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른의 언어로 알고 있는 세법 상식을, 아이의 눈높이로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엄마의 대답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아이의 가치관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세금 상식에 철학을 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펜을 들었습니다. 부모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이야기들. 아이의 질문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도록, 그 방법을 독자 여러분과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엄마와 초등딸의 택스에세이>는 기사보다는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정해진 형식도, 틀도 없습니다. 15년간 세금 기사를 써 온 엄마 기자와 이제 막 "왜요?"를 묻기 시작한 딸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세금'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여정입니다.

엄마·아빠는 왜 자동차세·재산세 가지고 싸워?
순간 '내가 너무 흥분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나고 억울했지만, 아이 앞에서 너무 드러냈나 싶었다.
매년 자동차세 납부기간인 1월과 6월, 재산세 납부기간인 7월, 9월만 되면 어느 집이나 자동차세와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부부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외벌이라면 경제활동의 주체가 분명하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날 일이 적지만, 우리집은 맞벌이이기 때문에 외식이나 쇼핑 등의 지출이 있으면 번갈아내거나 또는 내기를 선호한다.(아이가 있기 때문에 내기는 주로 부루마블이나 보물찾기 같은 게임으로 한다.)
각자의 주머니는 터치하지 않는 것이 우리 부부의 암묵적인 룰이다. 그래서 남편이 연초에 자동차세가 많이 나왔다고 투덜거렸을 때 나는 "당신 명의로 돼 있으니 알아서 해"라고 말했다.
그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올 줄은 몰랐다. 몇 달 후, 재산세 고지서가 나오자 나는 남편에게 반반씩 사이좋게 나눠내자고 제안했지만 남편은 "당신 명의로 돼 있으니 알아서 해"라고 답했다.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셈이다.
이에 혼자 씩씩대던 나를 아이가 보고 엄마와 아빠가 싸운다고 오해한 것이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고 하자 소영이는 "자동차랑 집은 이미 돈을 주고 샀는데, 왜 또 세금을 내야 해?"라고 물었다.
나는 "집이나 상가건물 등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재산세라는 것을 내야 하거든. 내가 돈 주고 산 건데 왜 세금을 내야 하나 싶겠지만, 집이나 건물만 있어서는 사람이 생활이 가능하겠어?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도로, 수도, 전기, 소방 등의 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재산세를 내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럼 자동차세는 왜 내는 거야? 집은 움직이지 못하니까 물(수도)과 전기를 먹어야 하지만 자동차는 주유소 가서 밥먹고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잖아"
"자동차는 도로 위를 다니지? 그 도로는 누구 돈으로 만들까? 바로, 나라에서 걷는 세금이야. 그리고 이건 좀 어렵겠지만, 자동차세나 재산세는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세금이야.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국세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가져가는 거야. 쉽게 생각하자면, 자동차세나 재산세는 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지역 있잖아. 이곳의 주민센터, 구청, 시청에서 걷고 사용하는 세금이야. 집값이 비싸면 종합부동산세라고 세금을 더 내야 하는데, 우리 집값은 낮아서 종부세는 안 내. 앞으로 낼 일이 생길까?(또르르)"
"그러면 자동차세는 아빠 이름으로 돼 있으니까 아빠가 내고, 집은 엄마 이름으로 샀으니까 엄마가 내면 되는 것 아니야?"
여기서 나의 항변이 시작됐다. "소영아, 잘 생각해봐. 이 집에 엄마 혼자 살아? 엄마와 아빠, 그리고 네가 살잖아. 셋이 한 집에서 사는데 엄마만 재산세 내면 억울하잖아. 소영이는 아직 어린이이고 돈을 안 버니까 세금을 안 내도 되지만, 아빠는 돈을 버는데 세금을 엄마만 내면 안 되지"
"그런데 엄마는 아빠 차를 타잖아. 운전도 아빠가 하잖아. 엄마가 자동차는 아빠 이름으로 샀으니까 아빠 보고 자동차세를 내라고 했으면, 집은 엄마 이름으로 돼 있으니까 엄마가 내야하는 것 아니야?"
여기서 남편이 끼어들었다. "차 기름값도 내가 내는데?"
"..."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재산세는 나 혼자 납부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또 재산세 고지서가 날아올 시기가 다가온다.
올해는 소영이에게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소영아, 비용은 내가 이용하는 서비스나 물건(재화)에 대해서 내는 돈이잖아. 그러면 자동차세와 재산세 모두 가장 많이 누리는 사람이 내야 하는 것 아닐까? 엄마는 주말에만 차를 타는데 아빠는 매일 타니까 아빠가 내는 게 맞지. 그러니까 재산세도 집에서 가장 오래 머물면서 알차게 사용하는 사람이 내야 하는 것 아니겠어?"
이렇게 말하면서 올해는 세 식구가 함께 재산세를 내보자고, 한번 제안해봐야겠다. 내 말을 들은 소영이의 반응이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세금이야기] 국세와 지방세가 뭐예요?
우리나라 세금은 국세와 지방세로 나뉘어요. 국세는 대통령이 있는 정부(중앙정부)가 전국 사람들에게 걷어서 나라 전체를 위해 쓰는 세금이에요. 국세에는 돈을 벌면 내야 하는 소득세와 물건을 사면 붙는 세금인 부가가치세, 재산을 물려줄 때 내는 상속·증여세 등이 있어요.
지방세는 우리 동네를 위해 쓰는 세금이에요. 시청, 구청, 주민센터 같은 우리 동네 기관에서 걷는 세금으로 도로, 놀이터, 쓰레기 수거, 소방서 운영 등에 쓰여요. 지방세는 자동차에 부과하는 자동차세, 집이나 상가 등에 부과하는 재산세, 집이나 차를 사면 내야 하는 취득세, 살고 있는 지역에 내야 하는 주민세 등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