한 조세개혁 과제는 '낮은 세율·넓은 과세 기반'으로, '소득세의 포괄주의'를 예시로 들었다. 법률에 별도의 면세 규정을 두지 않으면 모든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51%였던 소득세의 납세자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세웠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목사 등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종교인들의 거센 반발로 종교인 과세 논의가 시작된 지 13년 만인 2018년 시행했다. 소득세 과세대상이 열거된 경우에만 과세하는 '열거주의'의 경우 현재까지도 개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밖에 노무현 정부의 가장 주요한 개혁과제로 지방분권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세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위원회에선 다각적으로 지방재정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시기라고 언급했다.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도 지방의 새로운 세원으로 '관광세'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제3부. 경제활성화 필승 전략 '감세'(with 이명박 정부)

2012년까지 감세 정책을 추진하겠다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가 '향후 5년 재정 운용 전략'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러면서 조세부담률(2007년, 22.7%)을 일본(17.3%)·미국(20.6%)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경쟁국보다 높은 조세부담률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양극화를 확대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원 구성도 문제 삼았다. 전체 세수입 중 법인세·재산과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높은 반면, 개인소득세·사회보장세는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세율은 성장률 간에 역의 관계(세율이 낮은 국가와 산업일수록 성장률이 높게 나타나는)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법인세 비중을 낮춰갈 계획이라고도 했다. 쉽게 말해,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힐 수 있도록 저세율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제4부. 세법 쉽게 쓰기(with 전두환·김대중·노무현·이명박·문재인 정부)

세법에는 일반 국민이 봐도 외계어 같은 용어들이 즐비하다. 특히 납세자가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과 관련된 세법 규정을 찾는데도 애를 먹는다. 

이에 정부는 누가 봐도 세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세법을 쉽게 쓰는 작업을 수차례 시도했다.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2년엔 조세법령정비 5개년 계획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추진했고, 2000년·2007년에 각각 알기 쉬운 조세체계 구축 작업을 시도했다. 

2006년엔 법제처가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의 일환으로 세법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매번 뒷심이 부족해 용두사미로 끝났다.

지난 2011년 4월에도 정부는 세법을 쉽게 쓴다는 거창한 목표 하에 기획재정부 산하에 '조세법령개혁TF팀'을 만들었다.  

3년 동안 활동한 조세법령개혁팀이 결과물로 내놓은 '부가가치세법 전면 개정안'은 2013년 7월부터 시행됐다. 부가세법은 1976년 만들어진 이후 단 한 번도 전면 개정되지 않다가, 이 시기에 처음 전면 개정됐다. 

이를 시작으로 2018년엔 '소득세·법인세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개정됐고, 2022년부턴 '양포세(양도소득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현행 양도세 법령을 손질하고 있다. 

제5부. 면세자 비중 줄이고 부가세 인상(with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는 출범(2013년) 직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일반소비세의 비중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슬로건을 내걸은 원죄 탓에 인위적으로 세율을 건드리진 않았지만, 증세 가능성은 내비쳤다.

2013년 8월에 발표된 '5년간의 조세정책 방향'을 보면, 각종 비과세·공제 등으로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높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2011년 기준, 근로자 면세자 비율은 36.1%로, 근로자 10명 중 4명은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는 의미다. 부가세율(10%)의 경우엔 OECD 평균(18.7%)에 비해 낮고 면세범위도 넓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숙제였다. 이에 조세부담률을 상향 조정(2012년 20.2%→2017년 21% 내외) 하겠단 방향성을 밝혔고, 비과세·감면이나 지하경제 양성화로도 재원이 부족할 땐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증세 가능성을 열어놨다. 

제6부. 백년 가는 조세·재정정책(with 문재인 정부)

세법개정 작업은 기재부 세제실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문재인 정부는 조세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을 따로 떼어내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특위)'에서 논의하도록 했다. 

재정특위는 '100년 가는 조세·재정 개혁방안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로 2018년 8월 출범한 민관 합동 조직이다.

재정특위의 시작은 거창했지만 용두사미로 마감했단 지적이 뒤따랐다. 이듬해 2월, 재정특위 최종 보고서에서 거론된 조세개혁 과제들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추상적인 원칙만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조세개혁을 위한 종합대책이 아닌 부동산세, 상속·증여세, 소득세 등 일부 세목만 다룬 부분도 논란거리였다.

당시 세수 결손이 큰 세목은 소득세 분야였는데, 재정특위는 '고소득층 공제 정비'라는 일반적 문구만 제시하며 사실상 공제제도 정비를 다루지 않았단 평가가 많았다. 

제7부. '조세법원' 설립(with 문재인 정부)

재정특위 논의 과정에서 '조세 법원' 설치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최종 보고서엔 이 내용이 담기지 않았지만, 대안으로 사후적 심사·심판청구 통합론이 등장했다.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요적 전치주의'에 따른 행정심 단계를 조세심판원만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재정특위는 심판원을 법원에 준하는 기구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기재부도 재정특위 안을 일부 수용, 국세청 심사청구를 필요적 전치주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했다. 하지만 조직 개편(심판원 확대-국세청 조직 축소) 문제와 결부되면서 조세불복 제도 개선은 흐지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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