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그가 확실하다고 한 '죽음과 세금'이 동시에 현실이 되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상속세다.
상속세는 고인이 생전에 이루어 놓은 부가 죽음을 계기로 다음 세대로 무상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상속인이 부담하게 되는 세금이다.
과거 축적된 부(Wealth)라는 것이 별로 없었던 시기에는 일부의 사람들만 부담하는 세금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잿더미에서 출발하여 눈부신 경제성장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또한 그 성장의 주역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최근에는 일반대중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에 정부에서 발표한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방안'도, 이제는 많은 이해당사자를 가지게 된 상속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과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보다 쉽게 이해하려면 상속세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다른 세법들과는 달리 상속세와 증여세는 별도의 세법을 가지고 있지 않고 하나의 통합 법률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함께 규율된다.
상속과 증여는 납세의무 성립시기가 각각 사망과 생존시로 다를 뿐 부의 무상이전이라는 본질적 특성에서 동일하므로 이 두 행위를 포괄하는 과세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세 세액계산 흐름을 보면, 과세대상이 사망시점에 소유한 망자의 재산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망자가 (상속인은 10년 전까지, 비상속인은 5년 전까지) 사전 증여한 재산을 일단 모두 포함하여 세액 계산을 먼저 한 후 생전 증여시 납부한 증여세를 공제하면서 정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제 현행 우리나라 상속세 체계인 유산세와 개편 방향에서 제시된 유산취득세의 차이를 살펴보자.
유산세(estate tax)는 상속인들이 취득한 모든 상속재산(사전증여재산 포함)을 합산하여 과세표준을 계산한다. 여기에 적용 가능한 각종 공제를 반영한 후, 정해진 세율을 적용해 총 세액을 산출한다. 이렇게 계산된 세액은 상속인이 각각 받은 상속재산의 비율에 따라 나누어 부담한다.
반면, 유산취득세(Inheritance tax)는 상속인이 받은 상속재산(사전증여재산 포함)을 개인별로 각각 계산한다. 이후 해당 상속인에게 적용되는 공제를 반영하여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이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해 세부담을 결정한다.

세율의 변화가 없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이러한 과세방식의 변화가 상속인들의 세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상속세는 누진세율 체계다. 때문에 전체 상속재산에 먼저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보다는, 재산을 먼저 나누고 나중에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상속인들의 전체 세부담은 적어진다.
그렇다면 상속인이 1인인 경우에는 누진세율 체계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과세방식이 바뀌더라도 세부담의 변화는 없는 것일까?
만약, 상속인에게만 사전증여가 있었다면 과세방식의 변화가 세부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비상속인에 대한 사전증여재산이 있었다면, 유산세 방식에서는 이를 상속재산에 포함하여 먼저 세율을 적용한다. 누진세율 체계의 특성에 따라, 이미 기납부한 증여세를 나중에 공제한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의 최종 상속세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유산세 과세방식에서는 상속인이 1인 경우에도 만약 피상속인이 제3자에게 사전증여한 것이 있었다면 그 상속인의 세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과거 모 기업의 창업주가 임직원들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갑자기 별세한 사례가 있었다. 이후 그 증여재산이 상속재산에 합산되면서 상속인은 추가적인 상속세 부담을 안게 되었고 회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만약 우리가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을 취하고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안타까운 사연이다.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는 어떨까? 만약 사전증여가 있었고 그것이 상속인들간에 균등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최종 상속세 측면에서는 사전증여를 더 많이 받았던 상속인에게서 사전증여를 적게 받았던 상속인에게 세부담이 일부 전가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과세방식의 변화는 상속세 공제효과 측면에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유산세 체계에서는 상속재산에서 전체 상속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모든 공제(장애인 공제, 미성년자공제 등)를 먼저 일괄적으로 적용하여 과세표준을 산출하고 세액을 계산함으로써 공제의 당사자가 아닌 상속인의 세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유산취득세 체계에서는 해당 요건에 해당하는 상속인에게만 공제를 허용함으로써, 그 공제가 당초에 예정되었던 당사자에게만 혜택이 온전하게 돌아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과세방식의 변화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세부담이 합리적으로 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상속재산 위장분할·우회상속 등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등 징세비용의 일부 증가는 불가피하다.
이번 개편방안도 과세체계의 큰 변화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상속세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많은 논쟁에 대한 해법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지는 않다.
다른 모든 세금이 그러하듯이 상속세도 그 기원과 운영방식은 각국의 역사적 배경, 경제구조, 조세의 전반적인 체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그와 관련된 쟁점과 해결방안 또한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상속세와 관련된 관심과 논쟁은 많은 부분이 소위 '결집효과(concentration effect)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결집효과란 '고액의 세부담이 특정시점에 집중됨으로써 납세자의 조세저항 심리를 강화시키고 경제적 선택을 변화시키는 것'을 뜻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상속세다.
우리나라와 같이 상속재산의 많은 부분이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이고 그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결집효과를 가진 상속세는 심리적·경제적으로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에서도 결집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연부연납 기간 연장 등 방안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부동산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납세환경에 맞는 보다 독창적인 제도적 설계가 요구된다.
또한, 기업가들의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이 되고 있는 가업승계 제도도 기업이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하여 그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보다 대담하고 유연한 방안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상속세 개편방향을 논의할 때는 단순히 명목세율만을 비교하는 것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조세체계 전반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요구된다.
세금은 소득의 발생이나 부의 이전에 대해 부과된다. 어느 단계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을지는 각국의 역사, 과세 인프라, 납세자의 수용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소득세에 대한 논의 없이 상속세만 따로 떼어 논의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조세체계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것이 부의 이전단계에서 부과되는 상속세를 논의할 때 소득의 발생단계에서의 과세(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만 하는 이유다.
☞김태호 세무법인 위드윈 회장은?
제29대 국세청 차장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최근 김재철 전 중부청장이 설립한 세무법인 위드윈에 합류해 근무하고 있다. 후배들이 함께 근무하고 싶고 납세자와 함께 성장하는 세무법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