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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경기침체 먼저 겪은 일본…해법은 상속세 완화?

  • 2025.02.07(금) 07:30

日, 부의 고령화 해결 위해 '상속 정산 과세'
한국도 유사한 제도 있지만 '유명무실'

자녀에게 자산(부동산 등)을 물려주고 싶어도, 높은 세금 부담으로 이를 주저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사전증여가 쉽지 않다보니, 고령의 부모가 나이 든 자녀에게 재산을 승계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소비진작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이러한 '부의 고령화'는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일본의 상속·증여세의 명목세율은 55%로 전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부의 이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0년대부터 이런 시각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 진입으로 내수 경제가 침체됐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층이 돈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고령 자산가들의 재산을 젊은 층에 이전시키려는 방향으로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저성장의 원인으로 고령화가 지목되는 만큼, 일본처럼 부모와 자녀 세대 간의 부의 이전을 장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령화 한국, '증여' 감소…왜?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증가세였던 사전증여 규모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증여세 신고 건수는 16만4230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15만1399건) 이후 4년 만에 20만건대 벽이 무너진 것이다. 증여세 건수는 2020년 21만4603건에서 2021년 26만4274건, 2022년 21만5640건이었다.

증여 규모가 감소하는 이유는 높은 세금 부담 때문이다. 한국 상속·증여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10~50%, 대주주 할증과세까지 더하면 최고세율은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 

최근 증여가 감소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감소하면서 굳이 사전증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다주택자의 종부세율도 하향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유세 부담을 낮춘 바 있다. 

이런 영향인지, 증여 재산에서의 부동산 비중도 줄고 있다. 자산 종류별로 보면 건물이 7조9000억원(29%)·토지가 5조원(18.4%)으로, 부동산이 증여 재산의 47.4%를 차지했다. 부동산의 비중이 50% 밑으로 떨어진 건 2023년이 처음이었다. 

특히 80, 90대 부모가 숨지면서 늙은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는 이른바 '노노(老老) 상속' 규모도 크다. 2023년 상속세 신고 기준, 피상속인(사망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인 경우는 1만104건으로 전체 상속 건수(1만8282건)의 55.2%에 달했다. 노노 상속(피상속인 연령 8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0.2%에서 2022년 52.4%로 매년 커지고 있다. 

고령화 먼저 겪은 日, '생전 증여' 확대

우리보다 초고령화 사회를 먼저 겪은 일본은 상속·증여세의 개혁 방향에 이를 고스란히 담았다. 노노(老老) 상속이 일본의 경제활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002년, 일본 정부의 '세제조사회'는 상속세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했다고 판단했다. 세제조사회는 우리의 세제발전심의위원회와 같은 조세법 개정 관련 방향을 제시하는 곳인데, 차이점은 우리처럼 자문이 아닌 의결 기능을 갖고 있다. 

당시 세제조사회는 상속인의 재산 취득이 생애주기의 후반에 이뤄진 부분을 문제 삼았고, 이 상속재산이 상속인의 경제적 기반을 형성하는 뜻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꺼낸 것이 '상속 시 정산 과세' 제도다.

이는 ①1년간 증여받은 재산의 합계액에서 2500만엔 한도의 특별공제액을 제외하고 ②남은 잔액에 대해 현행 증여세율보다 낮은 세율(일률 20%)로 증여세를 과세하고 ③그 후 상속 시 상속세액에서 증여세를 공제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경우 부모 사망 시 부과되는 상속세에서 이미 납부한 증여세 상당액이 공제된다. 

2003년 제도가 도입될 당시엔 적용 대상이 '65세 이상 부모·20세 이상 자녀'였다. 이후 생전 증여를 촉진하고자 2015년부턴 '증여자의 연령 요건은 60세 이상으로 낮추고, 수증자에 20세 이상의 손자·손녀'도 넣었다. 2022년엔 수증자 연령 요건이 18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한국도 '사전 상속 특례' 도입했지만

일본이 상속·증여를 세대 간 소득 이전이란 틀로 접근하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부자들의 불로소득이란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2005년, 창업자금에 대한 과세특례를 제도를 만들 때 '5억원을 공제한 뒤 10%의 특례세율로 증여세를 과세한 후 상속 시점에서 정산'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사전 상속'에 특례를 주고 있단 점에서, 일본의 상속세 정산제도와 유사성을 띈다. 

하지만 우리의 사전 상속 특례는 창업자금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토지, 건물 등은 특례대상에서 빠진다. 반면, 일본의 상속세 정산제도는 일본의 상속세 정산제도는 증여 재산의 종류나 금액, 증여 횟수에 제한이 없다. 예컨대, 주택 취득을 위한 자금을 증여받더라도 특례를 적용받는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세법은 일본의 제도를 많이 참고하는데, 일본의 제도가 절세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는 비난을 세제실에서 감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상속에 대한 특례가 도입됐지만, 요건이 까다롭게 되어있어 실제로는 거의 작동을 안 한다"며 "제도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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