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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상속세 폐지하면…유류분 분쟁 늘어날까

  • 2025.03.20(목) 07:00

재산이전 지연·위장 분할 등…예측가능한 '4가지 시나리오'

세상을 떠난 배우자가 남긴 재산을 남은 배우자가 온전히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은 상속세가 부의 이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일군 공동 재산에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의문은 계속 따라 붙는다. 이혼할 때, 재산분할은 증여세가 없지만, 사별에는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이미 여론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로 기울어진 가운데,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상속세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 6일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피상속인(망인)이 보유한 재산 40억원을 배우자와 자녀에게 절반씩 상속했다면, 배우자 상속공제 20억원과 일괄공제 5억원을 제하고 4억4000만원 정도의 상속세가 나온다. 

배우자 상속세가 폐지되면, 배우자에게 전부 상속하는 방법을 택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후 남은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자녀에게 상속을 하면 되기 때문에 자녀 입장에서는 상속세를 한 번만 내도 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어떤 법이든 이를 악용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상속·증여 전문가인 강정호 세무법인 대륙아주 세무사와 함께 배우자 상속세 폐지 후 벌어질 '4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짚어봤다. 

강 세무사는 "정치권에서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논하기 전, 4가지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예방책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One AI(더존비즈온 AI 솔루션)

①자녀 세대에 재산 이전 지연

배우자 상속공제 한도는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이며, 배우자가 그 이상을 상속받아도 공제 한도는 30억원으로 제한된다. 이런 탓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우자 상속공제 한도 외 재산을 자녀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강 세무사는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면 자녀 세대에게 부를 이전(수직이동)하는 것보다, 배우자에게 상속(수평이동)하는 걸 선택할 것"이라며 "자녀 세대에게 재산이 이전되는 속도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배우자가 먼저 모든 재산을 상속받은 뒤, 배우자 사망 시점에서 자녀에게 다시 상속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재는 고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법정상속분대로 재산을 나누고 공동으로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다. 

강 세무사는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더라도 일괄공제 등 자녀에 대한 상속공제 금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②유류분 분쟁 증가 

상속세는 다른 세금과 달리 '감정이 있는 세금'이란 말도 종종 나온다. 상속재산 분할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한 경우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이 특정 상속인에게 과도한 재산을 유증(또는 증여)하는 것을 제한하고, 다른 법정상속인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강 세무사는 "배우자 상속세가 폐지되면, 배우자 상속분이 커질 것이고 자녀와 유류분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최소한의 유류분으로 주장할 수 있다. 배우자의 법정상속 지분은 다른 상속인들의 상속분의 1.5배다. 

강 세무사는 "상속재산 전체를 배우자한테 상속하는 것이 아닌, 자녀분을 제외한 재산을 상속하는 쪽을 택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③배우자 '증여재산공제'와의 형평성

배우자에게 6억원까지는 세금 없이 재산을 이전할 수 있다(부동산이라면 취득세는 납부해야 함). 

부모·자식 간 증여세 면제 한도(5000만원)보다 큰 차이를 둔 이유는 분명하다. 부부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을 같이 하는 공동체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한다면, 부부 중 한 명이 배우자에게 생전 증여를 미루면서 '부의 고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 세무사는 "배우자 증여재산공제(6억 )보다 배우자 상속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결국 생전에 배우자에게 재산을 이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논의할 때, 배우자 증여재산공제금액도 연계해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증여세와 상속세에 통합세액공제가 적용된다. 부모 1인당 1361만달러(약 190억원)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증여세나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강 세무사는 "미국의 통합공제 개념을 우리나라 방식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④위장분할(또는 위장 결혼) 

배우자 상속세가 폐지된다면, 세금을 줄일 목적의 '우회 상속'을 할 우려도 있다. 강 세무사는 "실제로는 자녀가 받았지만, 배우자가 상속받았다는 식의 위장분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조세회피 대응책을 짜놨다. 정부 개편안엔 '우회 상속 결과, 실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 추가 과세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적발되면 위장분할 관여자(피상속인의 특수관계인)들이 덜 낸 세금을 추가로 걷겠단 의미다. 10년인 부과제척기간도 15년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강 세무사는 "상속개시일 이후 재산변동에 대해 국세청은 실제 분할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부 자산가들은 배우자 상속세를 피하려고 '위장 이혼'도 한다. 이혼 때 재산분할을 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된다면, 최악의 경우 위장 결혼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두 정책(부부 상속세 폐지·우회상속 비교과세) 간 시행 시기가 다르다면, 탈세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은 배우자가 있는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경우 5억∼30억원을 공제하는 현행과 달리 공제 한도를 없애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회의 상속세 개편 논의가 현행 유산세 방식에 맞춰져 있는 만큼, 시행 시기는 내년 상속분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안은 올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조세회피 방지책 시행은 3년 뒤(2028년 1월 1일 이후 상속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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