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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상품 '현금영수증제' 미래에도 존속할 수 있을까

  • 2023.09.13(수) 12:23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지갑 속에 신용카드 2~3장 정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국내 신용카드 발급량 1억2417만장
경제활동인구(2801만명) 1인당 보유카드 4.4장

※여신금융협회 자료(2022년 12월31일 기준)

맞습니다. 

현재는 대다수 일반인들이 상거래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적인 이유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된 것은 1999년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만 해도 현금 결제 비중이 높았고 현금이 오고가는 과정을 과세당국이 포착하기가 불가능하니, 현금거래로 인한 자영업자 등의 탈세라는 고질병에 시달리고 있었죠.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의 목적은 엄밀히 따지면 일반국민들에 대한 세금혜택 부여라기 보다는 자영업자 과표 양성화에 맞춰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 발생한 정책부작용, '카드대란'은 논외로 치겠습니다) 

2005년 정부는 '현금영수증'이라는 획기적 제도를 도입합니다. 신용카드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금결재 관행의 물꼬를 돌려, 자영업자들의 과표를 샅샅이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죠. 

현금영수증제는 호주에서 운용되고 있는 유사 제도를 가져와, 한국 상황에 맞게 리디자인해 내놓은 정책이었습니다. (한국의 우수한 IT 인프라와 결합되면서 사실상 세계 최초로 현금거래를 세원으로 자동파악하는 제도가 됐습니다)

정부는 제도 활성화 차원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적용되는 것 보다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한편,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1억원 상금이 걸린 현금영수증 복권제, 현금영수증 위반자 신고포상금제까지 만들어 시행했습니다. 

국세청이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발급했던 현금영수증카드(출처: 국세청)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2005년 1월1일 도입 이후 6개월 동안 2억건이 넘는 현금영수증 발급실적과 함께 7조원에 육박하는 과표 양성화 효과를 냈습니다. 이후에도 폭발적으로 성장, 지난 2019년 금액기준 발급실적 118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현재는 복권제 등 별도의 유인책이 가동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초 업종제한을 해가며 제도를 정착시키는 전략을 택한 정부도 실제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두고 의무발급업종을 늘려나가며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 및 결제패턴의 혁실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할인을 미끼로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상거래 형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사회기강을 흔들 정도로 만연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다 추후 세무조사 등과 같은 보완장치로 교정이 충분히 가능하니 어쩌면 현금영수증제도는 '무결점'에 가까운 제도라 평가를 받을만 합니다. 

뜬금없이 왠 현금영수증제 이야기를 꺼냈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소비패턴 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향후 10~20년 사이 주된 경제활동인구의 세대가 교체되면 현금결제 는 물론 신용카드 또한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통계수치를 한 번 보시죠. 최근 한국은행과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신용카드 피어(Peer) 리포트'에 따르면 간편결제서비스 이용금액은 2022년 기준 267조원 수준으로 지난 2018년 81조원 대비 3.3배가 늘었다고 합니다. 전체 민간소비지출액의 26%에 달하는 규모. 

숨어 있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간편결제서비스로 결제패턴 진화는 현금, 신용카드가 점유하고 있던 부분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결제패턴 변화는 바로 옆에서도 확인되는 부분입니다. 

요새 20~30대 젊은이들은 40대 이상 기성세대들과는 달리 지갑을 들고 다니기 보다는 체크카드 한 장 들고 다니거나 핸드폰으로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00페이 등으로 재화나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초등학생들도 부모님이 만들어 준 체크카드로 군것질 비용을 지출합니다. 

무심결에 지나치고는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현금 쓸 일은 정말 드문, 그런 사회상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부분들을 감안하면 짧게 잡아 10년 안에 신용카드, 현금 결제 문화는 완전히 사장되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오버같지만 그때되면 자영업자 과표가 사실상 100% 노출이 가능해지고 탈세 사각지대가 자취를 감출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그 즈음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활성화의 핵심구동축인 소득공제 제도를 슬금슬금 없애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 년 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정책목표인 자영업자 과표양성화 효과가 충분히 달성됐으니 폐지하자는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근로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니 정부와 정치권이 완전폐지는 못하고 혜택규모를 축소하는 한편 일몰규정을 고쳐가며 2025년 말까지 살려놓기는 했는데, 언제든 폐지 여론몰이를 하고 나설지 모를 일입니다. 현금영수증 소득공제 또한 정책목표가 자영업자 과표양성화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같은 운명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 업종 대상 현금영수증 의무발급이 이루어지고, 정착되는 시점 이후가 될 테니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지만 언젠가는 이 효자 제도를 통한 정책효과가 더 이상 크지 않다 판단되면 세금혜택을 줄이거나 없애려는 시도는 언제든 움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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