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을지훈련(전쟁 등 비상사태 대비 훈련) 상황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간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세금을 걷고 있나요?"
실제 전쟁을 겪고 있는 국가의 세무 행정을 묻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답을 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전쟁이 나도 세무당국의 일은 멈추지 않는다. 국세청이 올해 을지훈련에서 우크라이나 사례를 새롭게 공유하는 이유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분쟁은 끊이지 않았지만, 국가 기능을 유지한 채 장기간 전쟁을 치르는 사례는 드물다. 그 영향은 국세청 을지훈련에도 미쳤다.
국세청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실시되는 을지훈련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시 세무 행정 운영 사례가 공유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국세청 을지훈련은 세수 확보와 세원 관리, 매점매석 대응 등을 점검하는 데 무게를 뒀다. 올해는 실제 전쟁 국가의 사례까지 더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장기전 속에서 세무 행정을 운영한 사례가 교육에서 공유된 전례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임 청장이 던진 질문이 을지훈련의 방향을 한층 확장한 셈이다.
국세청은 해외 세무 동향을 통상 국세관(국세청 출신 주재관)이나 해외 진출기업 등을 통해 파악한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례는 현지 국세청이 공식 발표한 운영 계획을 중심으로 수집·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국세청이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국세행정 운영방안'과 비슷한 성격의 자료다.
국세청 관계자는 "평시와 전시를 비교·분석한 것이 아니라,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국세청의 세무 행정 운영 사례를 정리한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올해 을지훈련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쟁 대비 세금' 폐지 35년인데 아직도 걷힌다
전쟁에 대비한 세금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실제 안보 재원 마련을 위해 '방위세'를 걷던 시절이 있었다. 국방 재원 마련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세금으로, 소득·법인세 등 기존 세액의 10~30%를 추가로 부담하는 부가세(sur-tax) 형태였다.
방위세를 처음 부과한 건 1975년부터다. 도입 첫해 징수결정액은 32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매년 증가하면서 1984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섰고, 1988년에는 2조원을 돌파했다. 폐지 직전인 1990년에는 3조263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도입 15년 만에 약 94배 규모로 커진 것이다.

1990년 말 세법에서 폐지됐다고 해서 세금 장부에서도 곧바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1991년에도 1조3641억원의 징수결정액이 발생했다. 규모는 점차 줄어들긴 했지만, 폐지 35년이 지난 지난해도 1억5100만원의 징수결정액이 잡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과거 체납됐거나 장기간 소송이 진행되던 사건이 국가 승소로 뒤늦게 마무리된 결과라고 한다. 쉽게 말해 새롭게 방위세를 부과한 게 아니라, 과거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세수라는 소리다. 2013년에는 징수결정액이 마이너스(-592억200만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과거 부과분에 대한 경정이나 환급 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남아 있는 체납과 소송이 모두 정리되면 방위세 징수 실적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