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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상속세' 딜레마, 이제는 정리할 때

  • 2023.07.03(월) 08:2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최근 재계가 '상속세 인하'를 화두로 꺼내들면서 다소 잠잠했던 논란에 불을 지피고 나선 모습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1일 정부와 국회에 조세제도 개선 과제 건의서를 냈는데, 주요 테마 중 하나가 상속세 인하로 잡혀 있습니다. 

상의는 최대주주 할증율 적용 기준 최대 60%로 형성되는 한국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높으며 상속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기업의 경우 경영권 유지가 어렵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재계의 움직임에 상당수 언론들이 '맞짱구'를 치며, 논란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계가 충분히,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 번 생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피땀 흘려 키운 기업을, 한 푼 두 푼 쓰지 않고 모아놓은 재산을 내 자식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것일텐데 이를 실행하려면 50%, 60%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 어느 누가 좋다고 할까요?

형성된 자산의 경우 그 형성과정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세부담(법인세, 소득세 등)이 이루어진 나머지 일텐데 여기에 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부터 문제일 수도 있는데도 절반 이상을 뚝 떼어가니, 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안나올 수가 없겠지요.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아이러니한 사실은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이 한 두번 이슈화 됐던 것도 아닌데, 정부와 국회는 그 많은 시간 동안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방치해 왔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기획재정부가 현행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을 먼저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유산세' 체계를 '유산취득세(피상속인이 보유한 재산이 아닌 상속인이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나름 속도를 내는가 싶더니, 최근 '없던 일'로 하겠다는 식의 태도로 돌변하면서 기대감을 사라지게 만들어버렸죠. 

기재부는 최근 입장을 정리해 내놓았는데요. 

우리 사회에는 부의 원활한 이전을 통해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부의 재분배 및 기회균등을 위해 상속세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상존하고 있다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차근차근 정책 방향을 세워 나갈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상속세 체계 개편에 대한 논란을 한 두해 반짝했던 문제도 아니고 외국의 사례, 국내외 연구결과 등 개편에 필요한 근거를 비롯한 제반 사항의 

상당 부분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이 걱정되었다면, 아예 처음 부터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 했죠. 필요성이 있다면 과감하게 결단하고 입법안을 제출하면 정부는 할 일 다한 것입니다. 양비론을 앞세우며 슬그머니 꼬랑지를 내리는 꼴을 보아하니, 애초부터 상속세 개편에 대한 의지가 그렇게 강하지 않았던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표면적인 '숫자'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속세 체계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최대 35억원까지는 각종 공제(기초공제+배우자 공제 등)가 적용되어 상속세 납부액이 0원입니다. 

최고세율 구간도 과표 30억원부터이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상속세로 재산을 모두 '털리는' 경우는 많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상속세 논란의 본질적 문제가 이 부분에 숨어 있습니다. 

즉 물려 받을 재산이 없거나 많지 않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상속세 논란은 '남의 나라' 이야기죠. 이들에게는 높은 상속세율 유지의 명분인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대척점에 선 것이 소위 재벌들인데, 막대한 상속세를 떠 안아야 할 이들에게 상속세 문제는 말 그대로 '목숨' 걸고 관철해야 하는 문제인 것입니다. 

이 사이에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이념이 개입해 상속세 문제는 '정치이슈'로 만들었고, 그러다 보니 오랜 기간 동안 논란이 계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든 국회든 그 누구도 '조세부담'이라는 본질적 부분을 외면한 채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만 흘려보내왔던 것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상속세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너무 '기업, 기업, 경제, 경제' 하는 것이 오히려 개편 논의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상속세 때문에 어느날 한 순간 잘 나가는 큰 기업이 망할 것 처럼,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 경제가 와르르 무너질 것 처럼 동네방네 요란을 떠니 되려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속에 잠재해 있는 '반(反)재벌 정서'가 발동해, 반발력을 강하게 만들어 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실제로 상속세 내고 망한 기업을 적어도 최근 10년 사이 본 적 없고, 대한민국 경제가 크게 위축된 것도 없는 것이 명확한 현실이죠. 상속세 개편 문제는 조세부담의 관점에서만 다루어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기업이든 경제든 정책변화의 수혜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전면에 나서서는 정치이슈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영부영 현재의 체계를 유지해 나가는 쪽으로 방향타가 잡힐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관점에서 논의 접근법을 설정해야, 전체적인 체계는 못 고치더라도 세율이라도 조정할 명분이 생길 것입니다. 

사실 상속세율 인하 반대 논리인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내놓기라도 하면 모를까, 말로만 효과 운운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며 무엇보다 50%에 달하는 명목 최고세율이 주는 심리적 반발심은 시간이 흐른다고 결코 줄어들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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