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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도 누리는 VAT 면세…해외선 저소득층만 '캐시백'

  • 2026.10.26(월) 07:00

OECD '세제 정책 개혁 2026' 보고서 분석

소득이 많든 적든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 면세 품목을 사면 세금은 0원이다. 가계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그런데 부자와 서민이 똑같이 혜택을 받는 게 과연 공평할까. 한국에서는 부가세 면세 범위를 넓히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해외 국가는 저소득층을 콕 집어 세금 부담을 현금으로 돌려주고 있다. 같은 목표, 다른 길이다.

부가세 면세의 역설…부자도 혜택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현재, 부가세를 운영하는 OECD 37개국 가운데 칠레를 제외한 36개국이 식료품 등 특정 재화와 서비스에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가계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하지만 부가세 감면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을 집중시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OECD는 "경감세율이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이 많은 가구일수록 소비 규모가 크고 비싼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 세금 감면으로 얻는 혜택도 금액으로 따지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율을 낮추더라도 그 효과가 소비자가격에 전부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면세 품목도 한계가 있다 거래 과정에서 사업자가 부담한 부가세를 공제받지 못하면 그 비용이 상품 가격에 녹아들 수 있어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면세 품목을 사더라도 세금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부가세를 깎아주는 대신, 세금 부담을 현금으로 돌려주면 어떨까. 실제로 저소득 가구가 부담한 부가세를 전부 또는 일부 돌려주는 제도가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부가세의 '역진성(소득이 낮을수록 소득 대비 세금 부담이 커지는 현상)'을 완화하려는 도구로 택한 것이다. 

저소득층에 부가세 '캐시백'…정액형부터 소비형까지

OECD가 최근 내놓은 '세제 정책 개혁 2026'에 따르면 캐나다는 1991년부터 저·중소득층을 대상으로 ‘식료품·필수품 혜택’ 제도를 운영한다. 얼마를 소비했는지 일일이 따지는 대신 가구 소득과 혼인 여부, 자녀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정부는 기존 지급액을 5년간 25% 인상하고, 올해엔 연간 지급액의 50% 추가로 한 차례 지급하기로 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올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890캐나다달러다. 콜롬비아도 2020년부터 저소득 가구와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고령자에게 두 달마다 10만6000콜롬비아페소(약 28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실제 구매액과 관계없이 정해진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점에서 캐나다와 닮았다.

반면 우루과이는 실제로 쓴 돈을 따져 부가세를 돌려준다. 임산부와 아동, 장애인 등이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전용 결제 수단으로 물건을 구매하면 부가세를 '전액' 환급받는 방식이다. 나중에 돈을 지급하는 캐나다·콜롬비아와 달리 결제 단계에서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

브라질은 최근 부가세 개혁을 통해 1인당 월 소득이 최저임금의 절반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캐시백(구매 시 부담한 세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에 붙는 연방 부가세는 100%, 지방 부가세는 20%를 돌려주도록 구조다.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도 부가세의 20%를 환급해준다. 

브라질에서 이런 실험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히우그란지두술주는 2021년부터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과 실제 소비액에 따라 환급하는 방식을 결합해 운영하고 있다. 환급액은 정액 18.9달러와 납부한 부가세의 50% 가운데 더 큰 금액으로, 3개월마다 지정 계좌에 지급된다.

한국선 면세 품목 늘리기…해외와 다른 접근

한국 국회로 눈을 돌리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저소득층에 혜택을 집중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국회에서는 부가세 면세 품목을 늘리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출산·양육용품이다. 2024년 9월,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유식과 영유아 의복·신발, 카시트, 도서 등에도 부가세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면세 대상인 기저귀와 분유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다른 의원들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내놨다. 면세 대상 품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전현희 의원은 수유패드와 유축기·이유식 조리도구를 추가했고, 윤준병 의원은 영유아 위생용품과 수유용품 등으로 면세 범위를 넓히자고 제안했다.

면세 품목을 늘리면 가계의 세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다만 실제 소비자에게 얼마나 혜택이 돌아갈지는 따져볼 문제다.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는 "향후 우리 정부의 세정목표 달성을 위한 조세정책 개발에 있어, 이번에 확인된 해외 사례들을 참고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소비세 분야에서는 ‘취약계층 부가가치세 지원’을 눈여겨볼 사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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