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 문화다'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일본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금 제도도 있습니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개혁안을 마련해 세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방 분권과 관광이 발달한 일본 사회는 세금에도 이러한 문화가 반영됐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세금 제도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정자산세
일본의 고정자산세는 토지·건물 등 부동산뿐 아니라 사업용 기계와 설비 등 감가상각 자산까지 과세하는 지방세입니다. 지방정부가 공시한 평가액에 세율 1.4%를 적용하는데요. 도쿄 등 도시계획구역 내에 있는 경우에는 도시계획세 0.3%를 추가해, 최대 1.7%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적자가 난다 하더라도 토지나 건물, 기계설비를 갖고 있다면 매년 고정자산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컴퓨터·간판·에어컨 같은 상각자산에도 세금을 부과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일본 기업들이 고정자산세를 설비투자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합니다.
이러한 제도는 지방분권과 자산과세를 중시하는 일본의 정책 기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반면, 일본은 지방정부가 보다 폭넓은 자산에 세금을 매김으로써 자체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죠.
다만, 중소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를 도입할 경우 일정 기간 고정자산세를 면제해주는 감면 제도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도 시행 중입니다.
주민세
일본의 주민세는 우리나라의 지방소득세에 해당하는 지방세로,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득의 10%를 주민세로 납부해야 합니다. 여기에 모든 납세자에게 5000엔(약 5만원)이 정액분으로 추가 부과되는데요. 주민세는 소득 규모와 관계없이 일괄 적용합니다.
일본 직장인들은 월급에서 소득세 외에도 매월 상당한 금액의 주민세를 원천징수하는데,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세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소득세의 10%를 지방소득세로 납부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누진세 구조로 실효세율이 1~4% 수준에 그칩니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은 지방소득세로 약 50만원을 납부하는데요. 일본에서는 같은 소득 직장인이 주민세로 500만원을 내야 합니다.
소득세 외에도 주민세 비중이 높은 일본은 직장인의 실수령액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일본에서 근무하는 한국 국적 직장인들이 월급이 적다고 생각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온천세와 숙박세
온천이 발달한 일본에는 온천세라는 특별한 지방세도 있습니다. 온천이 있는 지역을 방문하면 숙박객 1인당 약 150엔을 온천세로 내야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숙박요금과는 별도로 현장에서 현금으로 받습니다. 이 세금은 온천 환경·시설 정비 등에 사용됩니다. 일종의 관광세로 볼 수 있죠.
도쿄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숙박세도 별도로 받습니다. 도쿄는 2002년부터 일정 금액 이상의 숙박요금에 1박당 100~500엔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요. 이후 교토 등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도 자율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에서도 관광객에 부과하는 환경보전부담금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관광업계의 반발에 논의를 보류한 상태입니다. 일본은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따라 세율이나 세목을 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이 넓어, 지역 맞춤 세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