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틀렸는데, 지금 보면 맞는 경우가 있다.
세무 전문가들은 세금 관련 제도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현재 세목은 국세 14개와 지방세 11개로 총 25개다. 세법에는 언급되지 않지만, 다른 이름을 가진 세목들도 있다. 유류세, 부자세, 죄악세 등 특정 타깃이나 정책 목적의 숨은 뜻을 담아서 부르기도 한다.
특히, 세금은 사회·경제적 트렌드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고, 이름이 바뀌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미래에는 과연 어떤 세금이 생겨나고 사라지게 될까. 택스워치와 산학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은 국립 한밭대학교 회계세무학과의 권기정·이동건 교수에게 직접 들어봤다.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세금① 독신세
우리나라가 직면한 최대의 난제로 저출산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0.55명이었다. 저출산 기조가 지속된다면 2750년에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조세정책 방향을 가족 친화적으로 설계하겠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내달 발표할 세법개정안엔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는 방안 등을 담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권기정 교수는 "현재의 저출산 상황을 고려하면 결혼했거나 다자녀를 둔 가구에 대한 세제지원책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꺼낸 건 '독신세'였다. 현재 독신세라는 명목으로 부과되는 세금은 없다. 하지만 근로소득에 대한 국민 부담(기업의 고용 비용과 근로자가 실제 받는 임금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조세격차·Tax Wedge)으로 따지면 독신가구에 비해 자녀가 있는 가구의 국민 부담은 낮다.
주 오이시디 대한민국 대표부가 최근 내놓은 'OECD 근로소득세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국민 부담은 독신가구가 24.6%, 2자녀 외벌이 가구는 19.1%였다. OECD 평균(독신 34.8%·2자녀 외벌이 25.7%)을 보더라도 조세격차는 뚜렷하다. 대부분 국가가 자녀가 있는 가정에 조세 혜택이나 현금복지 등을 더 제공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표심 등을 이유로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면서도 "독신자들이 많아진다면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세금② (반려)동물세
댕댕이부터 냥냥이까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셈이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으로, 때로는 가족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수백만원의 의류가 출시되고, 오마카세 식당까지 생겨나는 등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권 교수는 "대표적 반려동물인 개에 대한 의료보험(사적보험)이 있을 정도로, 키우는데 드는 돈이 많다고 한다"며 "애견 인구가 많아지면 부양가족 공제와 같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반려동물 진료·치료비 소득공제'를 약속한 바 있다. 권 교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세를 도로 손상, 교통혼잡 등 사회적 비용 발생에 부담하는 것처럼, 개물림 사고·유기견 등 여러 비용 차원에서 애완견 입양·양육 때 세금이 발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세금③ 로봇세·AI세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동건 교수는 기술 발달 측면에서 도입이 예상되는 세금으로 '로봇세'를 지목했다. 로봇 도입이 기업의 노동수요 감소를 유발한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로봇세 도입이 추진된다면, 각종 자동화 설비에 대한 투자를 로봇으로 볼 건지 등 과세 대상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또 "자율주행차로 결국엔 택시 운전사가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 이런 AI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세금을 매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현실 게임 발전에 따른 일종의 규제 성격인 '게임세'도 언급했다.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세금④ 바이러스세
법인과 개인이 복수의 국적 소유가 가능해지고 지구인이란 신분증이 생긴다면 어떨까. 이 교수는 "전 세계를 하나의 국가로 다루는 소재의 영화는 많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신종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단 예견이 있는데, 전 세계가 하나의 국가라면 특정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면 그 지역에 피해보상 성격인 세금을 매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석유·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는 생길 가능성이 높은 세금으로 봤다. 또 "지금은 물을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고 물 부족 문제를 거론하며 물세가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미래에 사라질 수 있는 세금① 상속세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1950년에 제정되어 75년째 과세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권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상속세가 없어지는 추세이고, 유지하더라도 공제 수준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를 응능부담(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의 원칙으로만 본다면 부자들이 더 많은 세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지만, 그 부담이 너무 과도하고 형평성마저 어긋나 있다. 소득세로 과세한 후 축적된 부를 상속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과세가 이루어지는 '이중과세' 부작용에 더해, 과도한 세율(최고세율 50%)까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정리해서 상속세가 없는 나라로 떠나는 부자들이 속출하고 있단 점을 고려하면 국가 경제성장에 좋지 못한 신호로 볼 수 있다. 권 교수는 "우리 자본이 외국에 나가는 걸 막아야 한다"며 "상속세를 없애거나 낮추는 건 국가의 전략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지가 어렵다면 '자본이득' 차원에서의 과세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생전에는 높은 소득세율로 과세하면서 무상 이전되는 자산만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사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의 '최고세율 30%·유산취득세' 발언을 보면, 상속세제에 대한 대략적인 손질 방향은 이미 나온 셈이다. 여당도 상속세 개편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간 정부는 상속세율 인하에 대해 '국민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를 고려할 때, 부유층에 대한 특혜라는 부정적 여론을 넘어서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미래에 사라질 수 있는 세금② 종합부동산세
급격한 출생률의 하락은 부동산에 대한 미래의 수요를 줄인다. 수요가 줄었는데 부동산 가격이 유지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의 향배를 쉽게 단정할 순 없지만, 일반론으론 그렇다. 부동산 중에서 대표적인 주택, 만약 고액이라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가 매겨진다. 권 교수는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일본처럼 집이 남아도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종부세는 10년 내에 없어질 세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을 투기가 아닌 거주의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에겐 오른 집값은 미실현 이익일 뿐, 종부세를 감당할 수 없으면 그대로 쫓겨날 수도 있다. 자기 집 한 채도 못 갖게 하는 세금 제도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물음표가 달리는 대목이다. 권 교수는 "오래전부터 집 한 채만 보유하고 살고 있는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종부세를 낸다"며 "그렇다고 집을 팔아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고, 은퇴자라면 세금을 낼 돈도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로 빈집이 늘어날 것이란 이유로, 장기적 관점에선 주택에 대한 취·등록세도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현재 종부세 대수술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달 '1주택 종부세 폐지' 의제를 꺼낸 데 이어, 최근 대통령실도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미래에 사라질 수 있는 세금③ 인지세
인지세, 말 그대로 종이를 발행할 때 부과하는 세금이다. 프린터로 뽑는 종이에 무슨 세금까지 내나 하는 의아함을 들 순 있지만, 아무 종이가 아닌 '과세 문서'를 작성했을 때 그 작성자가 납세의무를 지게 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역사를 보면 수백년전에 전쟁자금을 조달하려고 만든 것"이라며 "세금이라는 게 소득이나 재산이 있을 때 부과하는 건데, 이론상으로 문서 작성에 인지세를 붙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없어지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국가가 직인을 찍어서 잘못됐을 때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 세금을 매길 수도 있을 건데, 그게 아니지 않느냐"며 "일부 연구기관도 논리상 합리적지 않다며 인지세 폐지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지세수는 약 8000억원으로, 전체 국세 수입(344조1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였다.
미래에 사라질 수 있는 세금④ 법인세
법인이 돈을 벌면 세금을 낸다. 너무도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개인의 소득세처럼, 법으로 법인에 인격을 부여해 걷는 게 법인세다. 이 교수는 "법인소득의 최종적인 수혜자가 법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 자체를 과세하게 되면, 일종의 이중과세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인·법인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 세액공제 제도를 둔 부분도 이중과세를 해소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물론 전 세계에서 법인세를 과세하고 있지만, 이론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