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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상속세 과세방식과 소비세 제도 쉽게 이해하기

  • 2025.04.10(목) 07:00

[프리미엄 리포트]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상속세 이슈는 최근 들어 점점 뜨거워지고 있죠. 고령화, 자산 양극화, 가업승계, 부동산 가격상승, 세율 구조 논란 등이 맞물리면서 주목도가 높아졌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상속세 과세체계를 현 유산세 방식에서 일본식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특히 일본의 '소비세' 제도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고령화사회의 복지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죠.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에게 이 두 가지 세금의 구조와 흐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일본 상속세 제도의 도입 배경과 개정 논쟁은

일본의 상속세는 처음에 1905년 러일전쟁 때 전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속세 체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에 미군정의 조세개혁으로 새롭게 정비됐습니다. 당시 미군정은 부의 집중을 완화하고 재분배를 촉진하기 위해 상속세 제도를 개편했습니다. 상속세는 부유층의 재산이 대물림되는 것을 일부 억제하고, 전후 경제 민주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초기에는 공제 한도가 높아서 일반 국민 대부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부자만의 세금"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이전까지는 기본공제가 '5000만엔 + 1000만엔×상속인 수'로 매우 높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전체 사망자의 4% 정도만 상속세를 납부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 일본 정부는 소득세와 소비세 등 다른 세금의 인상과 균형을 맞추고, 늘어나는 국가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상속세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2015년 상속세법 개정을 통해 상속세 공제액을 약 40% 줄였습니다. 기본공제는 '5000만엔 + 1000만엔×상속인 수'에서 '3000만엔 + 600만엔×상속인 수'로 줄어들었고, 최고세율도 55%까지 확대됐습니다.

이로 인해 과세 대상이 되는 상속재산 규모가 크게 낮아져, 이전에는 세금을 내지 않던 중산층 가정들도 상속세 신고 대상에 포함되는 "상속세의 대중화" 현상이 생겼습니다. 특히 도쿄 등 땅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현금이 많지 않더라도 집 한 채만으로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개정 과정에서 찬반 논쟁도 치열했습니다. 정부와 찬성 측은 "소비세 등 서민증세에 앞서 부유층의 상속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조세형평에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모두가 내는 소비세를 올린 만큼 부자들이 내는 상속세도 강화해 부의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반면 반대 의견으로는 상속세율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의 해외 유출 문제가 언급됐습니다.

최고세율이 절반을 넘자 일부 부유층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산을 해외로 옮기거나 심지어 국적을 바꾸는 움직임까지 보였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나라로 해외 이주를 고려하는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었고, 5년 이상 해외에 살면 해외자산에 대해 일본 상속세를 면제받는 제도(당시 기준)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증가했습니다. 다만 이런 극단적 선택은 생활 기반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널리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른 논쟁거리는 절세를 위한 편법 상속이었습니다. 일본 상속세는 상속인 수에 따라 공제액이 늘어나므로, 일부 자산가들은 성인 양자를 입양하여 상속인을 늘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여왔습니다.

실제로 일본 최고재판소는 2017년에 "비록 상속세 절감을 주된 목적으로 한 양자 입양이라도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最高裁判所第3小法廷 平成28年(受)第1255号 養子縁組無効確認請求事件). 이러한 편법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1980년대 말에 상속세 공제 대상이 되는 법정상속인의 범위를 조정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왔지만, 여전히 부유층 사이에서는 세무 전략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속세를 둘러싸고 부의 대물림 억제와 경제활동 위축이라는 쟁점이 계속 논의돼 왔습니다.

일본 소비세 제도의 도입 배경과 개정 논쟁은

일본은 비교적 늦은 1989년에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를 도입했습니다. 도입 전에도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걸쳐 여러 차례 간접세 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국민들의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1979년 오히라 내각이 "일반소비세" 신설을 추진했다가 총선에서 여론의 심판을 받았고, 1987년 나카소네 내각의 판매세 법안도 큰 반대에 부딪혀 철회된 바 있습니다. 결국 1988년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가 소비세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이듬해 1989년 4월에 세율 3%의 소비세가 처음 시행됐습니다. 소비세 도입은 직접세 위주의 세수 구조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는데, 동시에 소득세율 인하 등 다른 세제 개편과 함께 진행되어 증세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계산도 있었습니다.

소비세는 도입 이후 일본 조세정책의 가장 민감한 이슈로 자리잡았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비세야말로 넓은 세원에 기반한 안정적 수입원이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모든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세금인 만큼 반발이 컸습니다.

첫 번째 인상은 도입 8년 후인 1997년에 세율 5%로 이뤄졌습니다. 하시모토 내각 시절 이뤄진 이 인상은 이후 일본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때문에 한동안 정치권에서 소비세 인상 논의는 금기시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 재원 확보 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시 소비세 개편이 논의되었고, 민주당 정권이었던 2012년 노다 내각에서는 소비세를 2014년에 8%, 2015년에 10%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후 정권을 잡은 아베 신조 총리는 경기상황 등을 이유로 두 차례나 10% 인상을 미뤘지만, 결국 2019년 10월에 소비세율을 10%로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율 10% 인상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경감세율의 도입입니다. 소비세의 역진성(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세부담이 큼)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19년 인상과 함께 식료품과 일부 정기간행물에 대해 기존 세율 8%를 유지하는 복수세율 제도를 처음 도입했습니다.

또한 소비 진작과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캐시백 포인트 제도를 시행하는 등 보완 대책도 함께 실시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세 인상은 가계 소비 위축을 불러와 일본 내수경제에 부담을 주었고, 정치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2010년경 간 나오토 총리가 소비세 10% 인상을 시사했다가 선거에서 참패했을 정도로, 소비세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만큼 민감한 주제였습니다.

일본의 소비세 논쟁에서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재정 안정과 경기 영향입니다. 재무당국은 "소비세수는 경기 변동에 덜 영향받는 안정적 재원이며, 고령화 사회의 복지비용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세대가 폭넓게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2019년 인상 당시 소비세 추가 수입은 유아교육 무상화 등 일부 복지정책 재원으로 활용돼 증세의 명분으로 내세워졌습니다. 반면 경제학계와 국민 여론은 소비세 인상이 소비 위축을 통해 경기를 냉각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우려했습니다. 1997년과 2014년의 경험 때문에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소비세 인상은 세수 증가보다 경기침체를 불러와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다른 한 축은 세부담의 형평성입니다. 소비세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므로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고, 필수품에 대한 면세 또는 경감세율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습니다.

일본은 결국 식품에 경감세율을 도입함으로써 이러한 비판에 일부 대응했지만, 경감세율로 인한 행정비용 증가와 과세의 복잡성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총세수 중 소비세 비중은 인상 이후 크게 높아져, 현재 일본 재정에서 소비세는 소득세에 버금가는 핵심 세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보완할 부분은(시사점)

일본의 상속세와 소비세 제도는 각기 다른 역사적 배경과 목적 속에서 발전해왔지만, "세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부담시킬 것인가"라는 공통된 물음을 담고 있습니다.

상속세의 경우 일본은 개별 상속인이 얻은 재산을 과세함으로써 부의 대물림에 따른 격차를 줄이려 노력하는 한편, 지나치게 높은 세부담이 자본 유출이나 편법을 초래하지 않도록 공제제도 등을 통해 조정해왔습니다.

소비세의 경우 사회 전체가 폭넓게 분담하는 세금으로 설계되었지만, 서민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경감세율 등의 보완장치를 도입했습니다. 두 세제 모두 높은 세율 자체보다는 세율 구조와 공제, 적용 방식에 따라 실제 국민이 느끼는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일본의 사례는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얻을 수 있는 시사점도 많습니다. 한국은 현재 상속세가 유산세 방식으로 과세돼 과세표준 산정 시 공제 후에도 세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최근 논의되는 유산취득 과세로의 전환은 다양한 상속 형태를 반영하고 세부담을 분산시키려는 방향으로서 검토해볼 만합니다.

다만 일본 사례에서 보았듯 상속세를 완화할 경우 부의 편법 이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공제 요건 강화나 사전 증여에 대한 모니터링 등 보완책이 함께 논의돼야 할 것입니다.

소비세의 경우 한국은 10% 단일세율을 오래 유지해왔는데, 저출산·고령화로 재정 압박이 커지면 일본처럼 부가세율 인상이나 다중세율 도입을 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때 일본의 경험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중요성과 함께,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세심한 설계의 필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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