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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영혼은 세금에서도 자유로울까?"

  • 2025.07.22(화) 07:00

<엄마와 초등딸의 택스에세이> #7

제게는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 소영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보는 세상이 넓어지면서 슬슬 세금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른의 언어로 알고 있는 세법 상식을, 아이의 눈높이로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엄마의 대답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아이의 가치관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세금 상식에 철학을 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펜을 들었습니다. 부모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이야기들. 아이의 질문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도록, 그 방법을 독자 여러분과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엄마와 초등딸의 택스에세이>는 기사보다는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정해진 형식도, 틀도 없습니다. 오랫 동안 세금 기사를 써 온 엄마 기자와 이제 막 "왜요?"를 묻기 시작한 딸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세금'을 이야기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보는 여정입니다.

시를 잘 쓰는 애들은 머리가 꽃밭이야

학교에서 문집 만들기를 하며 동시를 썼다는 소영이의 말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이 말을 듣고 시를 쓰는 사람을 비하한다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 것이 아니었다.

'머리가 꽃밭'이라는 건 제정신이 아니라는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생각이 낭만적이거나 순수할 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을 때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한 것이다. 나는 원래 취재기자가 아니라, 소설가나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열심히 글짓기 대회를 다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 번은 글짓기 대회의 주제가 바퀴벌레였다. 난 그 주제를 보자마자, 바퀴벌레는 주로 어디에 있고 바퀴벌레가 나오는 집은 어떤 구조일까라는 생각부터 했다. 거기에 '감성'은 빠져 있고, 구조만 생각했다. 현상과 구조가 먼저 담기고 감정을 갖다 붙이니 시가 장황해졌다.

그날,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시는 단 두 줄로 굉장히 간결했다. 시는 '냉장고 밑에 뭐가 있을까. 무섭다'였다. 이 시를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문학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사회 문제에 대해 알아보고 짚어보는 글이 내게 더 맞다고 생각해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다. 학생 때의 내 마음을 그대로 느낀 아이의 얼굴 보고 있자니 무언가 울컥했다.

"엄마, 이번에 우리 반에서 시를 써서 1등이 된 친구는 자유 영혼이야. 친구들끼리 평일에도 마라탕도 자주 먹으러 다니고 다○소도 자주 가. 항상 즐거워. 고민도 없어 보여"

"맞아. 그런 애들이 예술적 감각이 있는 것 같아. 자유로운 영혼들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잖아. 그래서 요새 전 세계 나라들이 자유로운 영혼들 때문에 세금 걷기가 힘들어졌어"

소영이가 자유 영혼이라는 말을 꺼내자, 얼마 전 읽었던 디지털노마드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도 아직 가상자산의 가치에 대해서 의문이 들지만,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시대에는 국가가 발행한 화폐보다 가상자산이 더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를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상자산에 대해 들어봤지? 코인이라고도 하잖아. 원래 돈은 나라에서 만들어내는 거잖아. 그런데 코인은 아무나 만들 수 있어. 사람들은 그걸 돈처럼 쓰는 거야"

"코인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 눈 앞에 보이는 돈이 더 안전한 것 아니야?"

"엄마 생각도 그래.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너가 아이브 포카(포토카드)를 친구들하고 거래하잖아. 그 종이조각을 누군가는 몇 만원 주고 사잖아. 엄마는 이해가 안 되지만, 너희는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잖아. 코인도 똑같아.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때문이야. 블록 하나하나를 연결해 만든 공책 같은 건데, 한 줄이라도 바꾸면 모두가 알 수 있어서 속일 수가 없어. 그래서 사람들이 믿고 사용하는 거야"

"그런데 왜 코인을 쓰면 세금을 못 걷는 거야?"

"코인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은 다른 목적도 있어. 나라에서 내가 얼마나 버는지, 어디에 쓰는지 몰랐으면 하는 거야. 나라에서 만든 돈은 거래하면 다 알아서 나라에서 이만큼 벌었으니까 세금 얼마를 내라고 하는 거야. 그런데 코인으로 거래하면 나라에서 알 수가 없거든. 그래서 세금을 내라고 말을 못 하는 거야. 코인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한 나라에 오래 머무르는 사람들이 아니야. 노트북만 있으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사람들이거든. '나는 이 나라에 잠깐 있었고, 받은 게 없는데 내가 왜 세금을 내야 해?'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런 사람들을 디지털노마드족이라고 불러"

"그러면 코인을 부숴버리자. 코인을 부수면 사용하는 사람이 사라질 거야"

"그런데 코인은 만든 사람도 없앨 수가 없어. 한 번 만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없애거나 몰래 바꿀 수가 없어. 그래서 코인을 암호화폐라고 하는 거야. 너희들이 거래하는 포카도 진품과 가짜가 있잖아. 진품은 소량만 생산되고, 아이돌 소속사에서만 만들어내니까 가치가 있는 거지. 코인도 포카랑 똑같은 거야"

"엄마가 세금을 내야 우리가 다니는 길, 학교, 병원, 소방서, 경찰서도 운영할 수 있다고 했잖아. 자유 영혼들이 세금을 안 내면, 세금을 낸 사람들만 억울하잖아"

"맞아.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디지털노마드족에게 세금을 어떻게 과세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 세금 제도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든. 소영이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

"흠… 너무 어려운 문제야. 국어 시간 같아. 엄마! 기사 쓸 게 없어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순간 당황했다. 마음 속으로는 '얘는 왜 이렇게 눈치가 빠른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높였다.

"아닌데! 엄마 기사 쓸 거 많은데? 머리 아프면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러나 소영이는 "아니야. 내가 방법을 찾을 거야"라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엄마, 자유 영혼들이 병원, 경찰, 소방서를 이용할 때는 사용료를 내라고 하자. 그러면 공평하잖아"

소영이의 말을 듣자,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공공서비스는 '합리성'만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소득이 없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것이 인권이고, 우리는 인권을 존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기에 국가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재원은 모두가 납부하는 세금에서 나온다.

만약 그 재원을 세금이 아닌 '사용료'로 바꾼다면, 공공서비스는 더 이상 '공공'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세금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내가 공동체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아이가, 내 부모님이 공동체 안에서 보호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세금'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 소영이와의 대화를 통해 계속 이 질문을 곱씹게 된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세금 이야기] 디지털노마드, 무엇이 문제인가요?

디지털노마드의 '노마드(nomad)'는 원래 유목민이라는 뜻이에요. 디지털노마드는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노트북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일하는 사람들을 말해요. 이들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일하며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세금을 걷기 어려워졌어요. 디지털노마드+족(族·집단 족)을 합쳐 '디지털노마드족'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들은 월급을 가상자산(코인)으로 받아요. 우리가 쓰는 돈은 보통 국가에서 만들어서 쓰죠. 그런데 가상자산(또는 암호화폐)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디지털 화폐예요. 돈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하면 실제 돈처럼 사용되기도 해요.

가상자산에는 블록체인이라는 말이 따라 붙어요. 블록체인은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에요. 거래 내용을 하나하나 기록한 블록을 차곡차곡 연결해서 저장해요. 누가 몰래 바꾸려고 하면 바로 들통나요. 그래서 사람들이 코인을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거예요.

국가에서는 왜 월급을 가상자산으로 받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내라고 하지 못하는 걸까요? 가상자산은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나라에서 이들이 가상자산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무엇을 사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과세를 하지 못하는 거예요.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다른 사람들은 억울해질 수도 있어요. 이에 많은 나라들이 디지털노마드에게 어떻게 세금을 걷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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