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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어떻게 될까?

  • 2024.05.31(금) 07:00

[프리미엄 리포트]허승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부장판사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토지를 팔았을 때, 매매대금을 모두 받았더라도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안 내도 될까요. 최근 블로그에서 이런 내용의 글이 나오고 있어서 개인과 기업 납세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허승 부장판사(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게 정확한 과세 여부를 들어봤습니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주식회사 중소개발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서울시 우면동 소재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개발사업을 위한 자금이 필요했던 중소개발은 재력가인 옥순에게 우면동 토지의 매수를 부탁했다. 옥순은 당장 우면동 토지가 필요하지는 않다며 대신 몇 년 뒤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는 조건으로 시세보다 낮게 팔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유동적 무효인 상태에서는 매매대금을 모두 받아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판례가 있다며 중소개발에게도 몇 년 뒤에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것이 이익이라고 설득했다. 중소개발은 옥순의 제안을 받아들여 옥순으로부터 매매대금으로 50억원을 모두 받고 옥순에게 우면동 토지에 채권최고액 50억원인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다.

그런데, 얼마 후 과세관청은 중소개발이 우면동 토지를 매도하여 양도차익을 얻었다며 중소개발에 그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소개발은 옥순과의 매매계약이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으므로 중소개발이 양도차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며 법인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토지거래허가제도란 토지의 투기 억제를 위해 시·도지사 등이 특정 지역을 거래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제도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토지의 소유권이나 지상권을 이전하거나 설정하기 위해서는 시장·군수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변경되거나 개발사업이 진행되어 부동산 투기의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제도의 대상 지역이 되는데, 몇 년 전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강남3구 등 서울 도심지 토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부동산거래신고법은 허가를 받지 않고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위해서는 등기 신청을 할 때 토지거래허가서를 첨부해야 한다. 과거 대법원은 허가를 받지 않은 토지거래계약의 효력이 절대적으로 무효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1991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허가를 받지 않은 토지거래계약은 무효이지만, 허가를 받으면 그 계약은 소급하여 유효한 계약이 되므로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거래계약은 허가를 받기까지는 유동적 무효라고 견해를 변경하였고 현재도 같은 입장에 있다.

매수인이 허가를 받기 전에 매도인에게 계약금 또는 잔금을 지급했다고 가정해보자. 허가를 받지 않은 토지매매계약이 절대적 무효라면, 매매계약은 확정적으로 효력이 없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언제든지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유동적 무효라면, 매수인은 허가가 거절되는 등 토지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기 전까지는 매도인에게 지급한 계약금 또는 잔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위 사례에서 옥순은 우면동 토지 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기 전까지는 중소개발에 매매대금 50억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중소개발의 입장에서는 허가를 받은 경우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처럼 허가를 받지 않아도 매도인은 매수인으로부터 받은 매매대금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을 통한 양도차익이 발생하였다고 보고 매도인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사례에서 옥순의 말처럼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매매계약이 유동적 무효의 상태에 있다면 단지 매매대금이 먼저 지급되어 매도인이 이를 보관하고 있더라도 매도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이고(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누8361 판결), 과세실무 또한 같다(양도소득세 집행기준 88-151-3). 하지만 위 판례는 세법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예외에 해당한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소득 발생의 원인이 무효여도 소득의 보유자가 경제적 측면에서 소득을 지배·관리하고 있다면 소득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출 계약이 사기를 이유로 취소되더라도 그 대출 계약에 기하여 이자를 받았고 그 이자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이자소득이 존재한다고 본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7두58891 판결).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시를 낸 것은 아니지만, 토지분양사업을 하는 개인이 토지거래허가 구역 내 토지를 허가를 받지 않고 매도한 경우에 사업소득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개인에게 종합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본 판결(서울고등법원 2010. 6. 17. 선고 2009누8191 판결), 주식회사가 토지거래허가 구역 내 토지를 허가를 받지 않고 매도한 경우에 양도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본 판결(부산고등법원 2022. 3. 25. 선고 2021누23763 판결)이 모두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즉 대법원은 종합소득세(사업소득)나 법인세에 있어 소득이 발생하였는지를 경제적 실질에 따라 판단하지만, 양도소득세에서만은 과세요건인 ‘양도’를 ‘유효한 양도’로 제한해석하여 양도의 원인인 계약이 유동적 무효라면 양도소득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동적 무효 상태의 매매계약에 따른 부동산 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될지 여부는 매도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주식회사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법인세가 부과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소개발의 주장은 틀렸다.
 
그렇다면 나중에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못해 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어 중소개발이 옥순에게 매매대금을 반환하였다면 중소개발은 납부한 법인세를 환급받을 수 있을까? 경정청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으나(서면2팀-1457, 2006. 7. 31.), 경정청구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 관련이 없음

☞허승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7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을 지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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