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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납세자'는 왜 큰 관심을 받지 못할까

  • 2023.07.17(월) 09: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지난 10일 정부세종2청사 대강당에서 국세청이 올해 납세자의 날(3월3일)에 '아름다운 납세자'로 선정된 30명을 초청해 축하행사를 열었습니다. 

납세자의 날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이들과 달리, 아름다운 납세자들은 그들만을 위해 마련된 홍보공간에 사진과 이름을 등재하는 특혜가 주어집니다. 

아름다운 납세자들 개개인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큰 영광이겠지요. 

하지만 무언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대목들이 여럿 있어, 그냥은 못 있겠고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납세자는 지난 2011년 도입됐습니다. 

일반 모범납세자와 달리, 성실납세 보다는 음으로 양으로 '사회공헌'에 기여하고 있는 이들을 발굴해 국가 차원에서 이들의 노고를 격려한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졌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수선하기만 했던 당시,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흐름을 타고 국세청이 내놓은 '공익 프로젝트' 였습니다. 

첫해 33명을 선발했고, 지금은 매년 30명 선발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매 연말 자천 타천 방식으로 후보자들을 물색해 일정한 배분비율(법인사업자, 개인사업자, 근로자 등)을 적용해 최종 수상자를 확정하고 이듬해 납세자의 날 행사를 통해 아름다운 납세자상을 수여하고 세무조사 유예, 철도요금 할인 등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납세자 우대 혜택(출처: 국세청)

취지 자체는 굉장히 좋고, 말 그대로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납세자 제도는 그 취지와 수상자들이 가진 사회공헌 활동의 면면에도 불구하고 안팎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국세청이 큰 행사도 열고 보도자료 내고 꽤 신경을 쓰는 것 같긴 하지만, 큰 '흥행'을 이끌어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돈벌이 사업도 아닌 국가 행사에 흥행성을 운운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기는 합니다. 다만 명맥은 이어가고 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엉뚱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60~70년대 많이 못 배우고 못 살던 시대의 국민들에게는 정부 주도하에 '계몽'이 무척 필요했을 것입니다. 

특히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시절이니 나라는 돈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 원천인 세금이 원활하게 확보되는 것이 대단히 중요했겠죠. 모든 것이 후진적이었을 당시, 납세의식 제고는 시급한 과제였을 것입니다. 성실한 세금납부에 대한 대국민 계몽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 납세자의 날이고, 또 모범납세자 포상제도입니다.

국립 조세박물관 아름다운 납세자 홍보관(출처: 국세청)

1966년 도입 이후 계속이어져 온 모범납세자 포상제도가 국민들의 납세의식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계량이 불가능합니다. 시스템 발전의 부산물이기는 하지만 90% 이상의 자납세수로 국고가 채워지고 있으니 어마어마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겠지요. 

다만 그때의 대한민국과 지금의 대한민국이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르듯이 잘 배우고 잘 먹고 사는 지금 현재의 국민들에게 세금 잘 내면 상 준다, 사회공헌 잘 하면 정부가 명예 준다, 는 구닥다리 접근법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이 매우 절실하게 필요한 일인지 의문입니다. 

그나마도 2010년대 이후부터는 납세내역도 공개되지 않는, 도대체 어디를 보고 '모범'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납세자들이 대거 모범납세자 포상대상에 선정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그저 '우리가 검증해 보니 모범적이다'라는 국세청의 일방적인 강요만 믿고 이들을 모범납세자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죠. 

혹시 미국 등 선진국 정부에서 우리나라 처럼 모범납세자, 아름다운 납세자 찾아내 상 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적 있으신가요? 

오히려 세금 잘 안내서 걸린 기업인이나 할리우드 배우 등 유명인들을 엄하게 처벌한다는 이야기들은 여러번 접해 보지 않으셨는지요?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 당당한 선진국이고, 국민들 또한 선진국민입니다. 

우리 국세청도 모범납세자, 아름다운 납세자 제도를 국민계몽의 측면에서 기계적으로 활용하는 과거에나 통했을(?) 방식을 버리고 패러다임을 전환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고 권력자가 말 몇마디 했다고 학원가를 들쑤시는 등 '정치 세무조사' 오해를 스스로 불러일으키지 말고,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탈세자들을 철저히 추적해 엄단하는 추상같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세청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어필한다면 이보다 더 확실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계몽수단이 또 있겠습니까? 

국세청 본연의 업무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굳이 이런 저런 복잡한 행정 절차(그나마 절차적 투명성을 의심할 대목도 많습니다) 만들어서 매년 반복하는 '붕어빵 행정'에 괜한 힘을 쏟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국세청이 모범납세자, 아름다운 납세자 제도 폐지한다고 국민 여론이 험악해 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올해 선정한 아름다운 납세자 30명 중 그동안 찾아보지 못했던 대목이 있습니다. 

유명인(배구선수 김연경, 배우 허석김보성)을 수상자에 포함시켰다는 것인데요. 

2011년 이후 아름다운 납세자 수상 후보자에 유명인이 포함된 경우가 몇 번 있었지만, 최종 수상자 명단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수상자로 선정된 유명인들의 아름다운 사회공헌 활동을 폄훼할 생각은 결코 없습니다. 그들의 활동은 분명 박수 받아 마땅한 것이니까요.

다만 국세청이 이들 유명인들을 아름다운 납세자 홍보 포인트로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발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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