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를 세금 기사로 해서 그런 걸까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슬슬 세금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15년 동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등 세금 관련 기관을 출입하며 많은 기사를 써왔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오만이었습니다. 아이가 던진 질문은 예상보다 대답하기가 까다로웠습니다.
어른의 언어로 알고 있는 세법 상식을, 아이의 눈높이로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엄마의 대답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아이의 가치관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세금 상식에 철학을 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펜을 들었습니다. 부모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이야기들. 아이의 질문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도록, 그 방법을 독자 여러분과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엄마와 초등딸의 택스에세이>는 기사보다는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정해진 형식도, 틀도 없습니다. 15년간 세금 기사를 써 온 엄마 기자와 이제 막 "왜요?"를 묻기 시작한 딸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세금'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여정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성장할 아이들이 세금이라는 공동체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어른들이 어떤 철학과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을지 함께 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관세청은 국세청 짝퉁이야?
소영이가 이 말을 하자, 순간 당황했다. 엄마가 세금 전문기자로 활동한 지가 10년을 훌쩍 넘었으니, 당연히 아이도 관세청과 국세청 정도는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소영이가 이 말을 한 곳은 어린이들의 로망인 직업체험관 '키자니아'였다. 관세청 제복을 입고 짐가방을 엑스레이로 스캔해 도검류, 마약류를 찾는 체험을 이제 막 마치고 나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이런 말이라니 이건 엄마로서 용납할 수 없었다.
아이가 직업체험을 하러 왔으면, 제대로 이해하길 바라는 것은 모든 엄마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어진 소영이의 말을 듣고 왜 이런 소리를 했는지 이해가 됐다.
"엄마가 국세청으로 출근하잖아. 엄마는 국세청 기사만 쓰니까 관세청은 국세청 짝퉁인 줄 알았지"
그랬다. 아이는 세종(국세청 본청)으로 가는 엄마를 보면서 국세청만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관세청을 출입할 때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었으니, 관세청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제야 나는 아이에게 관세청과 국세청, 관세와 국세의 차이에 대해 설명을 한 번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자에게 세금을 쉽게 설명해준다는 것을 목표로 매일 같이 어떻게 기사를 쓸 지 고민하면서 정작 내 딸은 관세청과 국세청의 차이를 왜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소영아, 우리나라에는 세금을 걷는 기관이 두 곳이 있어. 하나는 관세청, 하나는 국세청이야. 관세청은 관세를 걷는 곳이고 국세청은 내국세를 걷는 곳이야. 쉽게 이해하려면 관세는 해외직구 알지? 해외직구를 할 때 내는 세금을 걷는 곳이야.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물건을 수입하잖아. 그럼 다 관세를 내고 우리나라에 들어와야 해"
"엄마, 그런데 왜 관세청 직원들은 경찰처럼 옷(제복)을 입고, 공항에서 가방검사도 하는 거야?"
"관세청은 관세를 걷는 일도 하지만,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나쁜 것이 들어올 수 있잖아. 그런 것도 다 검사하는 일도 해. 그래서 관세공무원을 '경제 국경을 지키는 경찰'이라고도 해. 특별사법경찰이라고 공항이나 항만 등을 보세구역(세금 면제 구역)에서는 진짜 경찰로 활동하는 거야"
"그럼 내가 쓰는 물건도 다 관세청에서 검사해서 들어오는 거야? 왜 검사하는 거야?"
"당연하지. 해외에서 식물이나 동물을 마음대로 가져왔다가 우리나라 생태계가 파괴되면 안 되잖아. 칼이나 마약 등 안전을 위협하는 물건도 절대 안돼. 네가 쓰는 지우개나 연필 등 학용품, 장난감도 안전한 지 검사해야지. 몸에 좋지 않은 물질로 만들었으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이 나빠지잖아"
"그럼 국세청은 무슨 세금을 걷는 거야?"
"국세청은 관세 외에 다 걷어. 엄마가 월급 받잖아. 그럼 돈을 벌었으니까 소득세를 내야 하고, 네가 물건을 사잖아. 거기 안에도 부가가치세라고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도 국세청이 걷지. 집을 팔아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해"
"그런데, 왜 국세청은 키자니아에 없어?"
소영이의 말을 듣자, 생각했다. 국세청은 관세청처럼 체험할 소재가 부족해서 없는 것일까? 관세청은 '여행자 휴대품 검사'라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재가 있지만, 국세공무원의 직업을 체험하려면 세무조사를 나가는 체험을 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국세청에 직접 물어봤다. 한 직원은 "세무조사 체험은 아이가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키자니아에 국세청도 있었는데, 오는 아이들이 별로 없어서 문을 닫았어요. 대신 전남 화순에 라라키즈(직업체험장)에 국세청 체험관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찾아보니 정말 라라키즈에 '국세청 직업체험관'이 있었다. 아이들이 부가가치세팀, 법인세팀, 소득세팀으로 나뉘어 직업체험장 곳곳에 숨겨진 세금 딱지를 찾아와서 세금이 마을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는 내용의 체험이었다.
소방관, 경찰관, 요리사, 항공기 승무원 등에 비하면, 안타깝게도 아이들에게 인기는 없을 체험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필요한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영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 체험관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영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도 월급에서 세금 떼면 아깝다고 생각한 적 있었어. 그런데 생각해봐. 학교도 네가 공짜로 다니지. 소방관이나 경찰도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오지. 길도, 병원도, 다 세금으로 유지돼. 엄마 혼자 낸 돈으로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내가 낸 세금보다 훨씬 많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성비 좋은 것 아니야?"라고….
소영이가 훗날 어른이 되어 "내가 왜 이 돈(세금)을 내야 하지?"라고 생각이 들 때 엄마의 말을 떠올려준다면, 나는 그게 꽤 괜찮은 답이었구나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금상식 TIP!] 관세청 vs 국세청, 무엇이 다를까?
◇ 관세청
관세청의 역사는 꽤 오래됐어요. 지금의 관세청은 1970년에 개청했지만, 그 뿌리는 1878년 두모진해관에서 시작돼요. 관세청은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수입 물품에 붙는 세금(관세)을 걷고, 공항이나 항만에서 마약, 가짜 명품, 무기류 등 위험 물품의 반입을 막는 일도 담당해요. 그래서 관세공무원은 '경제 국경을 지키는 경찰'이라고 불리죠.
◇ 국세청
국세청은 1966년에 문을 열었어요. 우리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를 걷고, 납세자가 제대로 세금을 냈는지 세무조사도 진행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내는 대부분의 세금은 국세청이 관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