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상속세 개편안을 두고 자산가들과 세무업계는 혼란을 겪고 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현행 유산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시행시기가 3년 후인 2028년부터인 점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증여와 상속을 고민하는 자산가들은 유리한 절세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남은 3년 동안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개편안이 수정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있어, 신뢰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정부가 상속세 개편안을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탈세할 소지를 차단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은 무엇이 문제이며, 자산가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신뢰 잃은 정부, '양치기 세법' 우려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의 핵심은 과세방식을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유산취득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지만, 문제는 시행 시기다.
대개 정부 세법개정안은 내년에 시행하거나 또는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둔 뒤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개편안은 무려 3년 뒤인 2028년에 시행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올해 정부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2028년 시행된다고 해도, 그 사이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알 수 없다.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금융투자소득세'와 '가상자산 과세' 법안 사례를 통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법 시행이 유예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미 경험했다.
금투세의 경우 2020년 국회를 통과해 2023년 시행하기로 했지만, 2022년에 도입이 2년 유예됐다가, 지난해 결국 폐지됐다. 가상자산 과세의 경우도 지난해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2년 유예해 오는 2027년에 시행하기로 했다.
상속세 개편안의 경우도 이 같은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L세무사는 "정부 개편안은 3년 뒤에 시행한다고 하니까, 다들 현실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 분위기"라며 "금투세처럼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C세무사는 "작년에도 상속세 개편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이번 정부 개편안을 보면서 건강이 위중하신 분들은 많이 실망했다. 자꾸 이러면 납세자들의 반발심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국세청 고위직 출신인 K세무사와 P세무사는 이번 상속세 개편안은 납세자에게 유리한 세법이므로, 과세를 하는 금투세와는 달리 무난하게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급히 개편하다 체할라…개편안의 '함정'
정부 개편안 내용 중 제3자 증여재산을 사전증여재산에 합산하지 않는 것도 굉장히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개편안은 제3자 증여에 대해서는 상속세 과세를 하지 않고, 기존에 부과한 증여세로 종결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5년 전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사전상속재산에 합산돼 상속세 부담이 늘어났다. 피상속인이 불륜관계의 대가로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으로 인해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상속인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3자 증여를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이를 악용한 탈세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정호 세무법인 대륙아주 세무사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자녀가 주주로 있는 법인을 만든 후, 그 법인에 증여를 한다면, 법인세만 부담하게 된다"며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가족 법인에게 증여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세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 국내 소재 재산에만 상속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개편안은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이고, 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에는 전세계 상속재산에 대해 과세한다. 세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증여 또는 상속, 그것이 문제로다
상속세 개편안이 시행되는 2028년 전까지, 자산가들은 어떤 증여 플랜을 수립해야 할까?
현재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0년 전에 상속인에게 사전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으로 합산하기 때문에, 세무대리인들은 최대한 나눠서 증여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배우자 및 자녀공제를 적극 활용해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2028년부터 상속세 개편안이 시행되면, 자산가들은 사전증여 또는 상속이라는 선택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WM센터 3본부 대표세무사는 "상속세율 인하가 되지 않는다면, 큰 자산을 가진 분들은 세금이 많이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에, 증여 플랜은 계속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며 "30억원 이상을 가진 자산가들은 상속세 개편 여부를 떠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증여는 계속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연 세무회계 여솔 대표세무사는 "정부 개편안이 시행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현행 세법과 정부 개편안을 비교해 증여와 상속의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며 "정부 개편안이 시행되면 제3자 증여재산이 상속재산에 합산되지 않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