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너무 구시대적인 거 아니야?
이런 건 왜 안 해 주고, 쓸데없는 것만 해 주는 거야?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해 봤을 것이다. 저출생을 극복하겠다고 결혼세액공제나 자녀세액공제 혜택을 늘리면서 정작 부모들이 필요한 학원비 공제는 해주지 않는다.
인적공제액은 17년째 그대로이고, 부양가족의 소득기준은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못한 채 그대로다. 우리나라 가구의 25%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매달 150만원의 비용을 쓴다는 통계도 있지만 이에 대한 공제는 전무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연말정산은 무엇일까?

여야 '부양복지' 경쟁…초등학생 학원비는?
통계청은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을 0.68명으로 내다봤다. 0.7명대도 위험해진 것이다. 20년 뒤엔 세계에서 가장 노인이 많은 나라로 꼽히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늙은 사회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22대 국회 들어 의원들이 발의한 각종 세법개정안도 저출생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법률안을 검토한 결과, 이달 8일 기준 세법(지방세 제외) 관련 법안은 모두 387건이었다.
계류 법안을 살펴보면 조세특례제한법이 228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소득세법(72건), 상속세 및 증여세법(27건), 국세기본법(10건), 법인세법(9건)·부가가치세법(9건)·종합부동산세법(9건)·관세법(9건), 개별소비세법(4건) 순이다.
법안 내용은 자녀 학원비 공제 등 대부분은 자녀 양육과 관련한 감세 법안이었다.
현재 교육비 세액공제는 미취학 아동과 초·중·고등학생에 쓴 교육비(학교 수업료, 교복구입비용 등)는 한 명당 300만원까지 공제해준다. 다만, 미취학 아동을 제외하고 학원·체육시설에 지급한 수강료는 인정하지 않는다. 사교육 확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말 내놓은 '교육비 세액공제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학원이 저학년 취학 자녀의 '돌봄' 기능으로 이용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예체능 학원의 교육비에 대한 세액공제 대상을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로 확대(서영교 의원안)하는 등의 내용이다.

17년째 한 푼도 안 오른 '인적공제'
기존에는 부양가족 한 명당 100만원씩만 공제해주다가 부양가족이 많을 수록 생계비가 많이 든다고 보고 2009년 귀속분부터 150만원으로 올린 이후 17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지원이 감소했단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낸 바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안은 부양가족 기본공제를 한 명당 '150만원 이상'으로,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현행보다 두 배인 30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이에 더해 부양가족의 소득기준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종합소득금액의 경우 연 100만원, 근로소득만 있을 경우 연 500만원을 초과하면 부양가족 공제를 받을 수 없는데 이 기준이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자녀 기본공제 연령, 25세로 높여야"
부양가족 소득공제의 연령 범위도 논란거리다. 이 공제를 받으려면 만 20세 이하라는 나이 조건이 붙는데, 1974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1998년 25.1세였던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2018년 30.9세로 뛰었다 결국,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근로자인 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함께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임 의원은 가족 공제 기준을 만 20세 이하에서 25세 이하로 확대하는 법안을 내며 "고교 졸업 후 독립해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50년 전과 비교해, 대학진학 등으로 사회진출이 늦춰진 사회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가족"…연말정산때 공제된다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문화는 이제 낯설지 않다. 그렇다면 보호자가 반려동물 양육에 쓰는 돈도 연말정산 때 공제를 해주면 어떨까.
관련 법안은 지난 2022년 21대 국회에서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된 적이 있다. 이 안은 반려동물 의료비를 신용카드 사용액의 소득공제 항목에 포함, 100만원 한도로 30~40%의 공제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현재까지 국회엔 반려동물 의료비(진료·치료) 지출을 소득공제 항목에 추가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은 제출되지 않았지만, 국가가 반려동물의 진료비용을 지원하는 첫 단추(부가가치세 면제)가 끼워졌단 점에서 곧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반려동물이 여러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부분은 숙제다. 이에 보호자에게 반려동물 보유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도록 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등 반려 문화 선진국에선 반려인의 자격과 책임감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고 있다.

"지역소멸 막자" 어떤 아이디어 나왔을까
또 다른 과제로는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문제가 있다. 저출생이나 지역 소멸 문제가 세제지원 하나만 가지고 극복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국회에선 과감한 감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입법으론 '고향사랑기부제'가 있다. 개인이 주소지 외 지방자치단체에 상한액(올해부터 2000만원, 종전 500만원) 한도 내에서 기부하면, 기부자는 답례품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제도다.
기부금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 되는데, 이를 50만원으로 늘리는 안(최은석 의원안)이 계류돼 있다. 또 10만원 초과분에 대해 적용되는 세액공제율을 현 16.5%에서 30%까지 확대하는 안(한병도 의원안)도 있다.
부가가치세의 '지방 몫'도 늘리려고 한다. 현재 부가가치세액에서 74.7%는 부가가치세로, 나머지 25.3%는 지방소비세로 각각 배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주택 취득(취득가액 6억~9억원)에 대한 취득세율을 조정하면서 지자체 재정수입 감소를 보전해야 한단 지적이 적지 않다. 국회엔 지방소비세율을 현 25.3%에서 25.7%로 올리는 안(정춘생 의원안)이 제출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