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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자료제출 안내와 중복세무조사 금지

  • 2025.02.12(수) 07:38

[프리미엄 리포트]허승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약하게 해도 문제지만, 너무 과하게 하면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개인이나 기업 납세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세무조사의 절차를 법적으로 철저하게 규정하고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복 세무조사의 금지 규정입니다. 이미 조사한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조사하지 말라는 의미죠. 그렇다면, 국세청이 해명자료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세무조사로 볼 수 있을까요. 실무상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허승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상철은 서울 봉천동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었다. 상철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방송작가에게 오피스텔을 작업실 용도로 임대했다. 이후 방송작가와의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자, 상철은 지방에서 홀로 거주하던 어머니를 설득해 서울 오피스텔로 이사하도록 했다. 얼마 후 상철은 서울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하여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관악세무서장은 상철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는데, 상철은 세무공무원에게 "조만간 서울 오피스텔을 업무용으로 임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악세무서장은 '서울 오피스텔이 주택이 아니라 업무시설이다'는 이유로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3년 후, 국세청 감사과정에서 관악세무서장은 상철에 대한 세무조사가 불충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관악세무서장은 상철에게 "소득세법 제170조의 질문조사권에 근거하여 서울 오피스텔을 주택이 아니라 업무시설로 사용하였다는 증빙자료의 제출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해명자료 제출 안내문을 보냈다. 상철은 안내문을 받고 서울 오피스텔의 수도요금 영수증 등을 제출하고 세무대리인을 선임해 세무공무원에게 해명을 하게 했다. 하지만 관악세무서장은 "서울 오피스텔의 임대차계약이 장기간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수도요금이 더 많이 부과된 점 등을 볼 때 서울 오피스텔은 사실상 주거로 사용하는 주택이 분명하다"며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을 배제하고 상철에게 양도소득세 5억원을 부과했다. 

세무조사와 절차적 통제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납세의무가 있는지 조사하는 절차를 세무조사라고 한다. 탈세를 막고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세무조사가 필요하다. 세무조사 자체는 세금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무조사에서 수집된 자료는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고, 납세자는 과세관청의 질문이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의무까지 있어 세무조사가 납세자에게 주는 부담은 크다.

과거에는 세무조사가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정부에 밉보인 기업은 과도한 세무조사를 받았다. 과세기간 내에는 같은 세금에 대해서도 반복해서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첫 세무조사로 일단 과세한 후 나중에 기존 세무조사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미 조사했던 부분까지 다시 조사하여 세금을 더 부과하기도 했다. 

세무조사 남용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법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러던 중 정부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납세자의 권리보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국세기본법에 '납세자의 권리에 관한 장'을 신설하여 중복세무조사금지 등 납세자의 권리 규정을 마련했다.

중복세무조사금지란

국세기본법은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등 법령이 정한 사유가 없다면 동일한 기간의 동일한 세목에 대해 재조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재조사금지 규정').

재조사금지 규정이 갖는 의미는 크다. 재조사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하면, 그 세무조사는 위법하고, 그 세무조사에 기한 과세처분 역시 위법하다. 세법상 납세자에게 납세의무가 있더라도 과세관청이 재조사금지 규정을 위반하였다면, 납세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대법원 2006. 6. 2. 선고 2004두12070 판결).

재조사금지 규정 위반의 효과

사례를 보자. 상철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 아파트를 매도할 당시 서울 오피스텔이 소득세법상 주택이 아니어야 한다. 건축법령은 오피스텔을 업무시설로 분류하지만, 소득세법 제88조 제7호는 "주택이란 허가 여부나 공부상의 용도구분과 관계없이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건물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소득세법상 서울 오피스텔은 방송작가가 작업실로 사용할 때에는 주택이 아니지만 상철의 어머니가 주거로 사용한 시점부터는 주택에 해당한다. 상철은 서울 아파트를 양도할 당시 이미 주택으로 인정되는 서울 오피스텔을 추가로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관악세무서는 최초 세무조사에서 서울 오피스텔이 업무시설이라고 잘못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다른 납세자들과의 형평을 위해 다시 세무조사를 해서 상철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재조사금지 규정을 위반하였다면 그 세무조사에 기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 

만약, 관악세무서가 최초 세무조사에서 서울 오피스텔이 주택이라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였기 때문에 추가 조사 없이도 서울 오피스텔을 주택이라고 볼 수 있었다면 어떨까?

추가 세무조사가 없었다면 상철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로 세무조사를 하였다면 상철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 대법원은 중복세무조사로 얻은 과세자료를 과세처분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거나 이를 배제하고도 동일한 과세처분이 가능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은 중복세무조사금지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두55421 판결).

단지 과세관청이 재조사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추가 세무조사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납세자가 거액의 세금을 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재조사금지 규정을 위반하였음에도 과세할 수 있다고 보면, 재조사금지 규정의 실효성이 크게 약화된다. 더욱이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와 같이 국세기본법이 정한 일정한 사유가 인정되면 재조사가 가능하므로 대법원과 같이 재조사금지 규정 위반의 효과를 엄격히 보아도 부작용이 크지는 않다.

금지되는 중복세무조사란

위 사례에서 상철에 대한 과세처분의 당부를 결정하는 핵심 쟁점은 관악세무서장의 해명자료 제출 안내문(이하 '안내문') 발송이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만약 안내문 발송이 세무조사에 해당한다면, 관악세무서장의 양도소득세 부과는 재조사금지 규정에 반하여 위법하다. 반면 안내문 발송이 세무조사가 아니라면 관악세무서장의 양도소득세 부과는 적법하다. 

실무에서 안내문 발송이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에 다툼이 치열하다.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사업장이나 주소지 방문 없이 단순히 해명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안내문만 보냈을 뿐인데, 이를 중복세무조사로 보아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납세자는 안내문을 따르지 않을 경우 여러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안내문 발송 역시 실질적으로 세무조사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박한다. 

대법원은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 3. 16. 선고 2014두8360 판결) 사실 구체적 사건에서 안내문 발송이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사례와 유사한 사건에서 안내문 발송을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본 판결이 있다[서울고등법원 2022. 7. 8. 선고 2021누43486 판결(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위 판결에 의하면 상철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는 위법하다. 반면 세무공무원이 법인에게 임원 보수의 과다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 제출에 관한 안내문을 발송한 것은 '세무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결도 있다[부산고등법원 2023. 1. 18. 선고 2021누23176 판결(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현재 법원은 안내문 발송의 경위, 안내문에 기재된 문구(구체적인 법조항이 기대되어 있는지 또는 자료 제출에 불응할 경우의 불이익이 기재되어 있는지 등), 안내문 수령 후 납세자가 제출한 자료의 내용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안내문 발송이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이 제반 증거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사실인정에 가까워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안내문 발송이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납세자나 과세관청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만큼, 과세관청은 충분한 검토 후에 안내문 발송을 결정할 필요가 있고, 납세자는 안내문이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 관련이 없음

☞허승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7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을 지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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