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상속세율, 글로벌 스탠더드, 스웨덴과 이케아(IKEA) 등…
상속세 완화 논의 과정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상속세 완화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우리나라의 유산세 방식과 높은 상속세율이 OECD 국가와 비교해서도 조세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국제 기준, 보편적 가치, 글로벌 경쟁력 기준 등을 뜻하는데, 상속세 분야에서 쓰일 때는 세계화에 맞는 경쟁력 기준이라는 의미가 적합하다.
상속세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기업이 세계적인 조립식 가구업체인 이케아다. 이케아가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스웨덴을 떠나 네덜란드에 자리잡은 사례는 상속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스웨덴의 제약회사였던 아스트라AB(현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제약회사 제네카에 인수·합병(M&A)됐다. 국내에서는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 업계 1위 손톱깎이 제조사 쓰리세븐, 업계 1위 종자기업 농우바이오 등의 유가족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다른 회사 또는 해외에 지분을 매각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스웨덴은 기업들의 해외이전 사례가 속출하자, 상속세를 아예 폐지했다는 점이다. 캐나다의 경우도 농업 기업들이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자산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중단하자,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밖에 OECD 38개 국가 중 노르웨이, 뉴질랜드, 멕시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체코, 호주 등도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들 국가는 무엇을 얻기 위해 상속세를 폐지했을까?
상속세 부담 높였다가 '화들짝' 놀란 스웨덴
'상속세 폐지' 대표 사례로 알려진 스웨덴은 세계에서 복지제도가 가장 잘 갖춰진 나라로 손꼽힌다.
스웨덴은 생애 전반에 걸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연금제도 등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데, 이런 복지에는 상당한 재원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스웨덴이 대체 왜 상속세 폐지라는 선택을 했을까? 이는 기업들의 해외이전 때문이다.
스웨덴은 1940년 사회민주당이 집권하면서 상속세를 통해 조세형평성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기존 유산취득세 방식에 유산세 방식을 추가하면서 상속세 최고세율은 67%로 치솟았다.
그 결과 사회부유층이 무거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민을 가고, 가족기업들이 파산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케아와 우유팩을 개발한 식품 포장기업 테트라팩(Tetra Pak) 등은 100년 이상 가족 경영을 한 스웨덴의 전통 가족기업이었지만, 높은 상속세 부담에 해외로 이전하는 길을 택했다.
테트라팩은 1981년 본사를 스웨덴에서 스위스로 이전했으며, 이케아 역시 1982년 본사를 스웨덴에서 네덜란드로 이전한 후 현재까지 스웨덴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스트라AB의 경우 높은 상속세 부담에 자녀들이 주식을 팔았지만, 갑자기 쏟아져 나온 주식에 주가가 폭락했고, 결국 1999년 영국의 제네카가 아스트라와 합병해 영국에 본사를 둔 아스트라제네카를 설립했다.
이에 스웨덴 의회는 2004년 속전속결로 상속세를 폐지안을 통과시켰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속세가 '0'인 나라가 됐다.
그렇다고 스웨덴이 상속에 대한 세금을 아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상속과 증여를 통한 자산 이전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대신, 이자·배당·임대소득을 비롯해 자산 매도 차익에 대해 30%의 단일세율의 자본소득세를 부과한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1억원 가치의 부동산이나 지분을 상속받은 후, 2억원이 됐을 때 매도하면 차익 1억원에 대해 자본소득세 30%를 부과하는 것이다.
스웨덴이 상속세를 폐지하자 해외 자산 유출이 줄어들고, 가족기업의 승계가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 외국 자본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중소기업 줄폐업…캐나다가 꺼낸 카드는?
캐나다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위해 일찍이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다.
캐나다는 1800년대 말, 세수 증가를 위해 전체 주(province)에 상속세를 도입했다. 1910년대에는 캐나다 각 주의 세수의 40%가 상속 관련 세금일 정도였다.
캐나다는 상속세 부담을 여기서 그치지 않고, 1·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세수가 필요하자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상속세를 추가로 걷었다. 각 주와 연방정부에서 상속세를 두 번이나 과세하자 이중과세 문제가 불거졌고, 각 주들은 공제혜택을 운영하면서 불만을 잠재우려 애썼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농업 기업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부유층이 해외로 자산을 이전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1960년대 초 카터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상속세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연방정부는 1972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산 이전에 대한 과세방식을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했다. 이로써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유산과세형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로 기록에 남게 됐다.
캐나다가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도입한 자본이득세는, 스웨덴의 자본소득세와는 개념이 다르다.
자본소득세는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한다면, 자본이득세는 부동산·주식·사업체·예술품 등의 자산을 매도할 때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형식이다.
스웨덴의 자본소득세는 자본소득과 자본이득 모두를 과세하는 형태라고 이해하면 쉽다.
캐나다의 자본이득세는 자산을 처분할 때만 과세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100달러에 주식을 사서 자녀에게 상속하는 시점에 주식가격이 500달러가 됐다고 가정해보자. 자본이득세는 자녀가 상속받은 주식을 처분할 때 과세하는데, 만약 자녀가 500달러에 주식을 처분했다면 자본이득 400달러에 대해 과세한다.
과세방식은 다소 복잡한데, 자본이득(매도 차익)의 50%에 대해서만 과세하며 세율은 개인의 소득세나 법인세율에 따라 13~36.5%를 적용한다. 다만 캐나다는 지난 6월부터 상속받은 자산이 25만 캐나다 달러를 넘으면 초과 자산의 66.7%에 과세하는 것으로 강화했다.
이동건 국립한밭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스웨덴의 가족기업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했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백억대 자산가들도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자본이득세가 자산가치 상승에 따라 세 부담이 더 클 수는 있지만, 실현 이익에 과세한다는 측면에서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