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사회초년생 A씨는 최근 서울에 있는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판 금액으로 취득 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그런데 A씨는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A씨가 기존 보유 아파트를 분양받아 취득할 당시, 소득·재산이 없었던 20대로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국세청의 조사 결과 A씨는 어머니로부터 아파트 분양대금 전액을 현금 증여받고,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이 부동산 시장의 '돈줄'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국토교통부와 손잡고 자금조달계획서 전산 정보를 공유해, 편법 증여를 정밀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자금조달계획서는 부동산 취득 자금을 어떤 경로로 마련했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쓰인다.
국세청이 자금조달계획서 내역을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최근 개인 간 채무 등 '부모찬스'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러한 변화는 실수요가 아닌 자산 증식이나 부의 이전을 위해 주택을 취득하려는 투기성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며 "이 과정에서 편법증여 등 다양한 탈세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 자금출처 보니…부모, 회삿돈
현재 국세청은 자금조달계획서에 쓴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자금출처가 불분명할 때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한다. 자금흐름을 따라가 보면 부모로부터 취득 자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았거나 소득 신고를 안 한 자금으로 취득한 사례가 적지 않게 포착되고 있다.
# 개인병원을 운영 중인 의사 B씨는 서울 소재 재건축 예정인 아파트를 수십억원에 샀다. 자금조달계획서에는 예금 등이 자금 원천이라고 썼다. 하지만 신고된 소득 등에 비해 고액의 예금을 보유한 사실이 포착되며 조사 대상이 됐다. 국세청의 조사 결과, B씨는 비급여 진료비를 현금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사업용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에 입금하는 방법으로 수입금액을 숨겼다. 이렇게 탈루한 자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것이다.
부모와 허위로 전세 계약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탈루한 사례도 있었다. # 대학생 C씨는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고, 임대보증금 등을 자금 원천으로 쓴 자금조달계획서를 냈다. 그런데, 임대보증금은 부모가 세입자인 전세 계약의 보증금이었다.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아파트 취득자금을 숨기기 위해 부모와 허위로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억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다.
부동산거래 실시간 검증…탈세 제보도 받는다
지난 1월, 국세청은 국토부와 부동산 투기와 탈세를 차단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양 기관은 MOU의 일환으로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 전체를 실시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실시간 공유를 통해 부동산 탈세 의심거래를 적시성 있게 포착하고, 자금출처 분석체계를 한층 고도화해 탈루혐의자를 정교하게 선별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말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도 연다. 부동산거래 과정(취득, 보유, 양도 등)에서 발생하는 탈세 행위가 제보 대상이다.
특정 개인이나 법인의 탈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증빙을 탈세자의 인적 사항과 함께 인터넷, 서면, 전화 등으로 접수하면 된다. 제보자의 '중요한 자료'로 추징세액이 5000만원 이상 납부된다면, 제보자에게 포상금이 지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