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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 "가족친화적 세제 시스템 구축"

  • 2024.06.07(금) 08:00

"올해 세법개정안, 기업 밸류업·저출생 대응에 중점"

세법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한 해 농사와 다름없는 '세법개정안'의 밑그림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통상 세제실은 1~2월까지 전년에 발표했던 세법개정안(국회통과 기준)의 후속 작업인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업무로 분주하다. 이후 정부부처·재계·학계 등으로부터 건의 사항을 전달받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면서 그해 세법개정 작업을 진행한다. 

1년 농사를 수확하는 추수 격인 세법개정안 발표는 매년 7월에 이루어지는데, 세율을 인위적으로 건드리는 '증세' 기조보다는 조세부담의 적정성과 조세지원 효율화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게 세제실 내 분위기다. 

현재 세법개정안에 담길 세부 내용은 극비에 붙어져 있지만, 정책 방향성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세제 업무 총괄 책임자인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사진)은 지난 달 29일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세법개정안 방향은 경제활력 제고·민생안정·과세형평성 및 세입기반, 이 3대 축을 변함없이 추진한다"고 말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택스워치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올해 세법개정안의 특색으로 볼 수 있는 건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나 기업 출산지원금 비과세와 같은 저출생 대응 관련한 세제지원"이라고 밝혔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경기가 회복되면 세수가 늘어나 재정이 건전해진다는 '선순환론' 측면에서, 기업 기(氣)가 살아나야 세수 확충이 이루어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이런 부분이 고려된 듯, 정 실장도 국가전략산업이나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세제지원에 무게를 두고 설계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의 경영 연속성 차원으로 상속세제도 손질 대상에 올라가 있다. 

"세법은 잦은 개정이 아닌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불과 몇년전의 얘기다. 국회나 학계 등에서 1년마다 바뀌는 세법에 납세자도, 세무대리인도 혼란스럽다는 비판이 있었다. 누구는 개정 주기를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부동산세제로 범위를 좁히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도 있었다. '양포세무사(양도소득세법이 자주 개정돼 수임을 포기하는 세무사)'라고. 

정 실장은 "(잦은 개정이 아닌)세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에 동의를 한다"면서도 "하지만 과거에 비해 빠른 경제·사회 환경 변화를 적절하게 세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현실도 있다"고 말했다. 택스워치는 세제실장과의 대화를 통해 올해 세법개정안의 방향성과 조세정책 운용 기조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는 세법개정안인지, 세제개편안인지 궁금하다

재작년에 법인세율을 낮췄고,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했으며, 종합부동산세제도 정상화하면서 세제개편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작년에는 재작년보다 훨씬 작게 했으니까, 다시 세법개정안으로 바꿨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클 수 있긴 한데, 세율이나 과표까지 바꾸는 큰 상황은 아니니까 세법개정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무엇에 중점을 두는지 

크게 보면 경제활력 제고·민생안정·과세형평성 및 세입기반 확충, 이 세 가지다. 3대 축은 올해도 변함없이 추진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특색이 있다고 보는 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는 부분, 역동 경제와 관련해서 성장 사다리를 지원하는 부분,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련해서 세제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출생 대응 관련해서도 있다. 기업 출산지원금 비과세는 이미 나온 내용이고, 그걸 포함해서 관련 내용들을 조금 더 담을 계획이다. 

-저출생 대응과 관련한 세제지원 방향성은

단순하게 모든 근로자에 대한 세금을 경감하는 게 아니라, 가족 중심의 세부담 완화는 일종의 출생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 거다. 그런 식으로 카테고리화 해서 정리를 했었다. 세제지원 가지고 (저출생 문제를)의미 있게 반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제를 가족친화적으로 조금 더 시스템을 갖춰간다는 이런 차원으로 봐야 한다. 

저출생이라는 게 세제든 예산이든, 어떤 문화든 하나만 가지고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때로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우리 사회 시스템 자체가 혼인이나 출생과 관련된 인센티브 구조를 가지는 쪽으로 갖추어져야 하니까, 세제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상속세는 '살인적인 세율'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고세율(50%, 명목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서 과세(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되면 세율은 60%까지 치솟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한다면 부의 대물림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 실장은 "양론이 있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뜨거운 감자인 상속세, 올해는 개편이 가능할지

상속세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빌딩을 물려주는데 세금을 내면 남는 게 없다고, 이런 걸 문제로 제기하는 건 아니다. 기업이 계속 투자하고 고용하면서 100년 기업·장수기업이 나오는 경영 연속성을 가져야 하는데,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애로가 있다는 게 상속세에서 지적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상속세는 단순하게 기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렇게 양론이 있으니까,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특히 밸류업에도 상속세가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있어, 그 부분도 함께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기재부 산하 조세개혁추진단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 작년 정기국회 때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는 안을 제출하려고 했지만, 해외사례라든지 조금 더 짚어봐야 할 부분이 많다. 사실상 상속세 전면 개편에 가까운 만큼, 분석할 내용이 많았고 연구용역까지 연장한 바 있다. 유산취득세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할지 공론화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부분에서도 비판이 나오나

정부에서는 부자 감세라는 표현을 쓰지 않지만, 상속세가 완화되는 효과는 있다. 물론 세수 중립적으로 설계할 수도 있다. 공제나 세율이나 과표를 조정해서 실질적으로 세부담이 줄어들지 않도록. 그런데 기본적으로 유산취득세라는 게 상속인이 한 명이냐, 여러 명이냐에 따라 누진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문제다. 어떤 구조를 만들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다자녀가 유리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그게 유산취득세의 개념이고 취지다. 

-재계에서는 법인세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작년에 경제부총리가 언급했던 내용 중 하나가 주요 선진국들은 전반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추세이지 않느냐였다. 이게(법인세 완화) 필요하다는 걸 반증을 한다. 정말 의미가 없으면 다 같이 올리지 않았겠느냐. 세율을 올리면 단기적으로 세금이 더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산업경쟁력이나 국가경쟁력에 무엇이 도움이 되느냐 했을 때는, 외국하고도 (법인세 부담)비교를 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기업이 일단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수익성을 갖출 수 있는 환경자체가 제일 중요하다. 플러스 알파로 가급적이면 인센티브나 세율이 낮은 게 장기적으로 기업경쟁력에 도움이 안 될 수가 없다. 다만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올해도 세수 결손 우려가 크다. 세입 여건은 어떻게 보고있는지

부총리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작년과 같은 대규모 세수 결손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3월까지 국세수입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서 마이너스 2조원이다. 주된 요인이 법인세였다. 작년의 기업들 실적이 좋지 않은 부분이 법인세에 반영됐다. 세입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게 현실이기는 하다. 작년에는 모든 세목의 수입이 좋지 않았다. 올해는 법인세 중심이니까 작년과 다를 수 있어도, 세입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은 맞다.

*기재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까지 국세수입은 125조6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조4000억원이 줄었다. 세목별로는 법인세수(22조8000억원)은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조8000억원 줄어들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세수 추계는 1년에 몇 번을 하는 건가

정확히 추계를 하는 건 한 번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때, 전년 8월에 세수 추계를 하게 된다. 그해 8월 올해 세수가 얼마인지를 어느 정도 전망을 해야지 내년 예산을 짤 수 있기에, 1년에 두 번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12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계를 한 번 더 해야지 않느냐는 요구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마이너한 변화를 가지고 건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건 3월 법인세, 5월 종소세, 7월 부가세 수입까지를 봐야 한다. 7월 부가세 신고는 상반기 소비 실적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수 부족 우려 상황에서 감세 정책을 펴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재작년에는 상당한 규모의 감세안을 냈다. 그때는 종부세, 법인세율 인하, 소득세 과표 확대 등의 감세가 있었다. 작년에는 정부가 제출한 게 마이너스 5000억원이다. 올해 세입 예산이 367조원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세수 중립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올해는 재작년처럼 상당 폭의 감세를 할 거냐, 재정의 어려움을 감안해 증세를 할 거냐, 아니면 중립적으로 할 것이냐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지원의 필요성이나 수준, 비과세·감면 축소 등에 따른 가능성을 짚어봐야 한다. 

정 실장은 '잦은 세법 개정' 이유에 대해 "국제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민의 삶의 영향을 주는 환경 변화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환경 변화를 적절하게 세법에 반영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해마다 바뀌는 세법이 바뀐다. 납세예측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잦은 개정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세법 개정이 잦다는 비판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과거에도 세제당국, 기재부도 세법이 (잦은 개정이 아닌)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게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이런 대원칙에 동의를 하지만, 과거에 비해 환경의 변화가 빠르다. 환경 변화를 적절하게 세법에 반영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세법 개정 횟수도 많고, 양도 많아지는 현실이 있다.

특히 국제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고, 친환경적인 측면과 최근 코로나와 같은 국민의 삶의 영향을 주는 환경 변화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안정적인 세법운영을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도 안정적으로 하고 싶다. 

-과거에도 세법 개정이 잦았나

매년 세법개정안의 형태로 법을 개정했다. 다만 그때마다 모든 세목을 하지 않았다. 정부 1~2년 차에는 모든 세목이 대상이었고, 3~5년 차에는 특별한 개별 기준으로 올해는 나가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었다. 그런데 매년 세법 개정의 숫자가 조금 더 많아졌다. 

-일각에선 세제실 내 조세 철학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양면이 있다. 철학이라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조세정책이 가져야 하는 고유의 철학, 한편으로는 조세정책이 세상의 삼라만상을 다 다루는 분야인데 거기에 환경 변화나 세상의 수요를 맞춰서 나가야 한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 조세정책은 이대로 가야 한다'고 원칙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 철학도 있고 환경 변화도 적절히 대응하는 게 최고의 조합인데, 그런 부분이 아쉬운 게 있다. 아쉽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세제실장은 기재부 내 1급 자리이긴 하나, 세제실에서 생산되는 조세정책 전반을 일일이 관장하는 '실무형 관리자'라는 별칭도 붙는다. 정 실장은 행정고시 37회로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세제실에 배치되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서기관 승진 이후엔 잠시 외유(혁신인사기획관실 인사팀장)가 있었지만, 세제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으며 '세제실장 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조세제도 입안에 기여한 부분은 워낙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알법한 가상자산 과세안을 만들 당시, 실무 책임자인 재산소비세정책관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세제실장직을 맡고 있고, 이 자리는 차관급 영전을 위한 통과 코스로도 여겨진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어떤 내용 담길까?

정부가 내달 발표할 세법개정안 내용에 개인과 기업 등 경제주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활력 제고·민생안정·과세형평성·세입기반 확대'라는 큰 틀은 이미 정해졌다. 그렇지만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등 정치·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세제를 손질하는 부분은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7월 말 민관 합동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제발전심의위원회의 의결·심의를 거쳐 '2024년 세법개정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올해도 '친기업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춘 세제 손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술대에 오른 건 기업의 상속세다. 조금 더 세밀하게 들어가 보면, 증시 부양을 위해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의 한계로 지적된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조세정책 방향을 잡았다. 재계에서도 높은 기업 상속세가 한국 경제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상의)는 지난달 내놓은 '상속세제 문제점·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OECD 평균 15%로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도 이런 재계의 요구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안정적 가업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도 검토한다. 

2005년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된 종부세는 폐지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대통령실은 종부세 폐지를 염두에 둔 개편 입장을 냈다. 도입 목적과는 다르게 주택 소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으로 전락했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부세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종부세 완화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종부세 개편은 거의 확실시된다. 다만 완전한 폐지보단 세율 조정 등이 현실적인 방안이란 시각이 짙다. 정부도 1주택자 종부세 폐지보다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3주택자 이상, 최고 5%)을 완화하는 선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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