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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까지 앗아간 국세청 '악성 민원' 대책은?

  • 2023.08.25(금) 12: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최근 국세청 산하 동화성세무서 직원(민원실장)이 민원인을 응대하다 쓰러져 사경을 헤맨 끝에 유명을 달리한 사건이 국세청 조직 안팎으로 크고 작은 파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죽음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이 개입되지 않고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 상식적 결과물이 나와 남겨진 가족들이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며 몇 줄 적어볼까 합니다. 

현재까지의 사건 진행 과정 등을 살펴보면, 이러쿵 저러쿵 말할 부분이 상당히 많지만 모두 접어두고 이 사건으로 인해 파생된 가장 핵심적 문제와 연결고리가 형성된 질문 하나를 던지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악성민원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를 국세청이 과연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모든 국가기관은 대국민 '민원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국세청도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고, 이에 대한 각종 증빙자료 등을 국민 개개인이 필요로 할 때 발급해주는 등의 민원서비스 기능을 수행합니다. 

단순 서류 발급 등과 달리 '세금부과'와 연결되어 있는 민원을 처리하기에 국세청의 대민원 응대는 태생적으로 험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잡한 세법은 난 잘 모르겠고, 내 생각에는 안 내도 될 돈을 한웅큼 뜯어가는데(?) 억울함과 분노가 교차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그 억하 심정이 일차적으로 표출되는 대상은 일선 세무서 민원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될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심지어 나라에서 공짜로 돈을 주는데(근로장려금), 이를 집행하는 국세청 공무원들을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돈이 적네 많네, 빨리 주네 늦게 주네 따지고 드는 악성민원인들의 존재로 인한 스트레스 사례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죽이나 했으면 일선 세무서 민원실을 포함해 악성민원이 빈번하다고 알려진 부서들은 국세청 직원들에게 '기피부서'로 낙인 찍힌지 오래입니다. 

업무 성격은 단순한데, '감정노동'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최일선 현장에는 상대적으로 능력치가 떨어지거나, 좋은 자리로 뚫고 나갈 수 있는 '빽줄' 없는 직원들이 대부분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버린 것입니다. 

여러 정황을 놓고 보면 이번 동화성세무서 민원실장 사망 사건은 예고된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악성민원으로 인한 조직원들의 스트레스 호소가 누적되어 왔는데도 불구, 국세청은 뚜렷한 직원보호 대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한 흔적이 보이질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가 생길때마다 '반짝' 대책을 만들겠다는 둥 큰소리는 치는데, 정작 무언가 이루어진 것은 없는 실정이죠. 

조금 더 깊게 되짚어 보면 직원보호를 핵심으로 한 악성민원 대응책 등과 관련해 국세청이 무언가를 하겠다고 큰소리라도 쳐 본적이 있는지도 가물가물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국세청 직원들이 "(조직의)보호를 받지 못해 민원인 상대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는 취지의 글들을 도배해 놓은 것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직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삐뚤어진 주권의식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 공무원들에게 갑질을 시전하는 비정상적인 민원인들에게도 명백한 잘못이 있고 처벌 대상입니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폭언·폭행·성희롱 등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통계수치일 뿐 악성민원을 당한 공무원들이 꾹참고 넘어가면서 수치화 되지 않은 유무형의 악성민원은 더욱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보호책이 미덥지 못하다 보니 이 문제가 줄기는 커녕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특히 사회가 발전하면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조직의 어두운 역사를 상기시키는 '권력기관' 이미지 탈피를 위해 국세청이 표방한 것이 '납세서비스기관' 이미지 입니다. 

2000년대 이후 사용하기 시작한 국세청 영문 이니셜 'NTS(National Tax Service)'에도 이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죠. 

민원인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최일선 현장에서의 근무는 사실상 거의 해본적 없는 국세청 운영주체들이 납세서비스 기관 이미지 구축에만 지나치게 함몰, 저 아래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는 귀를 닫고 신문에 실릴만한 사안이 아니라면 응대 직원 타박만 한 채 미봉책 몇 개 내놓고 넘어가기를 반복하다보니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는 워낙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존재하다보니, 악성민원 문제는 일부 괴팍한 성품을 가진 민원인이 일으키는 부분적인 일탈 정도로 치부해 왔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에 순응해 감당하고 넘어가야 할 숙명이니 군말하지 말라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적어도 국가기관이 법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종의 위험으로부터 소속 공무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와 의지를 가져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죠. 

정도가 심한 차이일 뿐 악성민원은 비단 국세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예산 지원 등 국가공무원들이 적법한 법 집행의 댓가로 악성민원의 피해를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와 별개로 한 사람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손 놓고 있다가 이제야 부랴부랴 대책 내놓겠다는 둥 요란을 떠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국세청이라는 조직이, 국세청 운영주체들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동화성세무서 사건 발생 직후 전국 133개 세무서 민원봉사실에 녹음기를 보급하기도 했다는데, 녹음기가 고가의 전자장비도 아닌데 진즉 보급할 생각은 왜 하지 못한 건지, 이미 도망간 소가 지구는 몇 바퀴를 돌아다니고 있을 판에 외양간 뜯어고치고 나선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달 말 추가적으로 마련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는 하는데,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또 얼마나 현실화될지 지켜볼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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