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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사 4인 인터뷰]"관세업계 AI 절실…누가 좀 만들어줘요"

  • 2024.11.08(금) 07:00

"인보이스 300개 항목 일일이 입력하신 적 있나요?"

관세업계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관세사들이 이렇게 토로한다. 국제무역의 기본 중의 기본인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서류이지만 이를 전산화하는 작업은 굉장히 오래 걸린다.

사실 이는 엑셀에 입력하는 단순·반복 업무지만, 여기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그렇다고 대충했다가는 이를 기반으로 작성하는 수출신고서가 잘못돼 관세를 토해내거나 가산세까지 물어낼 수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관세업계에서는 AI 바람이 불고 있는 법조계와 세무·회계업계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상황이다. 로펌과 세무·회계업계에서는 앞다퉈 AI 플랫폼을 만들고 있지만 관세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AI 플랫폼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4일 서울 논현동 한국관세사회관에서 열린 관세 AI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관세사 4명이 택스워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임정복 ACE관세법인 대표관세사, 이종명 ANC관세법인 대표관세사, 신민호 서울지방관세사회장, 허상혁 서울지방관세사회 부회장. [사진: 이대덕 기자]

HS품목분류,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를 바탕으로 수출신고서 작성, 판례 검색, 수출입법령 확인 등을 위해 관세사들은 각각 다른 플랫폼을 사용해 업무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의 경우 엑셀 작업만 하는 전담직원을 두거나 외주를 주는 경우도 많다. 불복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품목분류의 경우도 실수가 발생하면, 관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관세사들이 시간을 들여 작업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직원이 많이 필요하다.

그 어느 분야보다 AI가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4일 열린 한국관세사회에서 주최한 '제5회 관세발전포럼 세미나(AI와 관세·무역 업무혁신)'에 100여명의 관세사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택스워치는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4명의 관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세업계의 AI 도입 필요성과 향후 관세업계의 통합 플랫폼 개발 수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는 신민호 서울지방관세사회장(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허상혁 서울지방관세사회 부회장, 이종명 ANC관세법인 대표관세사, 임정복 ACE관세법인 대표관세사와 진행했다.

이종명 대표는 AI가 품목분류의 근거를 정확히 제시해준다면 AI를 활용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 이대덕 기자]

-요새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관세업계 쪽에서 AI를 활용하신다는 것을 잘 들어보지 못했다. AI를 업무에 활용해 본 적이 있나

이종명 대표(이하 '이') = 챗GPT에 품목분류를 물어봤었는데, 생각만큼 완벽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세미나에서 보니까, 더존비즈온의 'ONE AI'가 품목분류를 정확하게 했다. 

ONE AI가 품목분류를 한 답변의 출처를 정확하게 제시해준다면, 이를 활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임정복 대표(이하 '임') = ONE AI가 관세청 내부에서 하는 품목분류 사례와 품목분류 사전심사 중 공개가 되는 것을 학습해 품목분류를 해준다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 

ONE AI가 정부의 오픈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면 저는 ONE AI 답변을 90%까지 참고할 수 있을 것 다. 검토는 사람이 하지만, 내가 어느 길을 찾아가야 하는지 빠르게 알려주는 면에서는 굉장히 유용하다. 

허상혁 부회장(이하 '허') = 품목분류는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AI의 답변을 90% 정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도 이런 비슷한 프로그램도 활용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고 AI는 아니지만, 여러 검색엔진을 통해서 품목분류를 시도한 적이 있기 때문에 품목분류에 대한 AI 활용 수요는 분명히 있다.

허상혁 부회장은 AI가 품목분류의 90%를 해준다면 나머지 10%를 관세사가 채워넣으면 되기 때문에 AI를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진: 이대덕 기자]

-이미 세무·회계업계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세무사와 회계사가 많고, AI 활용 여부가 앞으로 고객들이 세무대리인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관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일까

신민호 회장(이하 '신') = 지금 관세업계는 AI 도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AI를 활용하는 관세사와 아닌 관세사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AI를 활용해서 정교하게 질문을 하고 새로운 체계를 구축해 업무를 개선하면 이것이 선순환이 돼서 더 발전할 수 있다. 단기간에는 AI 활용을 한다는 것이 티가 나지 않겠지만, 5~10년 후에는 차이가 상당할 것이다.

관세사의 업무는 사무직원이 도와줘야 하는데, 경력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AI가 도와준다고 하면 직원은 물론 관세사의 생산성이 높아지게 된다. AI 활용 여부에 따른 생산성 차이는 아마 1~2년 안에 나타날 것이다.

-관세업계에 특화된 생성형 AI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존비즈온에서 ONE AI에 관세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준비 중인데, 관세업계에 제일 필요한 AI 기능은 무엇일까

임 = 챗GPT를 보면 웬만한 것은 문서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어떻게 정확한 질문을 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질문을 어떻게 할 지 가이드를 만들어줘야 한다.

품목분류를 요구할 때 얼마나 정확하게 물어보느냐가 관건이다. 누군가가 HS코드를 물어봤을 때, AI가 역으로 "품목의 성분이나 재질·용도 등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답변이 가능하다"고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돼야 품목분류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를 정확하게 텍스트로 만드는 기능도 중요하다. 사실 이것이 관세사에게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이게 먼저 되고 나서 판례를 검색해 심판청구서를 쓴다던가 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제 사무실에는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를 타이핑만 치는 직원을 채용했다. 인보이스를 엑셀로 입력하는데 항목이 300개가 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자동으로 복사해서 엑셀에 넣을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 보내는 인보이스는 자동으로 읽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챗GPT도 활용해봤지만 인보이스를 제대로 읽지 못 한다. 0.1%만 틀려도 큰일이 나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해서 챗GPT는 못 쓴다.

임정복 대표는 AI 기능 중 품목분류도 중요하지만,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가장 필요한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이 = AI를 비롯해 다른 프로그램도 파일을 읽어내는 기술은 이미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납세자의 정보와 융합해 신고서를 작성하냐는 것은 관세사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세무업계의 자동화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나오지만, 관세업계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더존비즈온이 이에 대한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신 = 제가 더존비즈온의 위하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전표를 하나씩 손으로 썼다면 이제는 신용카드를 사용했거나, 은행 입출금 내역을 불러와서 계정과목 분류하는 것을 다 추천해준다. 사람이 이것이 맞는지 확인만 해서 넘기면 된다. 

위하고의 이런 기능을 통관 프로그램처럼 만들어서 하면 신고서 작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존비즈온에 이런 기능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더존비즈온이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를 읽어서 수출신고서를 작성하는 기능을 빨리 도입해줬으면 좋겠고, 그게 안된다면 엑셀로라도 만들어줬으면 한다.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를 엑셀파일로 만들어주는 것만 돼도 업무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것도 힘들면 기존의 신고내용 중 비슷한 인보이스를 찾아주는 기능만 있어도 좋다. 이런 기능이 도입된다면 한 사람이 1.5명 또는 2명분의 몫을 해낼 수 있다.

신민호 회장은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를 AI가 읽어내 수출신고서까지 작성해주면 관세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AI를 사용하는 관세사와 아닌 관세사의 생산성 차이는 앞으로 1~2년 내에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임 = 관세사들은 매출 1000만원이 늘어나면 직원 1명을 더 채용해야 일이 돌아가기 때문에 인건비나 복리후생비를 많이 쓸 수 없는 구조다. 

AI에 관세 기능이 더해진다면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높은 대우와 자기계발 시간을 줄 수 있다.

-법조계나 세무·회계업계는 로펌이나 대형 세무·회계법인 또는 개발업체들이 앞다퉈 관련 AI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관세업계는 아직 조용한 분위기인데, 관세 분야에서도 이런 AI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임 = 관세는 모든 것이 함께 움직이는 업무다. 엑셀 전문가에게 외주를 주고 챗GPT를 따로 쓰고, 인보이스를 전산화하는 것도 따로 직원을 채용하거나 외주를 준다. 판례를 보기 위해 또 다른 플랫폼을 사용한다.

이렇게 다 따로 비용을 들여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아주면 일을 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4인의 관세사는 이구동성으로 관세업계에 AI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업무를 위해 각각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관세사들에게 통합플랫폼이 있다면 업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단축해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사진: 이대덕 기자]

<용어 TIP!>
*인보이스: 국제무역을 할 때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발행하는 청구서로 거래 상품의 세부정보와 결제조건을 명시한 문서. 수입국 세관에서 상품의 과세 금액을 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
*패킹리스트: 선적된 상품의 포장 내용물을 자세히 설명한 문서. 상품목록, 수량, 무게, 크키나 운송방법 등이 기재됐으며 수입국 세관에서 상품의 실제 내용물과 인보이스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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