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뒤 김사장은 허위로 발급한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이 50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특정범죄가중법위반 등으로 기소되었고, 검사는 이 사건 심문조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3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위기에 놓인 김사장은 판사에게 세무공무원의 강압으로 이 사건 심문조서를 작성할 때 허위진술을 하였다며 사실은 동생이 중형전자의 실질적 경영자이고 자신은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였다.

세무공무원과 특별사법경찰
특별사법경찰이란 세무, 경제, 해상, 환경, 노동 등 특별한 전문 분야에 한정하여 수사권을 갖는 사법경찰이다. 일반경찰이 일부 전문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해당 분야에 정통한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여 경찰의 역할을 맡긴 것이다. 특별사법경찰은 일반경찰과 같이 임의수사뿐만 아니라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를 할 권한이 있다.
한편 조세범처벌 절차법(이하 ‘절차법’)은 지방검찰청검사장이 지명한 세무공무원(이하 단순히 ‘세무공무원’)이 조세범칙조사를 하고, 세무공무원이 필요한 경우 혐의자 또는 참고인을 심문하거나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절차법이 정한 세무공무원의 조사권한은 체포・구속에 관한 권한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형사소송법에 따른 특별사법경찰의 수사권한과 비슷하다.
하지만 특별사법경찰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 사법경찰직무법은 세무공무원을 특별사법경찰로 정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조세범칙조사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은 그 실질을 고려할 때 특별사법경찰이나 수사기관으로 보아야하지 않을까? 위 사례에서 세무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인지에 따라 김사장의 유무죄가 달라질까?
조세범칙조사와 세무공무원
세무공무원을 특별사법경찰이나 수사기관으로 보면 그 권한은 더 커질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특별사법경찰은 형사소송법에 근거하여 검사에게 혐의자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하여 판사가 발급한 영장으로 혐의자를 체포・구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물론 세무공무원이 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면 조세범칙조사 과정에서 더 효율적으로 혐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세무공무원이 압수・수색영장을 거의 신청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세무공무원에게 체포・구속영장신청권이 인정되더라도 실무상 활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유력하다.
반대로 세무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이나 수사기관으로 인정되지 않아야 조세범칙조사를 하는 세무공무원이 더 큰 힘을 갖게 되는 면이 있다. 위 사례에서 김사장이 영리목적으로 허위세금계산서 발급에 관여하였는지가 인정되면 김사장은 3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형과 10억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만약 김사장이 판사 앞에서 세금을 줄일 목적에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다고 자백하면, 김사장에게는 유죄판결이 선고될 것이다. 그러나 사례와 같이 조세범칙조사에서는 자백을 하였지만, 재판에서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면 어떨까?
세무공무원 작성의 심문조서와 증거능력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판사는 피고인의 진술을 직접 듣고 재판해야 한다. 제3자가 피고인의 말을 듣고 판사에게 말이나 서면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전문법칙이라고 한다. 다만 형사소송법은 실체진실 발견 등을 위해 몇몇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철수가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영희에게 말했고, 영희가 그 내용을 서면에 적었다고 가정하여 보자. 영희가 작성한 서면에는 철수의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 철수의 진술이 담겨 있지만, 원칙적으로 그 서면은 판사가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영희가 판사 앞에서 철수의 말을 그대로 적었다고 증언을 하고, 관련 증거를 통해 영희가 철수의 말을 그대로 적었을 것이라는 점 등이 인정되면, 그 서면은 예외적으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영희가 경찰이나 검사와 같은 수사기관이 아니라면 말이다.
반면 영희가 범죄수사를 하는 경찰이나 검사라면 어떨까? 경찰이나 검사가 혐의자를 조사해 혐의자의 진술을 듣고 그 진술을 기재한 서면을 피의자신문조서라고 한다. 형사소송법은 자백위주의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만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경찰인 영희가 수사과정에서 철수의 진술을 듣고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철수가 법정에서 피의자신문조서에 담긴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만 하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게 된다. 영희가 법정에서 철수의 말을 그대로 기재하였다고 증언하고 판사가 영희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더라도 판사는 그 피의자신문조서를 볼 수 없다.
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수사기관이 혐의자의 진술을 듣고 기재한 조서보다 수사기관이 아닌 제3자가 작성한 조서가 훨씬 수월하게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 과거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해도 증거로 쓸 수 있는 예외가 인정되었으나, 2020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게 되었다.
위 사례에서 세무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이나 수사기관이라면, 김사장은 법정에서 이 사건 심문조서에 기재된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만 하면 된다. 그러면 판사는 이 사건 심문조서를 볼 수 없다. 김사장이 조세범칙조사 과정에서 어떤 진술을 하였는지 알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반면 세무공무원을 수사기관이 아니라고 보면, 김사장이 법정에서 이 사건 심문조서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주장해도 이 사건 심문조서는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
대법원은 유사한 사례에서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심문조서를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였다는 점만으로는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2도8824 판결). 위 사례에서 세무공무원은 특별사법경찰이나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김사장이 이 사건 심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이 사건 심문조서는 김사장의 유죄를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조세범칙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심문조서의 중요성
이처럼 혐의자가 조세범칙조사에서 세무공무원에게 한 진술이 경찰이나 검사 등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보다 유무죄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조세범칙조사는 실질적으로 수사의 성격을 가지는데, 조세범칙조사 중에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심문조서를 사법경찰관이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보다 더 우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단시일 내에 세무공무원을 특별사법경찰로 인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일반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폐지되었지만, 검사의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세무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에 포함되면 검사가 세무공무원을 지휘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검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조세범칙조사를 받게 된 혐의자는 자신의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실 그대로 신중하게 진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세무공무원은 최근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조세범칙조사 과정에서 작성되는 심문조서의 중요성이 더 커졌음을 고려하여 심문조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 관련이 없음
☞허승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7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을 지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