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과 여행, 음식, 문화까지,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교류도 활발한 나라다.
하지만 제도와 사고방식에서는 때때로 먼 나라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중에서도 세금 제도만큼은 그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일본의 세금 제도를 살펴봐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저출생·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나라다. 한국이 앞으로 마주할 현실을 먼저 겪고 있는 셈이다.
조세제도 또한 사회 변화에 맞춰 선제적으로 개편되어 왔다. 이는 단순한 해외 사례를 넘어 한국 조세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한일 간 크로스보더 비즈니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세무리스크를 줄이고 전략적 절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본 세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세, 법인세, 소비세(부가가치세), 상속세, 세무조사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의 닮은 듯 다른 세금 제도를 짚어봤다.

①소득세 최고세율 45%인데, 실효세율은 55%…왜?
일본의 소득세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1년(1월 1일~12월 31일)의 기간에 발생한 소득에 대해 매겨진다.
소득세법에서는 발생형태(이자, 배당, 부동산, 사업, 양도 등)에 따라 '10종류'로 분류한다. 1~9종류에서 열거하지 않은 소득을 '잡소득'으로 본다. 한국으로 치면 기타소득으로 볼 수 있다.
잡소득의 주된 대상은 공적연금이나 작가가 아닌 자의 인세·원고료 등으로, 필요 경비·일부 특별공제액을 빼고 소득금액을 계산한다.
일본의 근로소득자도 매월 급여에서 소득세를 떼인다. 일본에서는 연말정산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개념이 달라 근로자가 보험료 공제 증명서를 제출하면 회사에서 알아서 계산해 신고한다.
우리나라처럼 각종 공제를 근로자가 직접 확인하고 증빙서류를 모아서 회사에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 근로소득자는 소득세 신고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다만 ①예외적으로 급여 수입액이 2000만엔을 넘거나 ②두 곳 이상으로부터 급여를 받을 때 ③급여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20만엔을 넘겼을 땐 확정신고서를 내야 한다.

일본의 소득세율은 5~45%까지 7단계로 구분된 누진세율 체계다. 최고세율만 따지면 한국(45%)과 같다. 이렇듯 누진세율 구조는 비슷하지만, 주민세가 가장 큰 차이다. 일본은 '주민세'라는 지방세가 별도로 붙는다. 이에 따라 실효세율이 한국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예컨대 고소득자라면 최고세율(45%)과 주민세(10%)가 별도로 부과되며, 실효세율은 55%에 달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소득세 산출 세액에 대해 10%의 지방소득세가 붙는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최고세율은 49.5%(45%×110%)다.
일본 세법에는 연 2회(7월, 11월) 당해 세금을 미리 납부하는 예정납세제도가 존재한다. 직전연도 세액이 15만엔 이상인 자가 대상이다. 또 부동산 소득이나 산림소득이 있는 납세자는 청색신고서를 이용해서 신고할 수 있는데, 이들은 특별공제(최고 65만엔) 등 여러 가지 특례를 받는다.
②일본 법인들, 법인세에 법인주민세·사업세도 추가해드릴게요!
일본의 법인세는 복잡한 세금 구조를 갖고 있다. 법인세 외에도 지방법인세, 법인주민세, 사업세, 특별법인사업세 등을 과세한다.
대부분의 세금이 국세 중심으로 통합되어 있어 지방세 항목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의 법인세 과세체계와 비교했을 때, 일본의 법인세는 상당히 복잡하다.
일본은 법인의 익금에서 손금을 공제한 금액을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발생주의와 같은 회계 처리 기준에 따르지만, 회계 처리 기준과 다르게 세무처리상 익금·손금산입을 필요(또는 제한)로 하는 항목이 있다.
국세인 법인세만 놓고 보면, 사실상 단일세율 체계다. 일반적으로 과표 전 구간에 23.2%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일정 구간(연 소득 800만엔 이하)에 대해 15%의 특례세율을 적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무상 기업이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지방세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론 30% 내외로 볼 수 있다.
수익사업을 경영하고 있는 공익법인 또는 인격이 없는 사단·재단 등도 법인세 대상이 된다. 이들 법인에 붙는 것이 사업세다. 기업규모나 업종에 따라 3.5~7.0% 세율로 부과된다. 사업세는 법인세를 계산할 때 일부 손금 산입이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법인소득이 없더라도, 회사의 부가가치금액·자본금액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낼 수도 있다(외형표준과세제도).
③같은 햄버거인데…매장서 먹으면 소비세율 10%, 포장은 8%
일본의 소비세는 상품을 살 때 상품값의 일정률로 부과하는 간접세로,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세금이다. 1989년 4월 소비세(3%)를 처음 도입했으며, 세율은 순차적으로 올라 현재는 10%다.
국내 거래라면 과세 자산의 양도나 대여·용역의 제공을, 수입 거래라면 보세지역에서 인수되는 외국화물을 소비세 대상 거래로 본다. 다만 수출거래, 국제통신, 국제운수 등 수출과 유사한 거래는 면세 대상에 해당한다.
한국과는 다른 점은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쌀·야채·고기·음료 등 대부분의 음식료품에 대해서는 기본 소비세율인 10%보다 2%포인트 낮은 8%의 '경감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외식은 기본 소비세율은 10%를 적용한다. 같은 햄버거라도 매장에서 먹으면 소비세율은 10%, 포장하면 8%를 적용한다. 같은 재화라도 어디서 소비하느냐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는 의미다.

1년간(전전사업연도)의 과세매출액이 1000만엔을 넘지 않으면 소비세 납세의무가 없다. 다만 전사업연도의 개시일부터 6개월간 과세매출액(또는 급여지급액)이 1000만엔을 초과했을 때는 소비세 납세의무가 생긴다.
일본은 2023년 10월부터 복수세율 체계에 대응하기 위해 매입세액공제 요건으로 '적격청구서 보존 방식'(인보이스 제도)을 도입했다.
이는 한국의 간이과세자 제도와 유사한 구조로, 사업자는 세무서에 적격청구서 발행사업자 등록신청서를 제출한 후 등록을 받아야 한다. 등록된 사업자가 발행한 적격청구서를 수취·보존해야만 해당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④각자 받은 재산에 세금…상속세 어떻게 매겨질까
일본은 상속인이 취득한 재산 가격을 과세물건으로 하는 '유산취득 과세' 방식으로 상속세를 매긴다. 반면 한국의 상속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유산 총액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유산 과세' 방식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일본은 유산취득세를 기본으로 취하면서, 피상속인의 유산액을 과세물건으로 하는 유산세를 가미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①상속세 총액을 산정할 때 실제 유산분할과 관계없이 유산 총액·법정상속인의 수, 법정상속분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을 따르고 ②상속세의 총액을 실제 상속인이 상속받는 비율에 따라 안분해서 산출 세액을 계산하며 ③각 산출 세액에서 개인적인 사정을 고려한 조정(세액공제)을 거쳐 각자의 상속 세액을 구하는 계산식 때문이다.
상속세의 과세물건은 상속·유증에 의해 취득한 재산이다. 특허·저작권 등 무체재산권, 광업·어업권 등 영업상의 권리 등 경제적 가치에 대한 지배권도 폭 넓게 상속세 과세 대상으로 본다.
법률적으로는 상속이나 유증으로 얻은 재산이 아니어도, 피상속인(또는 유증자)의 사망으로 인해 생긴 경제적 이익이 있다면 그 역시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상속세의 과세가격은 '상속인이 상속·유증에 의해 얻은 재산 가액의 합계액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액·장례비용을 공제'한 금액이다. 또 2024년 1월 1일 이후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선 상속개시 전 7년 이내 증여 재산까지 합산한다.
과세가격이 계산되면, 각 상속인의 과세가격을 합산한다. 그 합산액에서 유산에 관한 기초공제금액(3000만엔+600만엔×법정상속인 수)을 공제한다. 이 잔액을 법정상속분에 따라 배분해서 세율(10~55%)을 적용, 각 법정상속인별 산출 세액의 합계액이 상속세 총액이 된다. 참고로 일본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앞서 계산한 상속세 총액을 각 상속인에게 그 과세가격에 따라 안분한 금액이 납세의무자별 상속세 산출 세액이 된다. 다만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배우자, 부모, 자녀가 아니라면 '20% 할증세'가 매겨진다. 이후 각종 세액공제(미성년자, 장애인, 배우자 등)를 차감하면 납부세액이 결정되는 구조로 계산된다.
2003년, 일본은 부모와 자녀 세대 간의 부의 이전을 장려하고자 '상속 시 정산 과세' 제도를 만들었다.
이는 ①1년간 증여받은 재산의 합계액에서 2500만엔 한도의 특별공제액을 제외하고 ②남은 잔액에 대해 현행 증여세율보다 낮은 세율(일률 20%)로 증여세를 매기며 ③그 후 상속 시 상속세액에서 증여세를 공제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경우 부모 사망 시 부과되는 상속세에서 이미 납부한 증여세 상당액이 공제된다.
한국은 '창업자금'으로만 한정해서 사전 상속에 특례를 주고 있다. 토지, 건물 등은 특례대상에서 빠진다. 반면, 일본의 상속세 정산제도는 증여 재산의 종류나 금액, 증여 횟수에 제한이 없다. 예컨대, 주택 취득을 위한 자금을 증여받더라도 특례를 적용받는다.
⑤세무조사로 본 '납세문화 차이'
일본의 세무조사 제도는 한국과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특유의 운영 방식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의 세무조사는 크게 일반, 특별세무조사로 구분된다. 일반 조사는 한국처럼 4~5년 주기로 한 번씩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의 비정기 조사와 같이, 탈세 혐의가 명백했을 때 사전 예고 없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단이 동반되는 게 특별 조사다.
하지만 세무조사 접근 방식에 있어선 양국 국세청이 다르다.
일본은 납세자와의 협조적인 관계를 중시하며, 조사의 목적도 탈루 적발보단 성실신고 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조사관이 결과를 납세자에게 설명하고, 납세자는 설명을 들은 후 해당 내용에 동의하면 스스로 수정신고를 한다.
만약 납세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세무당국이 경정처분(과세 통지)을 하지만,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납세자 스스로 수정신고를 하는데다, 관의 처분을 존중하고 납세순응도도 높은 문화 때문에 일본에서는 조세불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과세관청이 '판단하고 부과'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과세관청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은 납세자들은 권리구제를 위해 불복을 제기한다.
이밖에도 세무대리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는 세무대리인이 납세자의 편에 서서 절세를 돕는 것이 정당한 역할로 여겨진다. 반면, 일본에서는 세무대리인을 납세자의 대변인이 아닌, 공정한 납세를 유도하는 조력자로 본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세무대리인에게 절세 방법을 문의할 경우, 오히려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게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