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향납세제도를 본떠서 만든 '고향사랑기부금' 제도가 지난 2023년부터 시행한 지 3년이 됐다. 그동안 고향사랑기부를 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고향사랑기부 제도는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고향 등 다른 지자체에 기부하면 해당 지자체는 기부금을 모아 해당 지역의 주민복리 증진을 위해 사용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수원 시민은 경기와 수원시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기부가 가능하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고향사랑기부는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가능하면서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어 놓치면 아까운 꿀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알려진 것과 달리 직장인들의 고향사랑기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손해 1도 안 보는데…전체 근로자 중 2%만 참여
국세청이 국세통계를 통해 처음 공개한 2023년 기준 근로소득 연말정산 기부금 세액공제를 살펴보면 전체 근로소득자 중 2%만이 고향 기부에 참여했다.
고향사랑기부금 공제를 받은 근로소득자 수는 42만126명, 공제세액은 387억300만원이었다. 같은 해 연말정산 근로소득 신고자 수가 2085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근로자의 약 2%만 고향에 기부금을 낸 것이다.
고향사랑기부금 공제를 받은 근로자의 96%인 40만3385명은 결정세액이 있었으며, 나머지 1만6743명은 결정세액이 없었다.
결정세액이 있는 근로자의 소득구간을 살펴보면 근로소득 10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근로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근로자가 가장 많은 구간은 '6000만~8000만원 이하'로 9만9591명이었으며, 그 다음은 '1억~2억원 이하(8만931명)', '8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7만5513명)', '50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5만2627명)' 순이다.
결정세액이 없는 '면세근로자' 1만6743명의 소득을 살펴보면, 3000만~4000만원 이하 소득구간이 6855명으로 가장 많았다. 2000만~3000만원 이하는 3184명이며, 4000만~4500만원 이하 구간은 2390명이다.
눈에 띄는 점은 면세근로자 중 소득이 1000만원 이하 구간인 근로자 66명이 고향사랑기부금을 냈다는 것이다.
유의할 점은 근로자들의 근로소득이 이들의 급여 수준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규 입사자나 중도 퇴사자, 이중 근로자의 급여가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1000만명 참여 기대했는데…
고향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보내자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으면서 처음 선보였다. 18대 국회(2008~2012년)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2차례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지만 끝내 무산됐다.
10년 가량의 시행착오 끝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하겠단 공약으로 다시 수면 위로 올랐고, 관련법이 2021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제도를 설계할 당시, 기획재정부 내부에선 약 10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추정했다. 큰 절세 효과에다, 기부 금액의 30% 내에서 지역특산물 답례품까지 받기 때문이다. 기부액 10만원까진 전액 세액공제 하는데, 가령 10만원을 기부했다면 13만원(3만원 상당 답례품)을 돌려받다 보니 손해 볼 게 없는 구조다.
그런데 시행 첫해, 예상보다 저조한 기부 성적표를 받았다.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제 건수는 52만5000건(기부액 650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막상 혜택을 받는 국민이 많지 않아 내부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기부액이 크지 않는 데는, 주로 소액 기부가 몰린 탓이다. 국토연구원의 '고향사랑기부제의 모금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전체 기부 건수의 83.8%인 44만1291건이 10만원을 낸 그룹에 속했다.
'쥐꼬리 세액공제 한도'가 기부 저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기부액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선 16.5%의 세액공제를 받는데, 기부자들은 이를 고려해 10만원 이내로 기부 금액을 맞춘 것으로 국토연은 봤다.
올해부턴 고향사랑기부제 상한액이 2000만원(종전 500만원)으로 뛰었는데, 기부 선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향사랑기부제, 일본 전철 안 밟으려면?
일본에서 2008년 시행된 고향납세도 초기엔 기부 건수·금액이 많지 않았다. 시행 첫해는 5만4000건, 81억엔으로 저조했다. 실적이 크게 뛴 건 2015년부터다. 그해 고향납세에 따른 개인주민세의 세액공제율을 20%(종전 10%)까지 올린 것이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기부 건수는 726만건, 기부액은 1652억엔까지 늘었다. 2022년엔 9654억엔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답례품도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023년 발표한 '일본 고향납세제도의 답례품 현황·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지방정부의 57.1%가 고향납세 증가 요인으로 '충실한 답례품'을 꼽았다. 제철 수산물 등 지역특산물이 있는 홋카이도 소재 지방정부들이 고향납세 기부금액을 많이 받는 상위권에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회입법조사처 류영아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의 매력을 드러내는 답례품을 개발해 기부자에게 적절한 답례품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사례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고향사랑기부금 제도가 성과를 거두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의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