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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현진권 강원연구원장 "상속세율 60%는 인간의 본성 막는 것"

  • 2024.06.21(금) 07:00

"기업상속세 폐지하면 기업 지방이전 활발"
"강원도, 상속세 폐지특별자치도로 만들 것"

상속세를 둘러싼 논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와 같은 싸움이다. 부자감세와 기업 경영권 방어라는 논리가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계속되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상속세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는 거대 야당이라는 벽 앞에서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지방에 먼저 상속세 폐지 특례를 주자는 제안이 나왔다. 국세인 상속세를 어떻게 지방에서 폐지할 수 있을까.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은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상속세 폐지는 인간의 본성을 터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내가 일군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닙니까?

강원특별자치도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은 "상속세 세율이 60%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막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본능에 순응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최근 강원연구원에서 진행한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주의가 전쟁으로 망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을 거슬러서 망한 것이다. 자유에서 세금 정책이 출발하면 너무 쉽게 풀린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9월 제13대 강원연구원장으로 취임한 현 원장은 강원특별법에 기업상속세를 폐지하는 특례를 넣으면 기업들이 강원도로 이전, 일자리 창출이 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현 원장은 "대한민국은 중앙정부 체제하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40~50년간 정책을 펼쳤지만 결론은 실패했다"며 "지방이전을 하면 법인세나 취득세를 감면하는 것은 기업에 인센티브가 되지 않는다. 이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세를 감면하는 것과 상속세라는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 법인세는 기업들이 매년 내는 세금으로 나름대로 중요하지만, 상속세는 기업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60%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 기업이 상속세를 내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지만, 최대주주에게는 할증과세를 적용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세율이 60%가 되는 구조다. 지난 2022년 사망한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경우 유족들이 막대한 상속세 부담으로 현금 납부 대신 4조7000억원 가치의 NXC 지분 29.3%를 상속세로 물납하면서 기획재정부가 2대 주주가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세인 상속세를 강원도에서 폐지할 수 있냐는 지적에 현 원장은 강원특별법에 특례로 넣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현 원장은 "중앙정부가 나서 상속세 감면·폐지하기는 어렵다. 국민들이 세대 간 부의 이전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에서 강원도를 이용하면 된다. 기업이 이전하면 일자리가 생기는데, 상속세 폐지를 반대할 강원도민은 아무도 없다. 이를 본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우리 지역도 상속세 폐지를 해달라고 주장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상속세가 없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세 완화가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보는 '눈'이다. 기업은 한 국가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핵이다. 기업 발전이 곧 국가 발전"이라며 "이런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은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지만, 기업을 개인 또는 사주일가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속세 완화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강원도를 '상속세 폐지특별자치도'로 만들어 놓으면 자치분권에 맞는 정책 변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주는 메시지가 클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부자감세'와 '조세형평성'이라는 상속세 완화 반대의 오랜 트랩(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조세정책의 방향에 대해 현 원장은 "진정으로 사회를 바꾸려면 펀더멘털 리폼(Fundamental reform·근본을 바꾸는 개혁)을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년 세법개정을 하기 때문에 펀더멘털 리폼을 하기 힘들다"며 "세금은 전체를 아우르는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슈에 대한 인식이 없다. 인식은 세금을 보는 눈"이라고 밝혔다.

현 원장은 조세정책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입안자도 철학을 가져야만 세금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는 것이다.

-상속세에 대한 논란은 많이 있었다.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대한민국은 중앙정부 체제하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40~50년간 정책을 펼쳤지만, 결론은 실패했다. 기업이 지방이전을 하면 법인세나 취득세를 감면해준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제까지의 정책수단은 기업들에게 인센티브가 되지 않는다. 이를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법인세를 감면하는 것과 상속세라는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 법인세는 기업들이 매년 내는 세금으로 나름대로 중요하지만, 상속세는 기업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대한민국 상속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상속세를 폐지하면 법인세를 50% 감면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상속세 폐지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을 터치하는 것이다. 내가 일군 것을 자식 등 후손에게 물려주는 본성을 건드리는 것이 상속세다.

전세계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는 추세다. 조세형평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과거에는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상속세를 아예 폐지했다.

세대 간의 부의 이전이 나쁘다는 외형적인 시각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하나의 '세금 혁명'이다. 우리나라는 상속·증여세를 높일수록 박수를 받았는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제도도 그렇게 맞춰서 가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시범적으로 상속세 감면 또는 폐지를 하자고 주장하시는데, 왜 하필이면 강원도인가?
강원도를 상속세 폐지의 실험 무대로 쓰라고 했던 것은 강원특별자치도가 됐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되지 못했다면 이런 말도 못 꺼냈을 것이다. 강원특별법에 상속세 폐지 특례를 넣자는 것이다.

현재 특별자치도는 강원도, 전라북도, 제주도가 있고 세종특별자치시도 있다. 제주도는 대통령이 지정한 특별자치도인데다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조세경쟁을 하기 어려운 위치다. 세종은 상속세 이슈가 없는 지역이다. 전북에서 상속세 폐지를 하기에는 강원도가 먼저 특별자치도가 됐기 때문에 순서상 강원도가 맞다.

중앙정부에서 나서서 상속세를 감면하거나 폐지하기는 어렵다. 국민들이 세대 간 부의 이전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강원도를 이용하면 된다. 강원도에서 상속세를 폐지한다고 해서 반대할 강원도민은 아무도 없다. 강원도 인구가 줄어든 이유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큰 기업일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다. 대기업이 상속세를 폐지한 강원도로 온다면 일자리가 수 천 개 생긴다. 일자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들어온다.

그렇다면 충청북도나 경상북도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왜 우리는 상속세 폐지를 안 해주냐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서서히 상속세가 없어질 수 있다.
  
-기업의 투자는 여러 요소로 결정되는 것으로, 상속세 폐지 하나만으로 지방이전을 결정할지 의문이다. 상속세는 세대 간 부의 이전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알기 어려운 세목인데, 다른 지자체에서 강원도의 실험을 보고 몇 년 안에 상속세를 폐지하고 싶다고 주장할까?
상속세는 일종의 정책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상속세를 폐지했다가 대통령이 바뀌면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평생 일군 기업을 자식이 승계하는데 있어서 상속세를 안 낼 수 있다면, 지방이전을 고민할 것이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식물인간 상태로 몇 년을 있었다. 결국 상속 문제 때문에 목숨을 연장한 것이다. 크고 잘 된 기업일수록 상속세 문제가 더 심각하다. 강원도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면 된다.

상속세 폐지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인간의 본성을 터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 상속세 폐지까지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 기업에 대한 상속세를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개인 상속세까지도 공론화될 것이다.

상속세 완화가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대해 현 원장은 기업을 개인 소유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은 국가발전의 핵이며 이렇게 인식하는 사람은 상속세 완화를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상속세 완화를 얘기하면 늘 따라붙는 것이 '부자감세'인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기업상속세 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보는 '눈'이다. 기업은 한 국가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핵이다. 기업 발전이 곧 국가 발전이다. 이런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은 상속세 폐지를 주장한다.

기업을 개인 또는 사주일가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속세 완화를 반대한다. 한때는 '기업=개인'을 연결해 인식했다. 하지만 기업을 개인 것이라고 보는 것은 경제학과 재정학에 존재하지 않는다.

법인세는 기업이 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국민 전체가 부담한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이 인건비를 줄이고 물건 가격을 올릴 텐데 결국 종업원과 소비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인은 이씨 집안이 아니고, 주주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를 망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기업이 상속세를 60% 낸다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4·10 총선에서는 상속세를 90% 감면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당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상속세 인식이 바뀌고 있다. 현재는 국가가 조세경쟁을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인세도 인하하는 것이다.

기업상속세도 마찬가지다. 혼자 명분만 찾다가는 사막에 혼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잘 모르겠으면 남들 하는 것을 따라 하면 된다.

강원도를 '상속세 폐지특별자치도'로 만들어 놓으면 자치분권에 맞는 정책 변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주는 메시지가 클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자감세'와 '조세형평성'이라는 상속세 완화 반대의 오랜 트랩(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수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상속세 완화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정책입안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이 세수다. 기본적으로 상속세는 세수 확보를 위한 세목이 아니다.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는 근간 세수로 세율을 완화할 때 세수를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세계적 추세가 왜 법인세를 인하하는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발전하려면 투자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법인세다. 법인세 인하가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부족할 수 있어도 파이를 더 키우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세금 정책을 제안해도 대중들에게는 심플하게 딱 두 가지로 정리된다. 세금을 올리면 '세금폭탄', 세금을 내리면 '부자감세'다.

세금정책은 경제 효율성, 세수, 조세형평성 세 가지로 평가해야 하는데 세수와 조세형평성은 눈에 보이지만 경제 효율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세금폭탄과 부자감세로 모든 정책을 평가한다. 대한민국 조세정책이 선진화되지 못한 이유다.

정치인들이 선동하기 좋은 정책이 세금정책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정서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경제학으로 보면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플 이유가 없다. 자신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상속세도 마찬가지다. 나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배가 아프다. 이것을 무마하는 것이 정책 지도자가 할 역할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복지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대한 재정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감세가 올바른 방향이 맞나?
세출 구조를 얘기할 때 복지 수요 증대를 얘기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말이다. 정해진 가격에도 불구하고 돈 내고 사는 것을 수요라고 한다. 공짜 수요는 없다.

30만원을 공짜로 주면, 50만원, 100만원을 원한다. 공짜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있으면 함부로 못 한다. 그래서 수요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복지는 공짜로 주는 것이다. 최저생계비를 주고 그 지점에서 넘어서서 자립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최저생계 기준을 자꾸 확대하고 있다. 이런 방향으로 가면 제한이 없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가 준 교훈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배를 타고 가는 중이 아닌가 불안하다.

복지는 산타클로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게 잘못하면 결국 파탄이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복지는 필요하지만 여기서 오버하는 순간, 포퓰리즘으로 간다. 이를 먼저 이해하고 세금 정책을 봐야 한다.

과거에 대학교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부모들이 대학등록금을 직접 내준다. 어차피 부모 돈이지만 자녀가 직접 등록금을 납부하면 내가 대학에서 하는 공부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서양은 어릴 때부터 용돈을 주면서 자신이 생활하게끔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모가 다 해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돈 벌기가 어렵고 어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개념을 알려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교육없이 세금 정책을 보니까 남이 어떤지만 바라본다. 그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다. 

현 원장의 집무실에는 손주가 그려준 할아버지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현 원장은 "할아버지가 되면 손주들이 그렇게 예쁘다"며 손주에 대한 사랑을 마음껏 드러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자녀교육에 있어 자립·독립성을 키워야 경제·세금에 대한 개념도 잡힌다고 하셨는데, 이는 상속세 완화 주장과는 반대되는 것 아니냐. 상속은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자산으로 독립과는 먼 얘기가 아닌가?
삶의 목적 중 하나가 번식으로, 이는 인간의 본능이다. 후손에게 자신의 것을 넘겨주려는 것은 본능인데, 상속세율이 60%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막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본능에 순응하는 체제를 만들라는 것이다.

사회주의가 전쟁으로 망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을 거슬러서 망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순응하는 체제는 살아남는다. 세금 정책이 자유에서 출발하면 너무 쉽게 풀린다.

자녀의 독립성을 키워서 경제를 보는 눈을 길러주고, 인간의 본능에 따라 자녀에게 상속하는 것은 '자유'라는 측면에서 맥이 통한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조세정책을 평가한다면?
모든 정책은 철학이 바탕이 돼야 한다.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철학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말한 것은 획기적이다. 자유를 강조하는 철학은 조세정책에서 보면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세금은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고, 세금을 낮추는 것은 자유를 증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의견만 던졌고, 구체적으로 한 것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국회 권력은 야당이 잡고 있다. 정부·여당의 의회 권력이 소수이지만, 위대한 정치인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뭔가를 해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런 국가들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만, 국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세금을 걷지 않을 수는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10원만 세금을 걷어도 될 것을, 100원을 걷고자 하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면 정부가 스스로 다이어트를 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포퓰리즘으로 가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곧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텐데, 조세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세법개정은 피스밀 리폼(Piecemeal reform·단편적인 개혁)과 펀더멘털 리폼(Fundamental reform·근본을 바꾸는 개혁)으로 나뉜다. 피스밀 리폼은 계획이 없고, 그냥 해버리면 된다.

진정으로 사회를 바꾸려면 펀더멘털 리폼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세법개정을 하기 때문에 펀더멘털 리폼을 하기 힘들다. 매년 세법개정을 해야 국회의원들이 큰소리칠 것 아니냐. 펀더멘털 리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치 지도자밖에 없다. 

경제학에서는 인간행동에 대해 연구한다. 세금은 경제학과 재정학, 세법학이라는 세 가지 틀이 있는데 여기에 빠져버리면 골치 아프다. 전체를 아우르는 철학이 필요하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자유주의를 주장했는데, 이런 흐름을 보면 세금이 보인다.

저도 미국에서 10년 공부를 하고 한국조세연구원에서 13년을 근무하고, 대학에서 재정학을 가르쳤다. 그때까지도 철학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보니까, 철학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슈에 대한 인식이 없더라. 인식이란 것은 세금을 보는 눈이다.

-기재부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유산취득세를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입장은?
조세 논리로 보면, 유산취득세가 맞다. 많은 국가가 그렇게 하고 있다. 상속세는 우리나라 국민의 1% 미만이 부담하는 세금이었지만 지금은 5%가 부담한다. 서울 강남에 집 있는 사람은 다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상속세를 완화하자고 하면 우리나라 국민 90%는 반대할 것이다. 이유는 내가 강남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본질이 아니다. 상속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는 될 수 있다.

다만 기업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상속세 완화를 얘기하는 것이고, 개인 상속세 완화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 이는 정치적인 문제다.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은?
경제학자로 오랫동안 조세·재정정책을 연구해왔다. 미국에서 정책분석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조세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다가 MB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한국재정학회장을 비롯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 자유기업원의 전신인 자유경제원 원장(2014~2017년)을 지냈다. 2019년부터 3년간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뒤 2022년 9월부터 제13대 강원연구원 원장을 맡으며 강원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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