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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소비자 편익과 통관 질서의 균형을 맞춰야

  • 2025.03.13(목) 17:00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해외직구가 활성화하면서 소비자들은 국내에 없는 다양한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됐죠. 중국의 알리·테무와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까지 가세하면서 해외직구는 우리 주변에 더욱 가깝게 자리잡고 있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저렴해서 좋긴 한데, 그 많은 해외직구 물품에 대한 통관 절차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걸까요. 서울지방관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민호 관세사(대문관세법인 대표)에게 해외직구의 통관 문제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최근 해외직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한국 세관의 행정 부담이 한계를 넘어섰다. 하루 수십만 건에 달하는 어마 어마한 물량의 특송물품이나 우편물품이 목록통관을 통해 세관을 거쳐 나가고 있다.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순식간에 지나가는 하루 수십만 건의 목록통관 물품 중에서 국민 건강, 생명, 안전, 안보 등에 위해가 되는 물품을 걸러내기 위해 약 300여명의 한정된 세관 인력으로 1인당 약 40만건(근무일 당 약 2000건) 이상을 처리하며 악전 고투하고 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세관 검사 직원은 반입물품에 대한 전수조사는커녕 발췌된 물품 들을 검사 완료하는 것조차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개인 소비자로 위장한 일부 수입자들이 경험적으로 체득한 낮은 검사비율을 악용해 마약류와 불법물품을 국내로 밀반입하였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미화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의 자가사용 해외직구 물품에는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면세된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일률적으로 조세 부담을 지는 반면, 해외직구를 통해 들어오는 수입물품은 가격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개인이 자가사용의 용도로만 사용하여야 함에도 세금 없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바람에 국내 기업들이 자유로이 경쟁하기에 매우 불공정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과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조세 역차별로 인해 점차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일부는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 시장 자체가 알리, 테무, 쉬인 등 해외 전자상거래 기업들에게 종속되어 가거나, 국내 시장도 점점 잠식될 위험이 크다. 

또한, 국가적인 안전 장치로 볼 수 있는 수입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물품을 수입판매하는 기업들은 수입요건 구비에 따른 모든 법적 책임을 지고 있다. 이에 반해 전자상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으로 해외로부터 오는 선물 등이 주류를 이루던 2000년대 초부터 해외직구로 자가소비용품을 수입하는 개인소비자에 대해서는 수입 요건 물품의 상당 부분도 구비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시킨 낡은 체제가 연간 해외직구 1억3000만건을 상회하는 현재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해외 전자상거래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격투경기에서 덤벼드는 상대방과 한 쪽 팔만으로 싸우는 권투선수와 같이 불리한 형국이다.

그래픽=One AI(더존비즈온 AI 솔루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자상거래가 본격화되기 이전의 관리체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현재의 관세법 및 전자상거래 관련 관세청 고시만으로는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차제에 국민적인 합의를 거쳐 국민 건강, 생명, 안전, 안보 등에 관련된 해외직구 물품만이라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수입자의 수입물품에 대한 과세와 통관 절차를 관리하는 관세법과는 별도로 개인소비자의 수입물품에 대한 면세와 통관절차를 관리하는 법률을 마련하여, 소비자의 후생을 증진하면서도 통관 관리를 합리적으로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먼저, 해외직구 물품의 목록통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간략한 품명만 기재해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불법 및 가짜 상품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어렵다. 개인소비자를 위한 소액 물품 목록통관을 통한 수입이 미등록 사업자의 판매용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품목별 거래정보와 상세정보 기재를 의무화하고 일반 국민들이 해외직구 물품도 통관절차가 꼼꼼하여 믿을 수 있다고 납득할 수 있는 정도로 세관의 검사 비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정 품목(예: 화장품, 전자기기 등)에 대해서는 수입요건 구비 의무수준을 조정하고, 기 확립된 인증 절차를 전부 면제하여 개인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보다는 강화된 수준에서 기 확립된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해외직구가 확대됨에 따라 품질 문제가 제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도적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과세 형평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일정 금액이나 반복적인 수입 건수 이상으로 자가소비 여부가 의심되는 해외직구 물품에 대해서는 과세가격 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토대로 엄정하게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여 국내 기업들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2026년 1월부터 시행되는 관세법의 전자상거래물품 특별통관을 적용받고자 하는 국내외 통신판매업자, 국내외 통신판매중개업자, 화주의 위임을 받아 국외에서 전자상거래물품을 수령하여 배송을 대행하는 자는 모두 관세청에 등록해야 하는 제도는 개인 소비자를 위해서나 국내 기업이나 국가적인 관점에서도 꼭 필요한 정책이다.

해외직구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가격 경쟁력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머지않아 국내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세관의 감시망을 피한 불법물품 반입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해외직구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률과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신민호 관세사는?
대문관세법인 대표와 서울지방관세사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 관세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율촌에서는 택스파트너로 활동했고, 관세법인 HnR의 대표관세사를 지냈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다국적기업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컨설팅까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2~2023년에는 택스워치에 '해외여행 꿀팁'을 총 10편 연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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