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며 재원은 줄어들고 복지 수요는 늘어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택스워치는 새로 들어설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손봐야 하는 조세감면 제도에 대해 짚어봤다.
20년 전인 2005년, 한 민간연구소가 한국의 저출산 극복을 위해 로마의 '독신세'를 참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나이 먹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싱글 누진세를 도입하는 것이냐?", "위장 결혼하면 세무조사 나오냐?" 등 비판과 조롱의 목소리도 상당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면서 학계 등 조세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를 반영한 세목 신설(독신세)'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독신세 신설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경제활동 인구를 기반으로 과세하는 소득·부가가치세 기반으로는 재정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늙은 국가' 한국, 쓸 돈 많은데…
정부와 국민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듯이,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은 0.75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가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면 양적으로는 노동 공급 축소라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10년간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332만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용 인구감소와 함께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현실도 바로 코앞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에는 0%대 머무르고, 노동 투입 감소가 심화하는 2040년대 후반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고령자 관련 재정 지출 증대에 따른 세 부담이 현저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재정 부담→세금 인상→소비·투자여력 축소).
현재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대양당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재정 투입 규모는 정확히 공개되진 않았지만, 적게는 수십 조원, 많게는 몇 백 조원까지 거론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복지 등 '의무 지출' 비중은 올해 54.0%(본예산)에서 2028년 57.3%까지 증가 추세다. 이렇듯 공약 이행이 아니더라도, 이미 복지에 쓸 돈이 매년 늘어나는 구조라는 점에서 재원 마련은 숙제다.
독신세 과세 문턱에서 실패, 사연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세목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2005년, 이른바 '싱글세'가 추진될 뻔한 적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세금을 걷어 저출산 대책의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사회적 반발에 가로막혀 취소됐다. 이명박 정부 때도 독신가구에 세금을 더 부과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현재 독신세란 명목의 세금은 없다. 다만 근로소득에 대한 '국민 부담(기업의 고용 비용과 근로자가 실제 받는 임금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조세격차·Tax Wedge)'으로 따지면 독신가구에 비해 자녀가 있는 가구의 국민 부담이 낮은 건 사실이다.
OECD 대한민국 대표부가 최근 발표한 'OECD 근로소득세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국민 부담은 독신가구가 24.7%, 2자녀 외벌이 가구는 13.5%였다. 이를 이유로 독신세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1인 가구나 2인 가구(자녀가 없는 부부)에게 세금 혜택을 적게 주는 방식으로 차별화해 사실상 독신세를 매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한국의 소득세 과세체계는 기혼 근로자보다 미혼 근로자에게 세 부담을 더 지운다. 근로소득자의 연말정산만 보더라도 기혼자는 부양가족 수(1인당 150만원씩)만큼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부양가족이 없는 미혼 독신은 본인 인적공제(150만원)만 가능하다. 의료비, 교육비 등도 부양가족이 있으면 그만큼 공제 혜택이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잣대로는 이런 과세 방식을 독신세로 치부할 순 없다. 대부분 국가가 자녀가 있는 가정에 조세 혜택이나 현금복지 등을 더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 OECD 38개국의 평균 국민 부담(독신 34.9%·2자녀 외벌이 25.7%)을 보더라도 조세격차는 뚜렷하다.

독신세 과세·다자녀 지원 등 당근과 채찍 병행해야
가까운 나라 일본의 출산율은 2024년 기준 1.15명이다. 그럼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초고령화와 저출산을 겪는 일본은 인구감소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내년부터 이른바 '저출산세(국민 1인당 매달 500엔)'를 걷겠다고 했다. 출산지원책(아동수당 지습대상 확대·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2028년까지 매년 3조6000억엔(약 32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 가운데 일부를 조달하기 위해 저출산세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 내에서는 현재의 인센티브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46년부터 1973년까지 시행됐던 '무자녀세' 부활을 제안하고 있다. 당시 소련은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2000만명 이상의 인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25~50세 남성과 20~45세 여성 중 자녀가 없는 경우 소득의 6%를 세금으로 매겼다.
국가 소멸이 거론될 정도로 저출산 현상이 심화한 한국도, 이제 독신세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택스워치가 올해 초 25인 조세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5 조세개혁' 기획보도<참조기사:전문가 25인 선정한 '바꿔야 할 세법 1순위'는?>에서 주요 개혁 과제로 '독신세 신설'이 꼽힌 바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한 미래 세원 확보를 위한 세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안을 제시할 때가 아니라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늘리려면 채찍과 당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도 냈다. 채찍은 일본 등 사례처럼 무자녀나 독신 세대주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고, 당근은 자녀 수와 연계해 국민연금을 차등화하고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다. 출산의 전제조건인 결혼 촉진 방안으로 신혼부부 대상 주택공급 확대 등도 거론됐다.
☞기사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