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세무조사 타깃 된 '롯데 시그니엘'…'1인 법인' 검증 신호탄 되나

  • 2025.10.22(수) 08:00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자리한 초고가 오피스텔 '시그니엘'. 초고층 조망과 특급 호텔식 서비스를 내세운 이곳은 한 달 월세만 수천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국세청 조사국 요원들이 대거 들이닥쳤다. 세무조사 타깃은 막대한 월세를 내고 거주하는 입주자들이었다. 왜 시그니엘이 국세청의 '정밀 감시 구역'이 됐을까. 

세무대리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은 시그니엘을 법인 명의로 임차해 개인이 거주하면서 임차료를 경비로 처리한 사례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무리했다. 조사 대상은 10여개 업체로, 주로 인터넷 쇼핑몰·유튜버 등 온라인 플랫폼 기반 1인 법인사업자였다. 이번 조사는 특정 업종을 한꺼번에 점검하는 비정기 통합 기획조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 사안에 밝은 한 세무사는 "국세청이 탈세 위험도나 규모를 기준으로 조사 대상 리스트를 만들어 상위권부터 조사를 진행했고, 남은 소규모 사업자들도 순차적으로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으로 살고, 집세는 비용으로?

세법상 오피스텔은 사업용으로도, 주거용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문제는 실제 사용 목적에 따라 세금 처리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사업에 필요한 공간으로 사용했다면 임차료 전액을 필요경비(손금)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거주 목적이 섞이면 인정 범위가 축소되거나 부인될 수 있다. 

국세청이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본 대목도 '임차료의 업무 관련성'이다. 법인 명의로 계약한 시그니엘 오피스텔이 실제로는 대표 개인의 생활공간으로 쓰였는지, 또는 촬영·사무 등 실질적인 사업 행위가 이뤄졌는지를 면밀히 검증했다.

사업자가 거주지를 사업장으로 등록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일반적인 사업자등록 절차는 '거래를 수행할 수 있는 물리적 장소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진다. 다만 판매 물품의 보관 장소나 고정사무실 없이 어디서나 개인용 컴퓨터로 사업이 가능한 전자상거래 사업자는 고정사업장이 필요 없기 때문에 물리적 사업장 요건이 완화돼 있다.

문제가 되는 건 '탈세 창구'로 이용되는 부분이다. 실제 시그니엘을 사업장으로 신고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생활공간으로 활용한 정황이 다수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침대와 개인 의류 등 생활용품이 곳곳에 비치돼 있었고, 대표자의 별도 주거지조차 없는 사례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 명의로 오피스텔을 임차했더라도, 실제 사용이 대표 개인의 생활공간이라면 임차료 전액을 필요경비로 인정받기 어렵다. 결국 법인은 주거비를 '업무경비'로 위장해 법인세를 줄이고, 대표 개인은 자신의 소득으로 처리해야 할 비용을 회사 돈으로 대신 낸 셈이 된다. 이는 법인세뿐 아니라 소득세 탈루 문제로도 이어진다.

시그니엘 조사 끝? 이제 업계 전반이 타깃

세무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인 법인사업자의 비용처리나 자산 사용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그니엘 세무조사가 초고가 오피스텔을 넘어, 1인 법인의 사적 비용처리 관행을 향한 '경고' 신호로 해석한다. 

이번 조사 흐름은 급격히 커지고 있는 1인 미디어 시장의 성장세와도 맞물려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는 2019년 1036명에서 2023년 2만25명으로 20배 가까이 늘었으며, 신고된 수입금액은 1조원(9742억원)에 달했다.

한 대형 로펌 세무사는 "시그니엘 사례는 일종의 파일럿(시험) 조사 성격으로 볼 수 있다"며 "국세청이 이번 조사를 통해 1인 법인사업자들의 업무·사적 사용 경계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만큼, 향후 유사 형태의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