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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끼리 계좌이체, 증여세는 어떻게 될까?

  • 2024.07.24(수) 07:49

[프리미엄 리포트]허승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부부 사이에 거액을 주고받을 때가 있죠. 재산을 나누거나, 집을 사고 팔 때 통장에서 계좌이체하면 배우자의 증여세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요즘, 많은 분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부 송금과 증여 추정'에 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허승 부장판사(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의사인 상철은 몇 해 전 서울을 떠나 부산에 큰 병원을 열었다. 그러나 자녀의 양육을 위해 상철의 아내는 전업주부로 자녀와 함께 서울에 남기로 했다. 그런데 상철은 부산에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며 부정행위를 하였다. 이를 알게 된 아내는 상철에게 이혼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신에게 모든 재산 관리를 맡길 것을 요구했다. 상철은 아내의 요구에 따라 아내 명의의 계좌로 20억원을 송금했고, 아내는 그 중 15억원으로 부산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구매한 후 자녀와 함께 부산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얼마 후 세무서장은 아내가 상철로부터 20억원을 증여받았다며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액 6억원을 뺀 나머지 14억원에 대한 증여세 4억원을 아내에게 부과했다.  

증여세 과세대상

남편이 아내에게 큰돈을 송금하면 증여세가 부과될까? 부모가 자녀에게 송금하면? 친구 또는 연인 사이에는?

정답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이다. 증여세의 부과대상인 '증여'란 다른 사람에게 공짜로 재산이나 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즉 송금한 이유가 무엇이냐에 따라 증여세 과세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아버지가 아들에게 100억원을 송금하였어도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100억원을 빌린 것이라면, 송금의 원인이 '증여'가 아니기 때문에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증여세 과세 여부가 돈을 주고받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결정된다면, 사람들은 왜 가족에게 큰돈을 보낼 때 증여세를 걱정할까? 사례를 조금 바꿔보자. 상철의 아들이 상철로부터 20억원을 송금 받아 아파트를 구매했고, 얼마 후 세무서장이 아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아들은 상철로부터 투자받은 것이라며 투자계약서를 가지고 증여세 부과의 취소의 소를 제기하면 승소할 수 있을까?

증여세와 증명책임

과세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세무서장에 있다. 세무서장은 아들이 상철로부터 20억원을 공짜로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세무서장이 '증여'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판사는 아들이 증여를 받았는지, 다른 이유에서 받은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심지어 세무서장이 아들이 제시한 투자계약서가 위조된 사실을 증명해도 마찬가지이다.

송금의 원인이 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지, 증여를 증명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무서장이 증여에 관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증여세 부과를 취소하는 판결, 즉 아들의 승소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 

증여의 법률상 추정

위 결론은 상식에 반한다고 생각될 것이다. 우리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거액을 송금한 많은 경우, 그 실질적 이유가 증여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세무서장은 상철과 아들 사이의 송금의 이유에 관한 직접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세법은 조세정의를 위해 여러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은 "재산 취득자가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그 재산의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소득이 없는 아들이 상철로부터 20억원을 받아 아파트를 취득하였다면, 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에 의해 아들이 아파트 취득자금 20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증여로 추정을 받은 아들은 상철로부터 20억원을 받은 실제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증여의 사실상 추정

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은 부동산과 같은 재산 취득의 경우에 적용되고, 송금만 이루어진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은 예전부터 법률의 규정이 없더라도 경험칙을 근거로 가까운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 이루어진 송금을 증여로 사실상 추정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돈을 송금한 경우, 장모가 사위에게 돈을 송금한 경우에도 증여로 사실상 추정했다. 사실상 추정은 경험칙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상 친족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철이 부산에 혼자 머무는 동안 내연관계에 있던 초등학교 동창에게 20억원을 송금했다면 그 역시 증여로 사실상 추정될 수 있다.

부부간 송금과 증여의 추정

부부간 송금은 어떨까? 부부간 송금은 2013년 "실명으로 확인된 계좌로 받은 돈은 그 계좌 명의자가 취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상증세법 제45조 제4항이 신설되어 복잡해졌다.

먼저 상증세법 제45조 제4항이 없던 때로 돌아가 보자. 과거 일부 법원은 부부 사이의 송금도 사실상 증여로 추정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부부 사이의 송금은 증여 외에도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 배우자 자금의 관리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증여로 사실상 추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937 판결).

상철이 아내에게 20억원을 송금한 원인이 증여라는 증거가 없다면, 세무서장은 아내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부부간 송금과 취득자금 증여 추정

하지만 아내가 20억원 중 15억원으로 부산 부동산을 매수한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부의 일방이 혼인 중 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므로(민법 제830조 제1항), 부산 아파트는 아내의 재산으로 추정된다.

아내가 부산 아파트를 취득했다고 인정되면 앞서 본 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에 의해, 아내는 상철로부터 부산 아파트 매수자금 15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내가 상철로부터 15억원을 증여받지 않았다는 사실, 예컨대 상철로부터 15억원을 빌렸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아내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부부간 송금과 증여세 부과 여부

요약하면 상철이 아내에게 보낸 돈에 대해 세무서장이 증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다면 증여세가 부과된다.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상철이 아내에게 돈을 송금만 한 단계에서는 증여로 추정되지 않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아내가 그 돈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면 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에 의해 매수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되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부부간 송금과 상증세법 제45조 제4항 

그렇다면 상증세법 제45조 제4항이 신설된 지금으로 돌아와보자. 무엇이 달라질까?

상증세법 제45조 제4항은 예금주가 실명 확인이 된 계좌로 돈을 받으면, 그 돈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이다. 부부간 송금을 증여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부부는 서로의 계좌를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남편이 아내 명의의 계좌로 돈을 송금했어도 아내가 그 돈을 실질적으로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규정에 의하면, 남편이 아내에게 돈을 송금하면 아내가 그 돈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앞서 본 부동산 취득의 경우와 같이 남편이 아내에게 그 돈을 증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가족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부당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현재 법원 실무는 상증세법 제45조 제4항에 따라 부부 사이의 송금을 증여로 추정하면서도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증여 추정의 번복을 다소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에 따른 추정, 즉 아내가 자신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에 증여 추정 번복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법원 실무와는 다른 점이다.

다만 증여 추정의 번복 여부는 기본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전권인 사실인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재판부나 사건의 내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아내는 증여세를 낼까

처음 사례를 보자. 아내는 남편 상철로부터 20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받았으므로, 상증세법 제45조 제4항에 의해 20억원을 취득하여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내가 돈을 송금 받은 경위를 밝히면 증여 추정이 깨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송금받은 20억원에 대한 증여세는 내지 않게 될 것이다.

다만 부산 아파트 취득과 관련해서는 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에 따라 상철로부터 그 취득자금 15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그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특별한 증거가 없는 한 부산 아파트 취득자금 15억원에 대한 증여세는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 관련이 없음

☞허승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7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을 지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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